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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6주년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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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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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집착
스님 두 명이 길을 가다 개울가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젊은 여인이 울상을 짓고 서 있었다.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건너지 못하고 있었던 것. 스님 A가 그 여인을 업어 개울을 건너게 해줬다. 둘은 다시 한참이나 걸었는데, 스님 B가 갑자기 힐난조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려로서 여인을 업는 건 잘못된 행동인 것 같네." 스님 A가 답했다. "나는 강을 건너자마자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어찌해서 자네는 아직도 업고 있는가." 두 스님은 같은 대상(여인)을 두고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A는 도와줘야 할 사람으로, B는 음욕을 일으키는 존재로 여겼다. B가 마음에서 지우지 못한 건 여인의 실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고정관념이었다. 탐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쉽게 잊었을 터. 대부분 중생의 마음 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핍감에 빠져 끊임없이 집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착은 고통만을 낳는다. 불교에서 탐욕을 세 가지 번뇌인 삼독(三毒)의 으뜸으로 꼽는 이유다. 인간 마음이 복잡한 것 같지만, 근본은 단순하다. 행복을 욕망하는 게 전부다. 돈, 명예, 장수를 갈구하지만 가지기 어렵다. 설사 다 가진다고 해도 일시적이어서 결국 잃게 돼 있다. 그럼에도 가장 놓기 힘든 게 삶에 대한 집착이다. 말기 암 환자조차 고작 몇 달 더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지 않는가. 그러나 요즘 들어 죽음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의 연명의료거부 의향서 작성자는 164만명으로, 5년 전보다 16배나 늘었다. 이들처럼 무의미한 삶의 연장에 집착하지 않으면 고통도 줄어들 것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착각
중년의 한 남편이 아내의 귀가 어둡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나 청각이 안 좋은지를 시험해 봤다. 그는 산책길에 아내를 10m가량 앞서 걷게 하고 뒤에서 "내 말 들려"라고 소리쳤다.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5m, 3m, 1m까지 간격을 좁히며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아내의 귀에 바짝 대고 "이제는 내 말이 들려"라고 물었다. 아내는 짜증 난 듯이 말했다. "들린다고 몇 번이나 대답했잖아!"자신의 청각장애를 모르는 이 남편처럼 우리도 무지와 착각 속에서 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죽하면 예수가 "형제의 눈 속에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의 대들보는 왜 못 보느냐"고 했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존심이 셀수록 더 그렇다. 특히 조그마한 성공이라도 거둔 사람은 자신이 다 알고,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깊은 성찰이 없다면 죽기 전까지 아집과 미몽에서 헤어나기 힘들다.사람은 저마다의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본다. 편견과 착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드물지만 색안경을 벗고 가려진 실체를 보는 사람이 있다. 깨달은 사람, 성자(聖者)라고 한다. 그들이 설파하는 인간의 가장 큰 착각이 있다. 내가 몸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고통은 여기서 비롯된다. 벗어날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몸은 내 뜻과 상관없이 늙고 병들고 결국 소멸한다. 내 맘대로 못하는 것을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성자들의 가르침은 한결같다. 인간이 육체가 아닌 영적 존재(참나)임을 알라는 것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급발진 미스터리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선뜻 이해하기 힘든 교통사고가 났다. 천천히 가던 SUV 승용차가 갑자기 시속 100㎞ 넘게 급가속해 달리다가 수로에 빠진 것. 이 사고로 운전자인 60대 할머니는 중상을 입었고, 함께 탑승한 10대 손자는 숨졌다. 이상한 점은 SUV 승용차가 수로에 빠지기 전에 모닝 차량을 들이받고도 600m나 더 달렸던 것. 혹시 운전자 잘못일까. 충돌 사고를 내고도 계속 가속페달을 밟은 것일까. 도주 차량이 아니라면 그럴 리가 없다. 실수였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 할머니는 8년간이나 손자를 차에 태워 등하교시켰다. 또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이게 왜 안 돼"라는 할머니의 당황한 음성이 녹음돼 있다. 차를 세워야 하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여러 정황상 자동차 급발진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동차 결함을 밝혀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입증 책임이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 탓에 지난 5년간 신고된 200여 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 중 차체 결함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자동차도 기계일진대 유독 급발진 관련 고장은 없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도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국민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알리지 않았다면 조용히 묻혔을 것이다. 유족의 호소에 동의하는 국민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국회가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급발진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제조사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허석윤 논설위원
[월요칼럼] 지방시대, 지방은 준비됐나
올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임기 초 20%대 초반까지 급락했던 것에 비해 많이 올랐다. 무엇보다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카드를 꺼낸 게 주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추진력이다. 알다시피 개혁이란 게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법 아닌가. 노동, 연금 같은 휘발성 강한 이슈일수록 더 그렇다. 자칫 잘못 건들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역대 정권의 개혁이 말잔치로 끝난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어떤가. 지금까진 개혁을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국정 운영에 단점도 적지 않지만, 결단력·추진력은 장점이다. 개혁을 비롯한 해묵은 난제는 정면돌파가 해답이다. 지방민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뚝심'을 주목하는 지점이 또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골자로 하는 '지방시대' 구현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모든 정부도 지방발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부분 '희망고문'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빈 수레가 가장 요란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은 최고의 허언이었다. 지금 지방의 현실은 어떤가. 발전은커녕 수도권 블랙홀에 갈수록 쪼그라든다. 경제는 바닥을 기고 인구는 줄어든다. 지방소멸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지방은 망하는데 수도권만 계속 잘살 수는 없다. 세상에 그런 나라는 없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서울 공화국 체제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윤 대통령이 지방발전을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하는 건 아주 다행이다. 예전처럼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리란 기대도 크다.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지방시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정책 방향도 현실에 부합한다. 특구 조성을 통한 교육·산업 활성화는 지방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책 추진 방식이 지방 주도형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쉽게 말해 중앙 정부가 '멍석'은 깔아 줄 테니 지방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세부 사업을 발굴·운영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중앙 정부의 권한 이양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국가산단 유치업종 변경, 지역대학 재정지원 등 6개 분야 57개 권한의 지방 이양은 이미 결정됐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 권한확대도 상당폭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전례 없이 큰 선물보따리를 풀고 있으니 이제 지방 발전은 시간문제인 걸까. 낙관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지방 스스로 준비됐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균형발전과 분권의 주체로서 지방정부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끌 역량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존의 낡은 관행과 타성부터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무겁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구태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기초 단체일수록 단체장의 전횡이 끊이질 않는다. 선심성 예산을 흥청망청 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정부 견제는 고사하고 지방의회 자체가 각종 비리와 추문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또 지방자치제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방 정치권의 각성과 함께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감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 수 있다. 허석윤 논설위원 허석윤 논설위원
[논설위원의 직터뷰]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 "디지털 매핑 이어 AR 도입…과학관 같은 역사박물관 만들겠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어디든 땅을 파면 유적과 유물이 발견될 정도니 도시 자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신라 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집약해 놓은 곳이 경주박물관이다. 쌀쌀한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23일, 박물관 정문을 들어서자 깨끗하게 정돈된 조경이 쾌적한 느낌을 준다. 몇 발짝 걷자 메인 전시관인 신라역사관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건축미가 돋보이지만, 전체 주변 풍경은 꽤 낯설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예전에 이곳에 왔던 건 수학여행 때 딱 한 번, 그것도 무려 40년 전이었으니. 오랜 세월을 핑계로 내 기억에선 희미해졌지만 경주박물관은 그 반대였다. 세월을 자양분 삼아 생명력을 키워가고 있다. 박물관의 역할도 단순한 유물 전시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보고, 즐기고, 추억을 쌓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박물관 문외한일지라도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 당초 경주박물관에서 신라역사관과 미술관, 특별전시관, 영남권 수장고 등 거의 전체 시설을 돌아볼 생각은 없었다. 더구나 있는 줄도 몰랐던 박물관 내 커피숍에 앉아 멀찍이 떨어져 있는 월정교를 보게 될 줄도 몰랐다. 그건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의 친절한 안내 덕분이었다. 그날 운도 좋아서인지 때마침 열리고 있던 특별전(金鈴·어린 영혼의 길동무)도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다. 신라 능묘 금령총에 묻힌 아이의 삶과 사후 여정을 대형 영상으로 보는 것도 인상 깊었다.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기술 덕에 전시 유물의 생동감이 온전히 전해지는 듯했다. 분명 박물관은 살아 있다. 관람과 견학의 고유 역할에 더해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앞으로 박물관은 어떻게, 얼마나 더 진화할까. 지난해 9월 부임해 경주박물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함순섭 관장으로부터 박물관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진화하는 경주박물관 "박물관은 이제 유물과 첨단기술 공존 내부 시설 싹 바꿔 관람 최적화하고 영상 접목 등 전시관 디지털화 속도 비밀 품은 월지유물 프로젝트도 추진"▶본인 소개를 하자면."경주 쪽샘(황오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곳은 그 당시에도 유적 발굴이 활발했기에 학교를 오가는 길에 발굴현장을 보는 게 일상사였다. 어릴 때여서 무슨 이유였는지는 몰랐지만 땅을 파헤쳐 나온 물건들을 붓으로 털고 하는 작업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나중에 경주어린이향토학교를 다니면서 문화재 발굴의 의미를 알게 됐다. 경주에서 태어난 덕에 역사문화 프로그램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게 향후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고등학교(경주고) 졸업 후 경북대와 대학원에서 사학과 고고학을 전공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리고 직장을 구할 시점에 아무래도 문화재 관련 업무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근무지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는데 그곳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또한 나뿐만 아니라 학예사, 큐레이터, 관장 등 박물관 종사자 중에 경주 출신이 가장 많다. 어릴 때 체험한 문화적 정서의 영향이 그만큼 큰 것 같다."▶거쳐온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박물관 업무와 관련해 상당한 능력을 갖춘 듯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본인의 경쟁력은."대단한 능력자는 아니고 관심을 두고 노력한 부분은 있다. 우선 기획전시를 많이 했다. 그중 10여 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내 최대 규모 고분인 '황남대총' 특별전을 연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 최고 박물관에서 신라 문화의 정수를 소개했다는 점과 함께 당시로선 생소했던 스토리텔링 기법을 고고학 전시에 접목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느껴지는 고고학을 대중적 글쓰기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는데, 그 덕분인지 전시 기간에 발간했던 도록이 완판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또 행사가 끝난 후 전시공간이 G20회의장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박물관의 다양한 활용도를 목격하기도 했다. 이외에 고고학 전공자로서 도면을 해석하고 그리는 데 익숙하다. 이런 장점이 반영돼 박물관 신축 및 이전 작업에 많이 관여했다. 중앙박물관 용산 이전, 부여박물관 재개관, 김해박물관·대구박물관 신축에 참여했다."▶오랜만에 와보니 예전에 알던 박물관이 아니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가장 많이 바뀐 것은 전시관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진 것이다. 경주박물관도 1975년에 지어진 건물 외관은 그대로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조명과 진열장 등이 관람에 최적화됐고, 전시관 입구는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실내 디자인도 품격을 갖췄다. 또한 전시관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제 박물관은 고대 유물과 현대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장소인 셈이다. 우리 박물관에선 이미 디지털 매핑 영상을 적용해 이차돈 순교비를 비롯한 유물 전시에 활용 중이다. 유물에 담긴 스토리를 입체적이고 생생한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와 함께 휴대폰으로 관람의 재미를 배가할 수 있는 AR(증강현실)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관람객의 눈높이에 맞게 박물관도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주박물관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하고픈 일은."가장 중요한 게 이용에 차별이 없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박물관이 오래된 편이라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형편이다. 박물관을 찾는 누구라도 불편함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편의시설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리고 월지프로젝트도 10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월지(月池)유물은 3만3천점이나 되지만 70년대 중반에 발굴돼 대부분 수장고에 쌓여 있는 상황이다. 박물관 직원들이 먼저 건의해 시작하게 됐는데, 월지유물 분석을 통해 통일신라의 생활문화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경주 문화관광의 시작과 끝"차별 없는 박물관 이용이 가장 중요 장애 노약자 편의시설 확충에 주력 수려한 조경 속 휴식…석양도 일품 체험 가득한 천년보고 봄나들이 추천"▶경주박물관에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줄 몰랐다."박물관 정원에 다보탑과 석가탑 모형이 있는데 그걸 진짜 탑으로 아는 사람도 일부 있다. 모형을 전시하는 건 박물관 취지에 맞지 않기에 그 탑들은 남쪽 부지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박물관 뒤뜰에 있는 고선사 삼층석탑과 건물지를 옮길 계획이다. 고선사는 원효대사가 주지로 있었던 유서 깊은 사찰인데, 1970년대 덕동댐 공사로 수몰되기 전 탑과 건물지가 지금 자리로 급하게 옮겨진 것이다. 고선사탑을 중앙 정원에 다시 옮긴 후에는 AR기술을 이용해 탑과 함께 옛 고선사 모습을 영상으로 다 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과학관 같은 박물관인 셈이다. 성덕대왕 신종, 신라금관에 더해 고선사 탑도 경주박물관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경주박물관 100배 즐기기 팁 같은 것도 좋고 마무리 인사를 해달라."박물관은 단지 유물을 관람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깼으면 좋겠다. 먼저 매년 이슈가 되는 주제로 여는 기획전시회를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경주박물관은 조경미도 뛰어나다. 곧 봄이 오면 50년 된 벚나무와 꽃들이 만개해 수려한 자태를 뽐낼 것이다. 또 커피숍에서 보는 석양도 일품이다. 올해 경주박물관 방문객이 130만명쯤 될 것인데, 모두가 편안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아가 우리 박물관을 경주 역사문화관광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만들고 싶다."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함순섭 관장 주요 경력=△중앙박물관 고고부 학예연구사 △중앙박물관 개관전시팀장 △대구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 △대구박물관장
[자유성] 푸틴의 오판
푸틴은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952년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나치 독일의 잔혹한 레닌그라드 봉쇄 작전으로 대부분 죽거나 다쳤다. 어린 푸틴은 불행했다. 쥐가 득실대는 공동주택에서 살았고 체구도 작았다. 또래에게 수시로 얻어맞는 동네 '왕따'였다. 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싸움의 기술을 터득해 '한주먹' 하는 비행청소년으로 컸다. 이에 관해 푸틴은 자기 싸움의 비결을 자랑스레 술회한 적도 있는데, 속된 말로 '선빵'이었다. 사실 선빵은 특별할 게 없다. 누구나 아는 흔한 싸움 기술이다. 하지만 푸틴에게 선빵은 길거리 싸움 차원을 넘어 인생 모토가 됐다. 유용한 권력 쟁취 수단이었다. 아마 KGB 요원 시절에 제대로 갈고 닦았을 터. 지금까진 정치적으로 성공했다. 20년 넘게 권좌를 유지하는 데는 선빵 비기(秘技)가 한몫했다. 알다시피 그는 권력에 위협이 될 만한 정적과 언론인들을 일찌감치 죽여 없애지 않았나. 그는 이쯤에서 만족하지 않고 종신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아마도 그 길에 걸림돌이 될만한 사람들 역시 미리미리 제거하려 할 것이다. 푸틴의 정신세계를 봤을 때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는 '위대한 러시아'를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속내는 자신이 제정러시아의 위대한 황제가 되고픈 것이다. 이 같은 망상은 오판을 부르기 마련이다. 푸틴이 3일 만에 끝낼 줄 알았던 전쟁이 벌써 1년도 넘었다. 이 비극의 결말은 푸틴 자신과 러시아의 몰락이 될 가능성이 크다. 허석윤 논설위원
[자유성] 맨발걷기
언제부턴가 맨발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도심 숲과 공원, 야산 등지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중·노년층이지만, 어린 자녀까지 동반한 맨발가족도 더러 있다. 인터넷 매체나 유튜브 등에서는 맨발걷기 예찬론이 넘쳐난다. 심지어 전립선암 말기였던 70대 노인이 맨발걷기를 한 지 두 달 만에 완치됐다고 한다. 반신반의하게 만드는 뉴스지만, 어쨌건 맨발걷기의 건강 효과만큼은 부인하기 힘든 것 같다. 맨발걷기는 왜 좋을까. 그 이유가 생각보다 많지만 크게 간추리면 두 가지다. 첫째는 지압효과다.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발바닥의 경혈점들을 두루 자극해 혈액 순환과 장기 기능을 개선한다. 두 번째는 접지(earthing)효과다. 인체에는 2~5볼트의 전류가 흐르는데 맨발로 흙에 접지하면 자유전자가 유입돼 0볼트가 된다. 이렇게 중성화되면 활성산소가 배출된다. 또 과잉 활성산소와 함께 만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체내 정전기도 빠져나간다. 사람마다 체감하는 치유 효과는 제각각이지만 면역력 강화와 체질 개선, 피로 감소 등은 공통적이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충분하다. 해외 여러 연구팀들은 실험을 통해 접지가 고지혈증, 만성 염증과 상처 개선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사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맨발걷기가 좋은 이유는 누구나 알만하다. 현대 성인병 대부분이 자연과의 단절 탓 아니던가. 신발로 차단된 땅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돈이 안 든다는 것도 맨발걷기의 장점이다. 손해 볼 일이 없기에 필요한 건 조금의 용기다. 허석윤 논설위원
[영남시론] 리더 리스크
인간과 유사한 원숭이 행태를 보여주는 실험들이 여럿 있다. 그 중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이 밝혀낸 사실이 꽤 흥미롭다. 실험결과를 축약하면 이렇다. 붉은털원숭이 수컷들이 체리주스 마시기를 포기할 정도로 보고파 하는 게 있었다. 암컷 뒷모습과 그들 우두머리 사진이다. 원숭이 수컷이 암컷의 성적 이미지에 매료되는 건 그나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두머리 모습은 왜· 안타깝게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당사자(원숭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추론만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우두머리에 대한 관찰은 진화의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속성’이라고 결론 내렸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뭔가 미흡하다. 원숭이는 보기보다 정치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행위는 권력에 대한 경외와 욕망의 표현 아닐까. 원숭이 우두머리의 존엄은 무엇을 뜻하는가. 원숭이들이 저 정도라면, 호모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정치적 인간)의 DNA에는 더 강한 리더숭배 본능이 각인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지도자가 손쉽게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선한 지도자보다 악한 독재자의 파괴적 영향력이 세다는 사실이다. 굳이 히틀러 같은 과거의 미치광이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금 푸틴의 광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과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가. 그리고 푸틴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세계 도처에 지도자 리스크가 상존한다. 야욕과 망상에 젖어있거나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어떤가.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여야 리더들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정치 리스크를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야권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단단히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당 대표라지만 이재명 개인의 범죄혐의를 감싸고도는 민주당의 행태가 보기 딱하다. 특히 ‘방탄의원단’을 자처하는 친명계의 결기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들은 검찰이 없는 죄명을 만들어 야당탄압을 한다고 주장한다. 궁금해진다. 머지않아 명백한 증거와 함께 가려져 있던 죄명이 드러나면 그땐 또 뭐라 할런지. 범죄유무와는 별도로 그가 정치리더로서 도의적 책임감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신을 주군처럼 모셨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돼도 아무런 말이 없다. 측근들의 개인 비리라서 본인은 몰랐단다. 미국의 전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명언이 생각난다. “리더십이란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고, 잘된 것에 대한 공로는 부하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재명리더십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여권이라고 해서 사정이 그리 낫지는 않다. 윤석열리스크도 만만찮다. 준비 안 된 대통령의 한계가 너무 큰 탓일까. 국민 신뢰도가 낮아도 너무 낮다. 임기 초부터 지지율이 30%대를 넘지 못한다. 왜 그런지는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이유들이다. 정책과 인사 난맥, 실언 등 표면에 드러난 문제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검사스러움에서 벗어나 국가 지도자에 걸맞는 리더십과 소양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윤 대통령 스스로의 성찰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공자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지 않았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가슴에 늘 새겨야할 가르침이다. 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
[영남시론] 이태원 참사가 남긴 것
정말 믿기 힘든 참사다. 서울 한복판에서 156명이 압사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것도 주로 20~30대의 젊은이들이. 과거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구지하철이 불타고,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처럼 전 국민이 또다시 트라우마를 겪게 됐다. 세월호 이후 다시는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기대했다. 그때 정부와 정치권이 국가개조론까지 내세우며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그래서 대형 재난 예방과 대응 능력이 향상됐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그 모든 게 헛된 기대와 착각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이번 참사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우선, 집단적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경찰과 행정 당국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당일 이태원에 10만명이 넘는 축제 인파가 몰릴 것을 알면서도 안전대책에 손 놓고 있었다는 게 쉽게 이해가 안 간다. 안전을 책임질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기에 더욱 그렇다. 경찰은 턱없이 적은 인원을 배치했고, 그마저도 교통과 치안 업무만 맡았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인산인해의 군중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이태원 상황은 최근 정치적 시위 현장에서 민간인보다 경찰이 많은 것처럼 보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번 참사도 결여된 안전의식 외에 우리 사회의 여러 병폐를 드러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타락한 인성과 이기주의다. 사고 현장에서 일부 사람들이 보인 몰상식한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수많은 이들이 생사를 오가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도 몇몇 클럽은 팝송을 한껏 틀어 놓고 영업을 했다. 그리고 문을 걸어 잠그고 대피하는 사람이 못 들어오게 한 가게도 있었다. 또 한 클럽 전광판에는 '이태원 압사 ㄴㄴ(노노) 즐겁게 놀자'라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이들 업주는 사람 목숨보다 돈벌이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근처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술과 유흥을 즐기는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구급차의 붉은 경광등을 조명 삼아 떼춤까치 추는 무리도 있었다. 이들을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한 네티즌의 말대로 이태원 핼러윈은 귀신들의 축제가 아니라 악마들의 놀이판이었던 셈이다. 물론 악마는 말초적 쾌락에 영혼을 팔아먹은, 인두겁을 쓴 짐승들이었다. 이들 외에도 세월호 사고 때처럼 희생자들을 조롱, 모욕하는 인간말종들도 있다. MZ세대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함께 사는 사회라는 공감대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쉽다.물론 이태원 참사에서 절망만을 본 건 아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가 몇 시간이나 심폐소생술을 하고, 서로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어 사고 현장을 가려준 사람들이 있었다. 또 어떤 시민들은 난간 위에서 골목길에 갇힌 사람들을 손으로 끌어올려 구해주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영웅담을 자랑하기보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런 의인들이 언제 어디에나 있기에 우리 사회는 살 만하고 희망이 있다. 집단 참사는 늘 교훈을 남기지만 우리는 쉽게 잊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꽃다운 청춘들의 죽음을 더욱 허망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으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재난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안전체계가 절실하다. 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
[영남시론] 포항을 빛낼 여명의 환동해
지난주 포항에서 환동해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 낯설지는 않았다. '환동해시대'란 용어를 접한 지 꽤 오래됐기 때문이었다. 족히 20년은 넘은 듯. 그럼에도 환동해시대의 현주소를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미래형 시제로 읽힌다. 다시 말해 거창한 비전에 비해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가 미흡하다는 말이다. 이런 평가는 과문하고 성마른 필자의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환동해시대의 토대인 환동해경제권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건 사실이다.환동해경제권은 동해를 끼고 있는 한국과 일본, 중국 동북부, 극동 러시아를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묶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이 같은 구상은 1991년 당시 소련 대통령이었던 고르바초프의 제안으로 공식화됐다. 현재까지 4개국 11개 거점 도시가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포항을 비롯해 울산, 동해, 속초 등이 회원 도시다. 1994년 일본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지난해까지 26차례 회의를 이어왔으니 환동해경제권에 대한 공감대는 확고히 다져진 셈이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구상과 협의 수준을 좀처럼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이다.사정이 이런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 우선 혼미한 국제정세와 무관치 않다. 미-중·러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얽히고설킨 각국의 이해관계가 지속가능한 교류,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비슷한 맥락에서 환동해권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남북관계 경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까지… 사면초가의 형국이다.환동해시대의 걸림돌은 또 있다. 다른 나라들 사정이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한국의 경우 동해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지극히 미흡하다. 실제로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지역은 정부의 해안권 발전 정책에서 '왕따' 신세였다. 서·남해안 위주의 L자형 개발 탓에 턱없이 부족한 동해안의 교통 인프라만 봐도 그렇다. 과거 20년 넘게 질질 끌다가 겨우 확장된 국도 7호선 말고는 경북과 강원 동해안(포항~영덕~삼척)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도 아직 없다. 그나마 포항~영덕 구간이 내년에 개통된다지만 서해안 고속도로(2001년), 남해안 고속도로(1973년)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북 동해안 숙원 사업인 영일만대교 건설도 대통령 공약에도 불구하고 발목이 잡혀 있다. 이해가 안 간다. 포항 출신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절에 지역 정치권은 도대체 뭘 했을까. 당시 영포회나 형님예산 같은 논란이 없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까. 경북도 역시 동해안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문이지만, 지난 일을 일일이 따진들 뭐하겠나. 다만 4년 전 포항에 환동해본부를 신설한 만큼 과거와는 다른 실효적 정책 수립과 지원이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환동해본부의 위상과 역할 강화가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환동해권은 인구 1억5천만명에 GRDP 2조달러대의 미개척 시장이다.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의 신성장 산업과 관광, 물류의 블루오션임에 틀림없다. 환동해 이니셔티브를 거머쥐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지금 환동해경제권은 다중 악재로 인해 시계 제로 상태다. 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일출은 가까운 법. 어쩌면 환동해시대의 여명은 이미 영일만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포항은 환동해 허브도시 자격과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었고, 액션플랜 실행 단계에도 근접해 있지 않은가. 모쪼록 포항시가 환동해의 새 돌파구를 통해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국제도시로 도약하길 기대한다.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
[영남시론] 요지경 지방선거
고대 그리스 사상가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주창했다. 간단히 말해 현명한 철인(우주 만물의 원형인 '이데아'를 인식하는 철학자)이 통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는 것. 플라톤이 철인정치에 천착한 이유는 타락한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 때문이었다.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를 죽인 중우정치의 폐해보다 현명한 독재가 낫다고 여겼을 터. 하지만 현실에서 독재자가 현명한 경우가 있던가. 권력에 미쳤거나 잔혹했을 따름 아니었나.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낫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최선이 아난 차악의 정치모델일 뿐이다. 제도 자체의 맹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가 그렇다. 과연 지금과 같은 선거가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공동선에 부합할까? 이에 대한 비판론자도 적지 않은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가 대표적이다. 그는 다수결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음을 수학으로 증명했다. 소위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다. 이외에도 투표의 역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더 나은 대안도 없으니 어쩌겠는가. 운용의 묘를 살려 민의의 왜곡을 최소화시키는 게 그나마 최선이다.사실 선거의 진짜 문제는 제도적 한계에 있는 게 아니다. 정해진 룰조차 무력화시키는 편법과 반칙에 있다. 우리나라 선거를 보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지 더욱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공정경쟁은 사라지고 꼼수대결이 난무하니 선거판은 늘 혼탁하고 후유증도 심하다. 특히 지방선거가 요지경 속이다. 선거때마다 돈과 연줄을 동원한 온갖 비리와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선거판이 하도 해괴하다 보니 무능하거나 사리사욕만 챙기는 사람들도 쉽사리 당선된다. 사정이 이러니 지방선거가 지방을 망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지방 정치인도 있지만, 지방발전을 견인할 만큼 다수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이번 제8회 지방선거도 역시나다. 과거 선거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다. 하긴 정당 공천제의 족쇄가 풀리지 않는데 애초부터 지방선거에 대해 기대할 것도 없었다. 알다시피 정당 공천제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지역은 호남과 대구경북(TK)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일당 독점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어불성설이다.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이 아닌 중앙당과 국회의원 머슴을 뽑는 선거로 변질된 지 오래됐건만 바로잡힐 기미가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국회의원들이 지방 정치인을 계속 수족처럼 부리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포항을 비롯한 TK지역 곳곳에서 불거진 사천(私薦)파동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빚어진 일 아닌가.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내일부터 시작되지만 TK에선 선거가 끝난 거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대부분 후보들은 스스로 똥 볼 안 차고 표정관리만 잘하면 될 터이다. 더구나 선거운동조차 안 해도 되는 무투표 당선자들도 수두룩하다. 물론 그 후보들은 행복하겠지만 지방정치에는 불행이다. 약삭 빠르게 줄을 잘 서거나, 윗선에 대한 충성으로 자리를 꿰찬 정치인일수록 위험하다. 그들 중 일부는 일 안 하는 농땡이 정도가 아니라 지방을 망치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지방선거가 아무리 마뜩잖아도 '그들만의 리그'로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정치를 외면한 자의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플라톤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건 지방선거에는 딱 맞는 경구다.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
[영남시론] 1류 국민, 4류 대선
데이비드 호킨스(1927∼2012) 박사는 현대의 가장 탁월한 영성 연구자이자 영적 스승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인간 영혼을 성장 단계별로 분류한 '의식(意識)지도'의 창시자로 명성이 높다. 의식지도란 게 일반인에겐 생소하고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의식이란 개념 자체도 모호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의식이란 사람의 영적인 수준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그런데 영성이란 것도 워낙 신비롭고 불가해한 세계 아닌가. 일부 논란과 비판이 있긴 하지만 의식지도는 영성(의식)의 세계에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호킨스 박사에 따르면 인간 의식 수준은 검증 가능하다. 20년간 수백만 번의 임상 시험(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운동역학테스트)을 통해 얻어낸 결과라고 한다. 의식지도는 인간의 의식 수준 척도를 0에서 1천(룩스) 사이로 규정한다. 0은 죽음의 상태고 1천은 붓다나 예수 같은 화신의 경지다. 의식의 부정성과 긍정성을 가르는 기준은 200레벨로, 이 수준은 '용기'에 해당한다. 200 이하로는 자존심(175), 분노(150), 욕망(125),두려움(100), 슬픔(75), 무기력(50),죄의식(30), 수치심(20) 같은 고통에 시달린다. 살아서 겪는 지옥의 상태다. 반대로 200 이상은 250(중용), 자발성(310),350(포용), 이성(400), 사랑(500), 기쁨(540), 평화(600), 깨달음(700~1천)까지의 영적 진화 단계가 있다. 의식지도상의 수치는 단순한 산술적 개념이 아니라 로그 값을 취하기 때문에 각 척도 사이의 힘과 에너지 격차는 실로 엄청나다. 평균적인 사람의 경우 평생 5 이상의 의식 상승이 드물 정도라고 한다. 의식지도가 제시하는 인류의 의식수준은 어떨까. 과거 수세기 동안 190 이하에 머물렀으나 1980년대 중반에 200을 뛰어넘었다. 인간의 집단적인 영적 진화가 극적으로 이뤄진 대사건이었다. 이어 1999년에는 207을 넘어서며 갈수록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류의 78%는 200 이하의 부정적 의식 상태에 머물고 있다. 다소 장황하게 의식지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한국인의 의식수준이 경이롭기 때문이다. 호킨스 박사에 따르면 한국의 의식수준은 375, 한국인은 310이다. 한국과 한국인 차이의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어쨌거나 무려 인류 평균보다 100 이상 높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게 맞다면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일찍이 '한국은 동방의 등불'이라고 말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K팝·영화 등의 한류문화가 지구촌을 휩쓰는 게 우연이 아닌 듯하다. 어쩌면 한국인의 의식수준이야말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초일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에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가장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정치분야다. 27년 전에 이건희 삼성 회장이 4류라고 일갈했던 한국정치는 그동안 얼마나 나아졌을까.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보면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3~4류로 여긴다. 사정이 이러니 정치가 국민을 보살피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현실인 것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도 마찬가지다. 우려했던 대로 역대급 저질 막장선거 양상이다. 만약 이번 대선판 수준을 의식지도 위에 놓고 보면 어떻게 될까. 알다시피 주요 후보들이 표출하는 의식과 감정은 주로 분노, 갈망, 경멸, 비난 등으로 점철돼 있다. 이는 상당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의식척도 100~170)여서 사회 전반에 심대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모쪼록 기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끝내줬으면 한다. 그래서 청와대를 나온 후 죽거나 감옥 가는 대통령 잔혹사는 더 이상 없어야겠다. 그래야 4류 정치를 벗어날 수 있다.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
전태선 대구 달서병발전協 회장 취임
전태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구여성특보단장은 최근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행복새마을금고에서 달서병발전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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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구청장 이태훈)와 국립대구과학관(관장 백운기)은 지난 10일 공립전문과학관 건립 및 과학문화 교류를 통한 과학문화 확산 협력을 위해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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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Carpos) 중구지회(지회장 조현철)는 지난 9일 중구청을 방문해 이웃돕기 성금 156만원을 기탁했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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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 때 외국 의사 의료행위 허용…대구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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