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응원봉 집회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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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7  |  수정 2024-12-27 07:07  |  발행일 2024-12-27 제27면

지난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평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촛불 민심'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권 교체를 이뤄낸 원동력이었다. 당시 '촛불'은 보수 세력에게 치명상을 안겼지만 수준 높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 8년이 지난 지금, 전혀 예기치 못한 이유로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집결하고 있다. 이번에 손에 든 것은 촛불이 아니라 '야광 응원봉'이다. K팝 콘서트장을 수놓던 응원봉을 정치 무대로 소환한 건 MZ세대다. 그들은 "응원봉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빛"이라며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한다.

K팝 문화와 민주주의가 접목된 응원봉 집회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외국인 눈에 비친 집회 현장은 마치 축제처럼 보였을 듯하다. 외신들은 형형색색의 빛과 흥겨운 음악, 그리고 유머러스한 문구가 적힌 피켓과 깃발에서 드러난 한국 민주주의의 활력과 창의성을 높게 평가한다. 놀랍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가 새로운 형태의 시위문화를 주도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MZ세대는 자신들의 문화를 정치적 표현의 도구로 승화시키며 우리사회의 주역임을 알렸다.

물론 응원봉 집회만 있는 건 아니다. 기성세대 위주의 보수층 집회도 활발하다. 그들은 여전히 태극기와 성조기만 고집한다.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특성이 극명히 대비된다. 어쨌든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아무리 민주적이고 평화적이라고 해도 정치적 목적의 집회가 일상화돼선 곤란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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