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리더십 공백 덮친 관세 폭탄…대구경북 차부품·철강 ‘퍼펙트 스톰’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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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6 20:51  |  발행일 2025-04-06
美관세 리스크 커지며 산업 현장선 생존 압박
대선정국 전환으로 경기부양책 가동 불투명
“조기 추경 편성과 적정환율 유지 대책 절실”
대구 성서산단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 성서산단 전경. <영남일보 DB>

6일 오후 대구 달성공단 내 한 자동차부품 2차 협력사 창고. 출고를 기다리는 북미향 조향장치 부품 박스 위로 '관세 할당' 관련 공문이 붙어 있다. 현장 관리자 김석호씨(50)는 "미국에서 관세를 올린다는 소식에 원청업체로부터 단가 인하 압박이 먼저 내려오고 있다"며 "정치권이 대선 정국에 함몰된 사이 수출 현장은 당장 다음 달 물량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 수출의 23.4%, 경북 수출의 16.2%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며 지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리더십 공백이 현실화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자동차부품 및 철강 관세 부과가 지역 주력 산업의 생존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대행 체제가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경제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자동차부품 업계다. 대구의 제1 수출국인 미국은 지난해 대구에서 5억1천만 달러 어치, 경북에서 9억2천만 달러 어치의 부품을 수입했다. 대구는 달성군(대구국가산업단지, 달성1차산업단지 등)과 달서구(성서산업단지 등)에, 경북은 경주(외동산업단지, 문산산업단지 등)·경산(경산지식산업지구, 진량산업단지 등)·영천(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부품기업이 밀집돼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 대부분이 완성차에 소재를 납품하는 협력사 구조인 탓에 다음 달로 예정된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범위 확대는 곧바로 채산성 악화로 직결된다. 대구 895개사, 경북 1천22개사에 달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 파생상품 수출 기업들 역시 보호무역주의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었다.


내수 시장의 소비 침체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밀집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지갑 사정 악화, 인근 식당 등 상가의 매출 감소로까지 번지는 이른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호순씨(45)는 "대선 일정이 잡히고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저녁 단체 예약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멈춰 선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소비 위축으로 침체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권한대행 체제의 정책 집행은 사실상 멈춰 섰다. 경제계는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10조 원 규모의 정부안을 넘어서는 과감한 재정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JP모건과 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경기 하방 압력을 방어하기 위해 20조~2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이 편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에서는 조기 추경 편성과 환율 방어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 관계자는 "부품과 중간재를 공급하는 지역 기업 특성상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억제할 적정 환율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재정 및 금융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대선 일정이 확정되면서 추경 논의가 뒤로 밀릴 경우 중소기업들의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미국발(發) 보호주의와 중국의 공세로 한국의 주력 산업과 첨단 미래 산업이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경제 불확실성 해소와 대외 리스크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중소기업계는 정치권이 대선 정국에 함몰되기보다 실질적인 경기 부양책 마련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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