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을 대구 동구 신암1동 자율방재단 대표. <최기을 대표 제공>
대구 동구 신암1동에는 마을의 궂은일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최기을(66) 신암1동 자율방재단 대표다. 열정과 몸동작은 30대 젊은이도 따라갈 수가 없을 만큼 날렵하다. 부지런함까지 더해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노인정에 공기청정기를 기증하는 등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는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그는 폭설, 태풍, 장마 등 각종 재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봉사하며 재난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사전 예찰 활동은 물론 관과 주민의 가교 역할을 한다. 재난 취약지역 순찰과 침수지역 하수구 정비에도 적극 나서며 이웃과 소통한다.
지난 2021년 7월 어느 날 저녁 돌풍으로 교회의 십자가가 떨어지고 첨탑이 기울어져 주민이 대피하는 긴급상황이 발생했다. 불안정한 기상 상황에 야간 작업을 강행할 인력과 장비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강풍으로 생채기 난 신암1동의 밤은 기울어지는 교회 첨탑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한숨으로 깊어갔다. 기댈 곳이라고는 긴 세월 함께 고민하며 마을을 지켜온 이웃들과 공동체뿐이다.
최 대표는 크레인 업체를 소개받고 전화 한 통에 단숨에 달려와 작업모만 쓴 채 맨손으로 흔들리는 첨탑에 올랐다. 크레인으로 첨탑을 고정하고 절단기로 첨탑의 기둥을 절단하기 시작했다. 아찔한 순간을 여러 차례 지나 첨탑이 내려졌다. 최 대표의 재투성이 된 검은 손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의 안전을 지켜낸 가슴 뭉클한 희생으로 빛났다. 박수 물결은 거대한 회오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감동의 순간이다.
최 대표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45도 정도 기울어진 첨탑이 주택을 덮치면 발생할 피해는 뻔했다. 첨탑을 내려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피해를 막아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초인적인 힘과 용기로 언제 어디서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영화 속 슈퍼맨이 아니라 고달픈 삶을 함께 위로하고 웃게 만드는 현실의 슈퍼맨으로 안전을 지켜준 최대표께 주민들은 진심 어린 감사를 보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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