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하노버는 독일 니더작센주의 주도이자 약 53만명이 거주하는 독일 13번째 도시다. 라이프니츠 대학교와 하노버 음악·연극·미디어 대학교 등 명문 교육기관이 자리한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다. 2017년부터 대구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박시연 트리오의 하노버 공연도 그 연결의 한 장면이다.
2024년 6월20일, 우리는 하노버 재즈클럽 무대에 올랐다. 1966년에 문을 연 이곳은 허비 행콕, 카운트 베이시, 듀크 엘링턴 등 재즈 거장들이 거쳐 간 역사적인 장소다. 노부부의 손길로 후원 운영되고 있는 이 공간은 피아노와 악기 상태 역시 훌륭했다. 오랜 이동으로 지쳤던 몸이 오히려 이곳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관객과 무대가 가까워 긴장과 집중이 동시에 몰려왔고, '희망' '사려니 숲길' '새야' 같은 곡들을 연주했다. 익숙지 않은 선율에도 관객들은 끝까지 몰입해 주었고, 준비한 앨범은 모두 판매되었다. 공연 후, 한 관객이 건넨 우리 모습을 담은 그림 한 장은 지금도 따뜻하게 남아 있다.
다음 날인 6월21일, 하노버 음악축제 무대에 섰다. 이 축제는 1967년부터 시작된 독일 대표 재즈 축제로, 매년 6만명 이상이 참여한다. 시계탑 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는 도시의 중심에 있었고,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지나가던 이들이 걸음을 멈춰 귀기울였다. 함께 무대에 오른 김주권 선생님은 '새야'를 노래하며 하노버 한복판을 울렸다. 이번 투어 중 그의 마지막 공연이었다.(해당 영상은 박시연트리오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연을 마친 우리는 곧장 이탈리아 페사로로 향해야 했다.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던 순간, 엘리스의 어머니가 건넨 과일 도시락과 간식은 뜻밖의 위로였다. 기차 안에서 서서 그 음식을 먹으며, 낯선 땅에서 만난 한국의 정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공연 외 시간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뉴타운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하노버는 붉은 지붕과 녹음이 어우러진 도시 풍경이 장쾌하게 펼쳐졌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지붕이 무너진 채 벽만 남아 있는 아에기디엔 교회는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지금은 평화를 기리는 장소로 남아 있었다.
하노버에서의 이틀은 단순한 공연 여정을 넘어, 도시와 무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교감을 새긴 시간이었다.
다음 여정은 낭만의 나라, 이탈리아. 아드리아해를 끼고 펼쳐진 작은 도시 페사로에서의 공연과 짧은 여름 여행이 이어진다. 음악과 휴식이 어우러진 그 며칠은 어떤 장면들을 만들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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