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기표소 보관 위치 몰라 설치에만 수십분
"다른 투표소 찾아가란"황당 답변 듣기도
시선관위 "본 투표 땐 불편함 없을 것"해명

29일 사전투표를 위해 대구 달서구 신당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김모(42)씨가 임시 기표소가 설치될 때까지 1층에서 대기 중인 모습. 독자 제공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당시 대구지역 장애인 유권자들의 온전한 참정권 행사가 침해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대구 달서구 이곡1동 행정복지센터 및 신당동 행정복지센터에 각각 마련된 투표소에서 장애인 유권자들이 수십 분간 투표를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당일 오전 이곡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지체장애인 이모(42)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곳 2층에 있던 사전투표소로 갈 승강기가 없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 이에 이모씨는 선거 관리원들을 통해 센터 1층에 임시 기표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승강기가 설치된 다른 사전투표소를 찾아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선관위에 확인 결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유권자가 승강기없는 투표소를 찾을 경우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시 임시 기표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유권자가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면, 참관인이 유권자를 대신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식이다.
이 씨는 "선거 관리원들에게 투표지원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승강기가 설치된 다른 투표장을 찾아가보라는 말을 전해 들어 황당했다"며 "곧장 대구시선관위에 전화해 항의했다. 그제서야 선거 관리원들이 임시 기표소 필요 여부를 물어본 뒤, 수십 분이 지난 후에야 설치해줬다"라고 했다.
같은 날 신당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지체장애인 김모(42)씨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2층에 있던 사전투표소로 갈 승강기가 없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김씨는 임시 기표소 설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선거 관리원들이 관련 물품 보관 장소를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업무 미흡 탓에 센터 1층 내 임시 기표소 설치에만 30분 넘게 소요됐다.
김 씨는 "사전투표 취지는 누구나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승강기 없는 2층 투표소는 사전투표소로 지정돼선 절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선관위 측은 "선거관리원을 대상으로 사전에 교육을 실시하지만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본 투표일인 3일엔 전체 투표소를 1층 또는 승강기가 설치된 장소에 설치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있을 각종 사전투표 땐 오전 6시부터 임시 기표소를 미리 설치하는 등 이동이 불편한 유권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대구지역전체 유권자 204만8천20명 중 장애인 유권자는 12만6천176명(6.2%)으로 집계됐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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