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행복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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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8 06:58  |  수정 2024-02-28 07:03  |  발행일 2024-02-28 제27면

사람들은 무엇이든 순위를 매겨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극히 주관적인 '행복'마저도 비교 대상이다. 이미 전 세계인의 행복 수준을 재는 잣대도 여럿 있다. 그중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게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다. 150여 개국의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은 이렇다. 우선 국민 1천명이 직접 선택한 삶의 만족도(최저 0점~최고 10점)를 매긴다. 여기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등 6개 항목 점수를 합산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7위로 국가 경제력에 비해선 낮은 편이다.

세계행복보고서는 매년 3월20일에 발표된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날은 UN이 2012년에 정한 '국제 행복의 날'이다. 기념일을 선포했던 그때 총회에서 UN은 "행복은 인간의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지구 차원의 평등과 가난 구제 등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물론 UN이 전 세계인의 행복 증진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간의 목적을 행복으로 못 박고, 행복을 계량화하는 건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행복의 개념을 지나치게 표피적이고 단순화한 측면이 있어서다.

행복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외부 대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래서 더 많은 돈과 권력,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욕망의 빈 잔은 채워지는 법이 없다. 갈망할수록 불만족과 고통만 늘어난다. 동서고금의 현자들은 진실을 안다. "행복과 불행은 같은 것이다. 행복에 목매지 않으면 불행도 없다. 그게 진정한 행복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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