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중해와 음악 사이를 걷는 유랑길

  •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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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4 06:00  |  발행일 2025-06-03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유럽 네 도시에서 다섯 번의 무대를 지나온 박시연트리오, 어느덧 투어의 중반에 이르렀다. 다음 여정은 이탈리아 페사로. '2024 코리아 위크'에 초청받아 우리는 또다시 악기를 들고 하늘로 올랐다. 지난해 6월20일부터 23일까지, 이탈리아 문화수도로 지정된 페사로에서 열린 이 축제는 음악, 영화, 미술, 음식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다채로운 주간 행사로 도심 전체를 물들였다.


도시에 닿자마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세월의 결을 품은 오래된 건축물, 그 사이를 흐르는 햇살과 바람.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진 숙소에 짐을 풀었을 때, 오랜 이동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푸른 지중해를 마주하고, 우리는 짧지만 소중한 숨을 돌렸다.


우리는 해질녘 레스토랑에서 일몰 콘서트를 열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고요히 퍼져나간 연주는 해 질 무렵의 노을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희망', '새야', '시김'을 연주했다. 해가 바다에 잠기고, 선율은 그 풍경 위로 스며들었다. 음악은 언어를 넘어 관객들과 마음을 나누는 다리가 되었다. 이탈리아와 대한민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 그 의미를 음악으로 채워갈 수 있어 감사했다.


다음 날, 우리는 K-pop 댄스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수많은 현지인이 K-pop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한국 문화의 확산을 실감하게 했다. K-뷰티와 함께, K-컬처는 이곳에서도 하나의 흐름이자 대화의 언어였다.


예정되었던 또 하나의 공연은 비로 인해 취소되었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얻었다. 공연 외에도 도시의 리듬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작은 골목 사이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들, 테라스에서 만난 로시니 오페라의 한 소절, 길을 걸으며 손에 쥐었던 젤라또, 그 모든 것이, 음악처럼 우리 안에 남았다.


페사로의 일정을 마친 뒤, 짧은 휴식을 겸해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달린 남부의 풍경은 잊히지 않는다. 로마로 이어진 그 여정,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다시금 영감을 불러왔다. 악상이 떠오르고, 곡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우리는 지중해와 음악 사이를 걷는 유랑길의 한 페이지를 조용히 넘겼다.


다음 편에서는 대서양을 건너 도착한 또 하나의 대륙, 캐나다 런던에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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