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탐욕과 인욕

  • 허석윤
  • |
  • 입력 2025-04-30  |  수정 2025-04-30 07:11  |  발행일 2025-04-30 제27면
한국 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10여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내가 살던 아파트 바로 앞동 옥상에서 중학생이 투신한 사건이었다. 이유가 기막혔다. 그 학생은 전교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중간고사를 망쳐 부모에게 야단맞을까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 학생의 어머니는 시험성적이 조금만 안좋으면 체벌까지 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이같은 비극은 흔히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 탓으로만 치부된다. 틀린 건 아니지만 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부모가 진짜 바란 게 자식의 행복일까, 아니면 자식의 성공을 통해 채우려던 자신의 욕망일까.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소유하고, 인정받고, 오래도록 살고 싶어한다. 죄(罪)될 게 없다. 오히려 이런 본능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다만 넘지 말아야 할 적정 수준이 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지나친 욕망은 그 자체가 괴로움이다. 불교에서 가르치는 중생의 3독(毒) 고통 중 하나가 탐욕(貪慾)이다. 이를 갈애(渴愛)라고도 한다. 마치 목이 타는 것처럼 욕망에 대한 집착을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유독 탐욕스러운 자들이 있다. 돈·권력에 굶주린 아귀와 같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런 부류와 상종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로 얽매여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악연은 인생의 또 다른 고통이다. 인욕(忍辱)의 세월을 보내는 수밖에. 그나마 좋든 싫든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물론 탐욕에 취하지 않고 인욕을 견디며 살기란 쉽지가 않다. 허석윤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허석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