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돌리네 습지

  • 남정현
  • |
  • 입력 2024-12-20  |  수정 2024-12-20 07:02  |  발행일 2024-12-20 제27면

그곳은 그저 조용한 산속의 작은 습지였다. 가끔 산짐승이나 새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었고 평평한 농지에는 사람들이 논이나 밭을 일궈 농사를 짓기도 했다. 문경 돌리네 습지다. 여느 산골짜기에나 있을 법한 모양이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산기슭은 인근 산에서 흘러내린 물로 웅덩이가 쉽게 생기는 평범한 습지의 하나였다.

그런 돌리네 습지도 특이한 부분이 있다. 이곳 웅덩이에 물감을 풀면 몇 ㎞ 떨어진 마을의 샘으로 나온다는 이야기와 이 일대가 석회암 지역이라는 점이다. 2011년 환경부 등이 소문을 바탕으로 생태 조사를 하면서 돌리네 습지의 가치가 발굴됐다. 세계적으로도 희소한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웅덩이가 석회암 지대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질학적으로 귀중한 곳으로 떠올랐다.

환경부와 문경시는 돌리네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 얼핏 봐서 평범한 산속 웅덩이나 습지와 구별 되지 않아 '특별한 습지'라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기가 매우 곤란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별다른 것이 없는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지 자체를 보기 좋게 꾸미고 탐방센터를 만들어 잘 설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지금까지 정성을 쏟았다. 계절에 맞는 각종 이벤트도 마련하고 습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무료 전동차도 운행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제는 가볼 만한 생태 여행지로 손꼽히게 됐다. 내년 5월이면 탐방센터가 문을 연다. 육상·초원·습지 생태계가 공존하는 곳으로 꼬리진달래 등 희귀식물도 있다. 봄이 오면 꼭 찾아볼 곳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기자 이미지

남정현

문경을 가장 잘 아는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