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청소년 우울증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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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7 06:46  |  수정 2024-02-07 06:59  |  발행일 2024-02-07 제27면

지난달 15세 중학생(A군)이 배현진 국회의원을 돌덩이로 마구 폭행한 건 미스터리한 사건이다. 단독 범행인지, 구체적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A군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경찰조사에서 A군 스스로도 정신질환(우울증)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A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이상 행동을 보였다. 친구를 상대로 괴롭힘과 폭력, 성희롱, 스토킹을 일삼았다고 한다. 그런 공격 성향에 더해진 비뚤어진 정치 신념이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A군이 저지른 짓은 용서받기 힘들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A군처럼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치료가 우선이다. 그게 재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마음의 병'을 앓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10대 청소년은 2018년 2만8천여 명에서 2022년 4만6천여 명으로 늘었다. 4년 만에 무려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건수도 연간 수십만 건에 이른다. 이에 더해 남에게 숨기는 우울증 특성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청소년 환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최근 10대의 자해·자살 시도가 급증하는 것도 우울증이 원인이다.

청소년 우울증은 단지 본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A군처럼 공격·충동 성향이 밖으로 발현되면 사회를 위협하는 범죄가 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성 학대, 폭력, 마약 등 청소년 정신 건강을 좀먹는 SNS 저질 콘텐츠 규제부터 필요해 보인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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