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16일 나루히토 천황의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의 한 호텔에 기모노를 입은 참석자가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극히 사적인 일본/나리카와 아야 지음/틈새책방/480쪽/2만2천원
일본은 가장 가깝지만 여전히 낯선 나라다. 가장 친숙하지만 오해와 갈등이 반복되는 나라다.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특히 오늘날의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언론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나리카와 아야가 책 '지극히 사적인 일본'을 통해 한국인이 궁금해 할 일본의 속사정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외국인이 직접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는 콘셉트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틈새책방의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의 일본 편이다.
아사히신문에서 문화부 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임권택, 봉준호, 허진호 등 한국의 영화 감독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한국 영화를 배우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2017년 신문사를 나온 뒤 한국을 오가며 한국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저자는 경계인으로서 한일 양국 간의 관계와 문화 차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에 대한 애정과 언론인 특유의 균형 감각으로 오늘날의 일본을 한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김대중 대통령(앞줄 왼쪽)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1998년 10월8일 과거사 인식을 포함해 11개항의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있다. 일본 총리가 한국을 적시해 피해에 대해 사죄하기는 처음이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지극히 사적인 일본'이 소개하는 일본은 여행이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표면적인 모습과는 다르다. 일본인의 속마음과 일상의 정서, 일본 사회의 내밀한 구조를 섬세하게 파헤친다. 특히 우리가 '일본'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생각하는 일본이 실제로는 지역별로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다층적이고 이질적인 사회의 집합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을 이루는 47개 지역은 각기 다양한 정체성과 개성이 있으며 하나의 정체성을 지니지 않고 있다는 것. '하나의 일본'이라는 환상을 걷어내고, 작지만 다양한 일본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과 일본의 유사한 모습도 포착한다. 제주도 주민들이 한반도 본토를 '육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오키나와 사람들도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을 '야마토(大和)'라고 부른다. 또 제주 4·3사건처럼 오키나와에서도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이 책이 재밌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이라면 궁금해 할 민감한 문제에도 솔직하게 답변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왜 역사 문제에 사과하지 않는가' '왜 천황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가' 등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다. 저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당시 일본인들은 독도 방문보다 그 후 천황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에 분노했다고 한다.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천황의 존재는 '착하고 온화한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천황을 옆 나라 정치인이 왜 건드리냐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천황이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또 역사 문제에 대해선 일본 교육의 풍토를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살아보면 자연스럽게 일본이 가해한 역사에 대해 배우게 되지만 일본에 계속 살았다면 몰랐을 수도 있다"며 학교에서 진실된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에 전하려고 하지만 거부당할 때도 많다"고 밝힌다. 이렇듯 내부자의 통찰과 외부자의 거리감을 함께 지닌 그의 목소리는 가까운 나라를 더 깊고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