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서도 尹 대통령과 '거리 두기'…사진·친필서명 다 내렸다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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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0 18:06  |  수정 2024-12-10 18:08  |  발행일 2024-12-10
서문시장 상인들 "대구 민심 돌아서"

방문 가게선 사진·친필사인 내려가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상대하고 있다.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상대하고 있다.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한 이불 가게에 손님이 모여 있다.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한 이불 가게에 손님이 모여 있다.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맞고 있다.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맞고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흔적' 지우기가 확산 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기울어진 민심을 반영하듯, 대통령 관련 사진과 친필 서명 등이 지역 곳곳에서 사라지는 모양새다.

10일 오전 10시쯤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대다수는 윤 대통령에 관한 질문에 그저 고개만 가로저었다. 정치 시작 후 위기 때마다 윤 대통령은 '보수의 성지' 서문시장을 찾았다. 그때마다 상인들도 격한 환영으로 초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윤 대통령을 향한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민의 입장에서, 최근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행보로 배신감이 누구보다 크다는 게 상인들의 중론이다.

떡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예전엔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근 하는 행동을 보면 도저히 지지할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도 싫고, 그 아내는 더 싫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대구에서 그만큼 밀어줬는데 바보짓을 한 거다. 이제 여기도 보수가 전멸이다"며 한탄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세를 탔던 가게에선 대통령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2022년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방문해 입소문을 탄 칼국수 가게에선 더 이상 대통령의 사진과 친필 사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C씨는 "밥 먹다 손님들이 욕하는 게 싫어서 현수막을 뜯었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이불을 구입했던 침구 가게 직원은 "대통령이 찾았다는 이유로 서문시장에 불났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서문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서문시장 상인분들이 윤 대통령을 응원해 주고픈 마음이 있어도 이미지가 안 좋아지다 보니 가슴 아프게 뗐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서문시장과 함께 양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칠성시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번데기를 판매하는 D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계엄 사태로 더 힘들어졌다. 대구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며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E씨도 "대체적으로 반응이 안 좋다. 특히 청년들은 마음을 완전히 돌린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버지를 따라 횟집을 운영하는 20대 남성도 "윤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한다. 여기서 일하는 젊은 상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다녀갔던 곰탕집에선 아직 사진과 사인이 걸려 있었지만, 업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곰탕집 사장은 "일반 사람도 와서 밥 먹고 가는 것처럼 대통령도 똑같다. 수많은 손님 중 한 명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장태훈·조윤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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