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15일 오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역대 가장 큰 지진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포항시 북구 환호동 한 빌라 외벽이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영남일보DB
대구지역 기초지자체 간 공공시설물 내진(지진을 견디는 정도) 안전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군과 동구는 정부 목표치인 내진율 80%를 넘어선 반면, 남구·수성구는 목표치보다 한참 못 미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남구는 법정 기준보다 많은 재난관리기금을 쌓고도 5년째 내진 보강에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 '안전 불감'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8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도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대책' 추진 결과를 보면,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내진율은 당초 목표치인 80.8%보다 1.9%p 높은 82.7%를 달성했다. 정부가 내진 보강 대책을 처음 수립한 2011년(37.3%) 대비 내진율이 2.2배 증가했다.
대구지역 내진율 실적은 구·군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달성군은 내진율 100%를 달성했다. 동구·북구 역시 각각 85%, 80.6%로 정부 목표치를 상회하거나 근접했다. 달서구는 2021년 56.7%에서 시작해 매년 3~5%p씩 내진율을 끌어올리면서 2025년 기준 74.5%를 기록 중이다.
반면, 군위군과 중구·남구·수성구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성구는 매년 1건씩 내진 보강에 나서고 있으나, 대구에서 가장 낮은 내진율(51%)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3년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은 내진율 60.7%를 기록했고, 중구는 59.38%에 그쳐 전국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전국 연도별 공공시설물 내진율 현황. <행정안전부 제공>
가장 큰 문제는 남구다. 남구지역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2020년 57.4%에서 2021년 59.1%로 소폭 상승한 이후 지난해까지 멈춰 서 있다. 이는 2017년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전국 각 지자체에서 지진 방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응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 전국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2016년 43.7%에서 2017년 58.3%로 급격히 뛰어올랐고, 2021~2025년에도 10%p(72%→82.7%) 상승한 바 있다.
더군다나 남구는 지난해 재난관리기금을 법정 적립 기준(3억7천500만원)의 313%인 11억7천600만원이나 쌓았다. 누적액으로도 기준액(38억8천700만원) 대비 115% 수준인 44억8천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재정 여력이 있는데도 정작 재난관리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내진 보강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은 셈이다.
남구청 안전총괄과 재난관리팀장은 "실상 포항 지진 전에는 지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낮아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측면이 있다"며 "2030년까지 내진율 10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계획을 작년 말 수립했다. 올해 복지부서에서 정부 지원금(특별교부세)을 받아 경로당 3개소 내진보강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역 공공시설물 내진율 변화 추이 (2021~2025). 자료: 각 구군 재난관리실태 공고
지역사회에선 정부가 발표한 '82.7%'라는 평균 수치가 지역 간 실질적 안전 격차를 숨기는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센터나 경로당 등은 재난 시 대피소로 활용되거나 노약자가 주로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인데도, 데이터와 달리 실제 시민 안전은 지자체장 의지와 우선순위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린다는 것이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대표는 "포항 지진은 대구와 지척인 곳에서 발생한 재난이었던 만큼, 대구에서도 당시 공공시설물 내진 성능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도 시간이 흐르며 관심이 사그라든 결과가 지금의 격차로 나타난 것이다. 대구시 차원의 감독 부실과 기초단체장의 안일함이 맞물려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자치구의 재난관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도시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통합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재난 안전지대가 없는 상황에 당연히 기울여야 할 주의를 놓친 안전 불감증"이라며 "불가피한 이유로 각 구·군에 관리 기능이 쪼개져 있더라도, 도시 전체 경쟁력과 안전 관점에서 대구시가 조정과 관리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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