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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익어가는 경주 들녘. 풍요로움이 넘치지만 농촌은 점점 인구가 줄어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지난 8일에 경북 경주에 다녀왔다.
산소에 도착할 무렵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 맞은 풀을 깎는 일은 쉽지가 않다고 남편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반갑지 않은 비였다. 잠시 내리더니 여우비처럼 금방 그쳤다. 다행이었다.
형제는 산에 오르고, 나는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벼가 알알이 영글어 누렇게 익어 고개를 떨군 풍경이 좋아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 이삭을 보고 한 수 배우는 가을을 느꼈다.
초등학교 때 벼를 추수한 뒤 논에 남겨진 벼 이삭줍기를 해서 학교에 낸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엔 낫으로 베다 보니 벼 이삭을 꼼꼼히 챙기지를 못했는지 벼 이삭 줍는 재미가 쏠쏠했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지만, 벼농사를 짓는 인구도 점점 줄고 시골에 빈집도 많이 늘었다. 폐가로 변한 집들은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이대로 가면 시골 마을이 하나씩 사라질 날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일거리로 살맛 나는 세상,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행복한 시골이 되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판에 서서 기도해 본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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