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나락의 나라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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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27  |  수정 2024-09-27 07:06  |  발행일 2024-09-27 제26면

나락. 불교와 힌두교에서 말하는 지옥의 다른 말.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에서 유명인이 행선지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낱말이 아닐까 한다. 정치인과 같은 유명인은 물론, 공중파에 출연하는 방송인부터 인터넷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나 콘텐츠 제작자까지 '나락 가는' 이들을 보는 건 이제 흔하다.

언론의 주 무대가 종이신문과 TV화면·모니터와 스마트폰 액정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 수많은 인터넷 방송인이 있다는 걸 알았다. 코미디언 등 방송인 출신이 많고 여행·음식·패션 등 취미를 주제로 동영상을 제작하다 SNS 구독자·팔로워가 늘어나며 유명인이 된 사람도 많다. 어떤 '유명 유튜버'라는 사람들이 물의를 일으켜 사과를 한다든지 성명을 발표한다든지 고소·고발을 하거나 당하거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말 교과서에나 나오던 '정보의 홍수'라는 낱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 싶을 정도다.

누군가가 나락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보이고 들린다. 정치인과 톱스타가 하던 '중대발표'를 누구나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이들은 왜, 뭐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나. 굳이 따지면 요즘 말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해서' 아닐까. 또 그 배경을 알아봐도 '이게 중대발표라며 사과까지 할 일인가' 싶다. 다시 말하면 별것도 아닌 게 사회적 물의가 된다는 뜻이다.

그들의 언행 탓에 누군가는 정말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그들은 잠깐의 반짝임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 언행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노력을 거품이라고 말하진 않았다. 대중의 관심이 양날의 검이 됐다.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에도 눈길을 주다 보니 환호할 거리도, 비방할 거리도 계속 보이는 것이다.

최근 개혁신당의 천하람 의원도 이를 지적했다. 천 의원은 한 유튜버 사태를 두고 "다른 사람의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부분을 잡아서 나락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들이 일상화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내 기준과 조금만 다른 언행이 나와도 거기에 대한 관용이나 자유나 이런 부분들은 잘 찾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자신의 취향과 조금만 달라도 "불편하다"며 지적을 하고 좌표를 찍어 공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타자화를 넘어 다른 사람을 악마화시키고, 그것에 주눅 들어 지내는 요즘 세상이다.

천 의원의 말에 답이 있다. 나락의 반대말은 극락일까? 아니다, 관용이다. 남의 잘못 따위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한다는 뜻. 관용이라는 문을 조금만 열면 반대로 나락의 문은 좁아진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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