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내렸다. 올해만 두 번째, 작년 10월 이후로는 네 번째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결국 금통위가 다시 완화 기조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서울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석 달 만의 추가 인하다.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0.25%포인트씩 총 1.00%포인트가 내려갔다.
이번 인하의 배경에는 부진한 내수와 충격적인 1분기 역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로 뒷걸음질쳤고,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모두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정책까지 겹치면서 수출 전망까지 어두워졌다.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분위기다. 성장률 전망치는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도 일제히 0%대 성장을 예측 중이다.
환율 안정도 인하 결정의 주요 배경이 됐다. 4월 한때 1천480원 선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천360원대까지 떨어지며 한은의 부담을 덜었다. 다만 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변동성 확대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계부채 우려도 여전하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5월 들어 3조원 넘게 늘었고, 부동산 시장의 온기도 심상치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금리만 내릴 경우 자산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8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져, 인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종전 1.9%에서 1.8%로 소폭 낮췄다. 물가보다 경기 진단에 무게를 둔 셈이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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