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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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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상상하는 AI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놀라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이 같은 추세라면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똑똑한 AI가 나올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의 도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특이점 시점이 2045년쯤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요즘 AI업계에선 향후 5년 안팎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AI 모델의 능력이 내년 말 정도엔 인간 지능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새 모델은 범용인공지능(AGI)이다.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여러 분야에 두루 쓰이는 AI로, '강(强)인공지능'이라고도 한다. 인간 지시에만 따르는 '약(弱)인공지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AGI는 인간 이상의 학습 및 추론 능력을 갖추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배우지 않은 개념을 스스로 떠올리는 창의성과 상상력까지 갖추게 된다. 이는 AI가 어떤 이유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모르게 된다는 의미다.특이점을 넘어서는 AGI의 출현은 수많은 철학적 난제를 던진다. 무엇보다 기계가 자의식 혹은 자유의지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만약 이를 인정하게 되면 인간의 지위는 신(神)의 능력에 버금가는 AI의 발아래에 놓일 수도 있다. 이미 미국에선 AI를 신으로 모시는 신흥 종교가 생겼다. AI가 창조할 미래 모습이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선거판 피싱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560여억 원이나 됐다. 같은 해 1월(257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발생 건수는 1천813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올해 들어서도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선뜻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 보이스피싱이 출현한 지는 꽤 오래됐다. 웬만한 사람은 범죄 수법을 잘 알 법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널린 게 보이스피싱 대처법이다. 또 경찰도 전담반을 꾸려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이 한 수 위인 듯하다.보이스피싱의 둔갑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목소리를 통한 사칭 사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문자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스미싱 범죄가 더욱 활개를 친다. 카드 발급, 택배 배송, 교통위반 과태료 통지서 따위를 확인하라며 피해자를 낚는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을 사칭한 청첩장, 부고장을 보내는 것도 주된 수법이다. 무심코 클릭했다간 개인정보가 털리고 범죄의 먹잇감이 된다. 이외에도 SNS를 통한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 등 별의별 피싱 범죄가 난무한다. 선거판에선 표를 노린 거짓 공약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번 총선에선 정도가 더 심하다. 피싱 사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당장 사람들의 돈을 털어가지는 않지만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결코 적지 않다. 유권자가 깨어 있는 수밖에 없다. 허황된 거짓말에 속아 주권을 사기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허석윤 논설위원
[논설위원의 직터뷰] 배영호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지·산·학·연 협력 이끌어 '첨단산업도시' 포항 새 미래 열겠다"
'제철보국(製鐵報國)' 포항제철 설립 모토이자 포항시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말이다. 사실 포항제철이 만들어낸 '산업의 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경제 부흥은 불가능했다. 물론 지금의 포스코도 한국을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견인하는 믿음직한 동아줄이다. 나아가 포항은 이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철강산업의 탄탄한 기반 위에 배터리(2차전지·수소연료전지), 바이오, 로봇, 디지털 SW 등 신성장 산업을 꽃피우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건강한 R&D(연구개발)생태계다.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실제로 포항에는 포스텍,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외에도 우수한 연구기관과 기업지원 인프라가 풍부하다. 그 중심에는 포항테크노파크(TP)가 있다. 포항TP는 2000년 설립 이래 지역 경제발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혁신 기술 개발과 지역 강소기업 지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전국 19개 TP 중 포항TP가 유일하게 기초지자체 산하 기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항TP 업무는 앞으로가 더 태산이다. 무엇보다 포항이 첨단 산업도시로 나아가는 데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취임해 포항TP를 이끌고 있는 배영호 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난 배 원장은 대학 졸업 후 연구과 강의에 매진해 온 학자 출신이자 반도체 전문가다. 그럼에도 배 원장은 실물 경제와 지역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특히 포항의 미래 발전 비전도 뚜렷해 보였다. 배 원장이 포항 산업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건 지·산·학·연 협력체계 강화다. 물론 포항TP 수장이 갖춰야 할 덕목은 이게 다가 아닐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통합 리더십과 지역사회와의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인문적 소양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배 원장은 언론인 출신인 아버지 덕을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18일 인터뷰에서 배 원장의 첫마디는 "영남일보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선친(배효덕)이 영남일보 편집국장(1977~1978년)을 지낸 후 언론통폐합으로 폐간될 때까지 총무국장을 지냈다고 했다. 그즈음 대입을 앞둔 배 원장은 사진학과에 가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강한 권유(?)로 전자공학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배 원장의 사진 사랑은 변한 적이 없다. 대학시절부터 줄곧 사진촬영을 최고의 취미로 삼고 있다. 배 원장이 멋지게 찍고 싶은 포항과 포항TP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원장 취임 후 활동과 소감은."포항TP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위덕대학교에 이어 세 번째 직장입니다. 연구원과 교수로서 한 평생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돼 무척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취임 이후 테크노파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인 지역 강소기업 성장 지원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RIST에서 연구 개발을 수행한 경험과 대학에서 인력을 양성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포항 2차전지특화단지 지정,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조성 예타 통과에 따라 각각 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바빴습니다."▶포항TP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현재 포항TP 지곡동 본원과 부설 센터 등에 1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1천3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역 혁신 거점기관으로서 하는 일도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업무는 포항지역 기업에 성장사다리를 놓아주는 유망강소기업 지정 사업입니다. 지난해까지 102개 업체가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혁신 기업의 창업에서부터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마케팅까지 전 단계에 걸쳐 다양한 지원 사업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 연구기관들과 기업들 간 교류와 기술 중계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입니다. 이를 위해 포항 R&BD기관협의회, 포항기업연구소협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과 2차전지산업 외에도 포항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그린에너지, 그린바이오, 디지털-SW를 3대 특화분야로 지정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 그린에너지 사업의 일환인 수소연료전지클러스터 조성사업 예타 통과가 포항TP의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연구원·학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RIST 연구·위덕대 교수 경험 도움언론인父에 소통능력·리더십 배워전국 유일 기초지자체 산하 TP그린 에너지·바이오·SW 특화 지원"지역 유망기업 성장 최선 다해 돕겠다"▶포항TP만의 강점과 차별성이 있다면."전국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포항TP 설립이 가능했던 건 포항에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포스텍 그리고 RIST 등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프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포항 지곡단지는 대덕연구단지 다음으로 지방에서 연구혁신 기관이 가장 밀집돼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포항TP 탄생과 발전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포항TP 구성원들의 노력, 포항시 지원이 더해져 최근 4년 연속 재정자립도 100%, 정부 실시 기관평가 A등급 획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현재 중점 추진 중인 사업은."가장 큰 사업은 블루밸리 산단에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5년간 1천918억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현재 관련 기업 30개사가 입주 예정일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이 클러스터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의 메카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린바이오 분야에서는 2022년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가 준공돼 활발히 운영 중이고, 향후 동물용 의약품 산업화,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생산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디지털-SW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설기관인 경북SW진흥본부는 권역 거점이자 경북 유일의 SW 품질 KOLAS 공인시험기관으로서 지역 디지털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 이차전지 분야 기업 지원과 인력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련 강소기업을 돕기 위해 별도 추진단을 설치했으며 2차전지기업협의회도 구성했습니다."▶지·산·학·연 협력을 강조하는데."출생률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대입니다. 지방 도시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젊은 인력의 정주를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포항의 경쟁력은 뛰어납니다.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가 있고 최근에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소재산업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텍, RIST 등 연구·교육 분야의 혁신 자원도 풍부합니다. 이를 제대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 연구소와 대학에서 36년간 근무하며 쌓은 저의 경험을 살려 지·산·학·연 협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곡단지 내 혁신기관들이 개발한 다양한 첨단기술들을 유망기업에 최대한 접목해 지역 산업 활성화로 이끌겠습니다.▶포항 기업과 시민에게 하고픈 말."포항TP는 지역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열린 기관입니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 닥칠 수 있는 어떤 어려움이라도 우리와 상의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여 지원하겠습니다. 포항TP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기업과 동반 성장하며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지역혁신 거점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포항경제 활성화의 주역이 되겠습니다." 글·사진=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 배영호 원장 약력△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1984년), 경북대 대학원 전자공학 석·박사 △(재)포항산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1987~1996) △위덕대학교 IT융합학과 교수(1996~2023)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공대(INPG) 초빙교수(2009~2010) △<재>포항테크노파크 9대 원장(2023년 5월~)배영호 포항TP 원장이 포항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배 원장은 혁신기술 기반 강소기업 육성과 지·산·학·연 협력체계 강화에 답이 있다고 했다.
[자유성] 하이퍼루프
2012년 개봉한 SF영화 '토털리콜'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아놀드 슈워제너거 주연 동명 영화(1990년 개봉)를 리메이크 한 것이지만 배경은 완전히 달랐다. 영화에서 선보인 미래 첨단 기술들 중 특히 관심을 끈 건 지구 중심부를 관통하는 초대형 진공 엘리베이터였다. '폴'이라는 이름의 이 엘리베이터가 호주에서 지구 반대편의 영국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단 17분이었다.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는진 몰라도 일론 머스크는 2013년에 '하이퍼루프(Hyperloop)' 구상을 공개했다. 하이퍼루프는 '극초음속(hypersonic speed)'과 '루프(loop)'의 합성어로, 진공 튜브 속을 음속에 버금가는 시속 1천200㎞로 이동하는 초고속 캡슐열차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가 미래의 핵심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머스크의 첫 목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하이퍼루프 터널(총연장 109㎞)을 구축하는 것. 이 중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 일대를 도는 깊이 12m, 길이 2.7㎞의 베가스루프는 3년 전에 완공했다. 물론 하이퍼루프는 머스크의 전유물이 아니다. 독일, 중국 등 많은 강대국들도 하이퍼루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하이퍼루프는 서울과 부산을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그야말로 '꿈의 열차'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큰 관심을 가졌다. 6년 전부터 연구기관과 정부 부처가 함께 사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고 한다. 한국에 모자란 건 돈이 아니라 도전과 혁신 마인드인 것 같다. 허석윤 논설위원
[사설] TK 발전 공약 실종된 총선…국힘의 '집토끼' 홀대 언제까지
대구경북(TK)은 지난 수십 년간 한결같은 보수의 텃밭이었다. 매번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왔다. 이 같은 흐름은 제 22대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게 TK는 가장 든든한 '집토끼'인 셈이다. 하지만 과거 선거에서 그랬듯이 이번 총선에서도 TK의 미래 발전을 담보할 뚜렷한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과 부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푸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총선에서 TK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이다.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TK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지역 발전에는 무관심한 듯하다. 제대로 된 미래 먹거리 비전과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국민의힘 TK 핵심 공약은 대부분 도로, 철도 등 SOC 건설로 채워져 있다. 대구의 1번 공약인 '신남부 광역경제권 구축'만 하더라도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달빛철도 특별법을 단순히 소개하고 있다. 그나마 IBK기업은행 본점 대구 유치 공약이 눈에 띄는 정도다. 경북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1번 공약인 신공항 교통망 활성화는 이미 경북도에서 추진 중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TK 공약이 기존에 거론됐거나 추진 중인 사업을 짜깁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존 정책들을 재탕하는 건 TK지역 야당도 마찬가지다.여당이 선거 때조차도 TK가 필요로 하는 정책 어젠다를 도외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국민의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되레 홀대받는 이유가 돼선 안 된다. 지역의 민생 정책 개발에 뒷짐 져온 지역 정치권도 각성해야 한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대구경북 지자체들도 숙원 사업이 공약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월요칼럼] 에고(EGO) 게임
에고(EGO)는 '나'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현대에서도 '자아(自我)' 개념으로 통용되지만 국어사전의 풀이는 좀 난해하다. "철학 대상의 세계와 구별된 인식·행위의 주체이며, 체험 내용이 변화해도 동일성을 지속하여 작용·반응·체험·사고·의욕의 작용을 하는 의식의 통일체"라고 규정돼 있다. 축약하자면 에고란 모든 외부 대상과 자신만의 개별성을 구분 짓는 인간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에고는 몇 가지 특성을 띤다. 동일시와 분리감이 대표적이다. 동일시는 자신의 몸과 소유물(이름·직업·재산·지위 등)이 곧 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란 존재가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분리감을 느낀다. 동일시가 강할수록 분리감도 커진다. 인간이 외로움과 소외감에 쉽게 빠지는 이유다. 에고의 어두운 측면은 이게 다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과 끊임없는 결핍감이다. 고대 불교에서는 이를 '두카(dukkha)'라고 했다. 삶의 근원적인 불만족과 고통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인간의 모든 부정성은 공포와 불만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게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를 띠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해친다.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지만 인류사에서 가장 최악이 집단 학살극이다. 과거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국민 약 200만명을 살해했다. 특히 안경 쓴 사람들을 죄다 죽였다.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만한 지식인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600만명을 학살한 히틀러 같은 빌런도 마찬가지다. 탐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간 에고의 광기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에고는 인류 공통의 문제다.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단지 정도 차이는 있을 뿐 모든 사람에게 장착돼 있다. 숙명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극적인 순간이 아니라면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남에게 약점이 될만한 에고를 숨기고 사회생활에 적합한 심리적 가면을 쓰고 있다. 인격·개성을 뜻하는 '퍼스낼리티(personality)'의 어원이 '페르소나(persona·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인 이유다. 일찌감치 셰익스피어도 "인생은 연극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도 사회라는 연극 무대에서 인격의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에고는 물질만능주의와 생존경쟁이 심할수록 힘을 얻는다. 현대사회가 에고의 전성시대인 건 필연적이다. 에고의 또 다른 속성 중 하나는 '내가 무조건 옳고 가장 잘났다'이다. 대개는 이 같은 속내를 감추지만 그 반대인 사람들도 있다. 특히 정치인이 그렇다. 그들은 날개를 활짝 편 공작새처럼 자신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이다. 지배욕과 권력욕은 더 강하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을 채워줄 '높은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피 튀기는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듣기 좋은 레토릭이다. 설사 진짜 꽃이라고 쳐도 너무 상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일부라는 전제를 달지만) 정치 협잡꾼들의 저질 에고게임이 점입가경이다. 선거가 거짓과 꼼수, 막말, 위선, 배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하다못해 감옥에 있어야 할 범죄자들까지 설치며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 해도 너무한 야바위 선거판이다. 유권자가 정신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없다. 허석윤 논설위원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프리터族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부터였다. 장기간 이어진 극심한 불황에 고용시장도 유례없는 '빙하기'를 맞았다. 정규직 취업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었다. 그즈음부터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해결하는 일본 청년들이 급증했다. 그들은 '프리터족(族)'으로 불렸다. 자유를 뜻하는 영어 '프리(free)'와 노동자라는 뜻의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성한 신조어다. 단지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계약사원, 파트타이머 등도 프리터족에 속한다. 근래 들어 일본 경제가 회복돼 고용시장이 좋아졌음에도 프리터족은 되레 증가 추세다.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그 이유다. 돈을 덜 벌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프리터족은 우리나라에서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파트타임 근로자(주 30시간 미만 근로) 수는 2019년 52만명에서 4년 만에 10만명 이상 늘었다. 특히 15~29세 청년 취업자 25%가 단기 아르바이트이며, 이 중 절반은 학업을 마친 상태였다. 이처럼 파트타임 근로가 확산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고용시장이 더욱 악화된 탓이다. 둘째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돈보다 삶의 만족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다.자발적 프리터족은 "한 번뿐인 인생 즐겁게 살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족과 결이 비슷하다. 이런 삶의 방식은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미래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의 고령기 빈곤과 고립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사이버레커
요즘 직장인 사이에서 나도는 2대 허언이 "퇴사할 거다"와 "유튜브 할 거다"라고 한다. 빈말이라지만 1인 미디어 시대를 사는 직장인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사실 지금은 누구나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지 않은가. 알다시피 1인 미디어는 잘만 하면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 너도나도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나이가 어릴수록 선망의 대상인 모양이다. 지난해 교육부의 초등학생 희망 직업 조사에서 '크리에이터'가 3위에 올랐을 정도다. 조만간 운동선수, 교사 직업을 제칠지도 모를 일이다. 1인 미디어가 각광 받는 만큼 사회적인 부작용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가 가짜뉴스 범람이다. 특히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가십, 루머를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영상물이 범람하고 있다. 이 같은 저질 영상물을 주로 유튜브에 올려 돈벌이를 하는 부류를 '사이버레커'라고 한다. 사설 레커(견인차)처럼 사고 발생 현장에 난폭하게 몰려드는 것을 빗댄 신조어다. 사이버레커는 남의 불행과 고통을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양아치보다 나을 게 없다.사이버레커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 비해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다. 무엇보다 법적 장치가 미약한 게 문제다. 1인 미디어는 언론이나 방송에 속하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또 유튜브 등 플랫폼 서브가 해외에 있어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설사 가짜뉴스나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돼도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친다. 이래서는 사이버레커의 발호를 막을 수 없다.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행복
사람들은 무엇이든 순위를 매겨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극히 주관적인 '행복'마저도 비교 대상이다. 이미 전 세계인의 행복 수준을 재는 잣대도 여럿 있다. 그중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게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다. 150여 개국의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은 이렇다. 우선 국민 1천명이 직접 선택한 삶의 만족도(최저 0점~최고 10점)를 매긴다. 여기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등 6개 항목 점수를 합산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7위로 국가 경제력에 비해선 낮은 편이다.세계행복보고서는 매년 3월20일에 발표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날은 UN이 2012년에 정한 '국제 행복의 날'이다. 기념일을 선포했던 그때 총회에서 UN은 "행복은 인간의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지구 차원의 평등과 가난 구제 등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물론 UN이 전 세계인의 행복 증진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간의 목적을 행복으로 못 박고, 행복을 계량화하는 건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행복의 개념을 지나치게 표피적이고 단순화한 측면이 있어서다.행복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외부 대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래서 더 많은 돈과 권력,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욕망의 빈 잔은 채워지는 법이 없다. 갈망할수록 불만족과 고통만 늘어난다. 동서고금의 현자들은 진실을 안다. "행복과 불행은 같은 것이다. 행복에 목매지 않으면 불행도 없다. 그게 진정한 행복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사설] '2월 임시국회' 민생 법안 처리할 마지막 기회다
2월 임시국회가 19일부터 시작됐다. 20·21일 여야 대표연설에 이어 오는 29일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끝으로 종료된다. 4월 총선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21대 국회 일정으로, 회기는 짧지만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21대 국회지만 이번만큼은 국회의 기본 책무를 내팽개쳐선 안된다. 무한 정쟁을 멈추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와 선거구를 확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 처리도 시급하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울진 한울원전 등 국내 대부분 원전의 방폐물 저장시설은 10년 안에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방폐물을 보관할 새 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계속 미적거리다간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여야 모두 이런 사실을 잘 알지만 이견이 크다는 이유로 마냥 손을 놓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통과가 무산되면 특별법은 자동 폐기돼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돼도 법 통과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소요될지 알 수 없다. 이번 임시국회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열리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이다. 이런 탓에 민생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정쟁으로 막을 내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난 4년간 21대 국회가 국민에게 보여 준 모습은 무능과 무책임이었다. 민생을 등한시하는 정치는 존재 의미가 없다. 아무리 '식물국회'라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자유성] 촉법소년
지난해 10월 충남 논산에서 중학생 A군이 4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A군은 퇴근하던 여성을 초등학교 교정으로 끌고 가 마구 때리고 성폭행했다. 그것도 모자라 여성 신체를 촬영하고 소변을 받아먹게 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였다. 우발적 충동도 아니었다.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1심 법원은 "A군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상처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여론이 높다. 그나마 피해자 입장에선 A군이 15세였다는 게 다행이다. 두 살만 어렸으면 촉법소년에 해당돼 더 경미한 처벌에 그쳤을 것이기 때문이다.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일컫는다. 소년법에 따라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에 처한다. 형사 처벌을 안 받는 탓인지는 몰라도 촉법소년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수는 6만6천명에 달했다. 범죄 유형은 절도(49.5%), 폭력(24.5%)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A군 같은 강간·추행(3.7%)도 적지 않았다. 특히 방화, 강도 등 과거에 드물던 강력범이 증가하고 있고, 살인범도 11명이나 됐다.촉법소년들 대부분은 자신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대단한 특혜인양 떠벌리고 악용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단지 나이가 조금 어리다고 흉악범조차 처벌하지 않는 건 정의가 아니다. 촉법소년 상한연령을 현실에 맞게 낮춰야 한다. 허석윤 논설위원
[월요칼럼] 지방시대?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민생토론회는 자주 가지는 편이다. 수도권에서만 열 차례 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비수도권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테마는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방시대'다. 윤 대통령의 첫 행선지는 부산이었다. 지난 13일 열린 1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시민이 반길 만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산업은행 조속 이전을 비롯해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북항 재개발 등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총선용'이라고 비판하지만 어쨌건 윤 대통령이 '지방시대'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니 지방사람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뚜렷한 국정 어젠다가 없는 윤 대통령에게도 '지방시대'가 성공만 한다면 꽤 괜찮은 업적이 될 것이다.윤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이 절실한 이유도 제대로 짚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면적이 일본의 4분의 1, 미국의 100분의 1인데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그 좁은 땅마저 제대로 못 쓰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자리-인재-생활 환경을 연계한 '지방시대 3대 민생패키지' 정책을 통해 합계출산율을 1.0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지방근무를 한 적은 있지만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울 출신 첫 대통령이 수도권 집중 폐해를 거론한 것 자체가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수도권 집중에 대한 해법에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 정부가 구현하려는 '지방시대' 청사진에 따르면 앞으로 지방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발전한다. 감격스럽긴 하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다. 나랏돈을 얼마나 쏟아부어야 그게 가능하겠나. 백번 양보해서 설사 '지방시대'에 근접했다고 치자. 그러면 수도권 집중이 완화될까? 그래서 합계출산율이 쑥쑥 오를까? 지난달 윤 대통령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도권 GTX(광역급행철도)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까지 GTX를 촘촘히 연결해 30분대 출퇴근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 물론 극심한 교통난에 시달리는 수도권 주민들은 박수 칠 일이다. 하지만 수십조 원대의 막대한 비용 외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GTX는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예전 KTX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전국 1일 생활권'으로 지역균형발전이 달성되기는커녕 정확히 그 반대가 됐다. KTX는 수도권 집중의 '급행열차'다. GTX는 이보다 더할 것이다. 조만간 서울과 수도권은 GTX노선을 따라 개발 붐이 일고 '교통지옥' 없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 안 갈 이유도 더 사라진 셈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방 인구를 흡수하는 '빨대효과'가 강력해질 게 뻔하다. 이게 끝도 아니다. 한술 더 떠 국민의힘은 서울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김포 등 인근 위성도시들을 대거 편입해 '서울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것. 아무리 총선용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망국적인 수도권 집중을 선동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정부여당은 지방도 살리고 수도권도 더 키우겠다고 한다. 정말 그런 신묘한 방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서울민국' 체제하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수도권 집중을 늦추는 데는 '뭘 하는 것'보다 '하지 않기'가 더 낫다. 서울확장 같은 '삽질'부터 멈춰야 하는 이유다. 허석윤 논설위원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청소년 우울증
지난달 15세 중학생(A군)이 배현진 국회의원을 돌덩이로 마구 폭행한 건 미스터리한 사건이다. 단독 범행인지, 구체적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A군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경찰조사에서 A군 스스로도 정신질환(우울증)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A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이상 행동을 보였다. 친구를 상대로 괴롭힘과 폭력, 성희롱, 스토킹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런 공격 성향에 더해진 비뚤어진 정치 신념이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A군이 저지른 짓은 용서받기 힘들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A군처럼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치료가 우선이다. 그게 재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마음의 병'을 앓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10대 청소년은 2018년 2만8천여 명에서 2022년 4만6천여 명으로 늘었다. 4년 만에 무려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건수도 연간 수십만 건에 이른다. 이에 더해 남에게 숨기는 우울증 특성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청소년 환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최근 10대의 자해·자살 시도가 급증하는 것도 우울증이 원인이다.청소년 우울증은 단지 본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A군처럼 공격·충동 성향이 밖으로 발현되면 사회를 위협하는 범죄가 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성 학대, 폭력, 마약 등 청소년 정신 건강을 좀먹는 SNS 저질 콘텐츠 규제부터 필요해 보인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장마당 세대
지난해 12월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유포한 10대 청소년들이 공개 처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식 '공포정치'가 얼마나 극악한지를 보여준다. 근래 들어 북한 당국은 한국 대중문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상 교육과 단속만으로는 통제가 안 되자 잔혹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걸리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길게는 10년 넘게 노동교화소에 수감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공포정치도 한류 열풍을 막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탈북민들 증언에 따르면 현재 북한 청년들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온갖 기기를 동원해 한국 음악과 영화,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북한 내 한류의 중심에는 '장마당 세대'가 있다. 최악의 식량난이 덮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자란 20~30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가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유년기부터 시장(장마당)을 친숙한 생활공간으로 삼았다. 국가의 부재와 시장 경제를 경험한 만큼 이들의 사고는 기성세대에 비해 자유롭다. 더구나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가까이 접했고, 최신 IT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북한이 최근 통일 불가론을 띄우며 교육사업 강화에 나선 건 장마당 세대에 대한 사상 통제가 어려워진 게 주된 요인이다. 이들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한국의 실상을 많이 알고 있으며 동경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196명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우리의 MZ세대에 해당하는 장마당 세대가 북한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트럼프의 귀환
현대 정치사에서 도널드 트럼프만큼 드라마틱한 인물도 드물다. 사실, 돈은 많지만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70세 노인이 불쑥 선거에 출마해 미국 대통령이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그 사람이 재벌가 '금수저' 출신인 데다 독불장군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주된 비결은 백인우월주의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노동자를 비롯한 미국 중·저득층 백인들은 "위대한 미국 재건"을 외친 트럼프에 열광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막말과 좌충우돌 행동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건 기존 정치에 식상함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파격과 신선함으로 다가가는 효과를 냈다. 더욱 놀라운 건 트럼프가 4년 공백을 딛고 대통령에 재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트럼프는 지난 16일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경쟁 후보들을 모두 압도적 표 차이로 따돌렸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첫 경선지에서 압승을 거두며 재선고지를 향한 순항을 예고한 것. 이 같은 기세라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돼 본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역사적 재대결을 벌일 공산이 크다. 두 사람이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승리를 예상하는 쪽이 훨씬 많다.트럼프 대세론에 변수는 있다. 사법리스크다. 그는 현재 미국 내 여러 법원에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 수많은 혐의로 기소돼 있다. 트럼프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미국 법원의 판단에 트럼프와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앞날이 요동치게 됐다. 허석윤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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