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교육청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파견된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실리콘밸리에 도착해 함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지역 직업계고 학생의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해외 현장에서 학습과 문화를 체험하는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학생들은 현지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기술·기능 인재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어학 실력 향상과 취업으로도 이어져 호응도가 높다.
8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1년 교육부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 참여로 시작된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은 2020년부터 시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
참여학교 공모로 운영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글로벌 기초교육(1학년) △글로벌 심화교육(2학년) △글로벌 동아리(1~3학년) △글로벌 현장학습(3학년) 4단계로 구성돼 있다. 학교는 글로벌 기초교육·심화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어학 실력을 키우고 차년도 글로벌 현장학습 참여를 준비한다. 글로벌 현장학습은 직업계고 3학년 학생이 전공 분야 해외 현장학습을 통해 국내외 취업 및 창업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글로벌 기초·심화교육 324명, 글로벌 현장학습 4개교(28명)가 각각 참여했다. 선발된 학생 28명은 어학·직무·소양교육 등 국내 사전교육 100시간 이상을 이수한 후 △미국(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10명) △독일(대구일마이스터고 6명) △싱가포르(상서고 6명) △뉴질랜드(대구제일여자상업고 6명)에서 5∼9주 동안 현장학습에 참여했다. 현장학습에 참여하는 학생은 한인회, 대사관 등 현지 유관기관과의 봉사·체험활동을 통한 한국어 교육 및 한국 문화 전파의 역할도 한다.

지난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글로벌 현장학습을 한 대구제일여자상업고 학생들이 현지 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는 지난해 현장학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기업에서 활동할 기회를 제공했다. 학교는 지난해 7월 20일~9월 13일 8주 동안 학생 10명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있는 소프트웨어개발 스타트업 4곳에 인턴십으로 파견했다. 스타트업은 △엑스엘에잇(XL8AI Inc.) △럭몬(Luckmon Inc.) △펄즈 시스템스(Pulzz Systems Inc.) △비즈벤(Bizben Inc.)이다. 학생들은 실리콘밸리 현지 구글 개발자 케빈 림(Kevin Lim)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특별 강연과 창업 관련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는 파견 학생 중 4명이 인턴십 기업에 채용됐다는 점이다. 조수현(럭몬), 김예림(엑스엘에잇), 도현욱(비즈벤), 이석호(펄즈 시스템스) 학생이 각각 취업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실무 경험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다.
도현욱 학생은 "현장에서 글로벌 수준의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다양한 개발자들과 협업하면서 역량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더 큰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상서고
상서고는 파견 학생 6명 전원이 싱가포르 현지 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취업에 성공한 학생은 △제과제빵과 남지민·전지후(어플리 초콜렛·Awfully Chocolate) △제과제빵과 임혜원(서울 레스토랑·Seoul restaurant) △조리과 권택림(로앤비홀드·Lo&behold Group) △뷰티디자인과 도다빈(토니앤가이·Tony&guys) △뷰티디자인과 추예빈(라뜰리에·Latelier) 학생이다. 이들은 작년 11월 2일부터 5주간 현지 적응을 위한 현지 어학교육 및 문화 체험을 거쳤다. 이후 전공 관련 업체 1대1 매칭 면접을 통해 12월부터 기업체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취업한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해외 취업을 위해 교내 관련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권택림 학생은 "입학 후 해외 취업이라는 막연한 꿈을 프로그램으로 이룰 수 있었다. 함께하는 친구들과 지도교사 선생님이 있어 해외에서의 적응도 빠르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서고는 앞선 2023년 싱가포르 4명·뉴질랜드 3명 등 7명 전원 취업에 이어 올해도 참여 학생 모두가 해외에서 근무하게 돼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
◆대구일마이스터고
대구일마고는 2024년 9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 학생들을 파견했다. 3학년으로 구성된 파견 학생 6명은 독일 취업을 목표로 대구일마고 자체 교육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원어민 화상교육, 방과후 독일어 수업, 방과후 온라인 독일어 수업, 글로벌 멘토링, 원어민 특강, 경북대 독어교육전공과 공동 운영하는 독일어 몰입캠프 등을 통해 어학 능력과 독일문화 이해력을 높였다.
현지에 도착한 학생들은 독일의 직업교육 제도인 아우스빌둥(Ausbildung) 수업체계를 따라 OSZ TEIM(직업학교)과 STB(베를린 기술학교)에서 어학 및 직무 교육을 이수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에 있는 다국적 전력회사 BEW에서 4주간, 전기·공학 기업 지멘스(SIEMENS)에서 2주간 인턴십 과정에 각각 참여했다. 특히 지멘스에서의 인턴십 과정은 지난해 신설돼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습 경험 환경을 제공했다. BEW에 정직원으로 재직 중인 대구일마고 졸업생 2명도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에 참여해 진로에 도움을 줬다.
◆대구제일여자상업고
대구제일여자상업고의 학생 6명은 2024년 11월 9일부터 12월 21일까지 6주간 뉴질랜드에서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총 6주 동안 전반기 3주 어학코스와 하반기 3주 실습코스로 운영됐다. 어학코스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잉글리쉬 아카데미(Auckland English Academy)에서 3주간 오전 어학수업, 오후 직무수업이었다.
실습코스는 오클랜드의 현장실습 업체에서 진행됐다. 현장학습 기간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 체험(영화관람, 마오리문화 체험 등),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하는 문화교류(국제교류), 현지 한글학교 및 장애지원교육센터와 공통주제프로젝트 기반 국제교류를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6명 중 4명(CNC 232 Limited 1명·TsuruTsuru 3명)이 현지 기업에 취업했다.
시교육청은 올해도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파견 국가 적합도, 실습 기관 전공 일치도 등 심사를 통해 4월 참가 학교를 최종 선정했다.
올해는 글로벌 기초·심화교육(1~2학년)에 총 252명이, 글로벌 현장학습에는 32명이 참여한다. 현장학습에는 대구일마이스터고(독일 일정·학생 4명 참여),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미국·10명), 대구제일여자상업고(뉴질랜드·6명), 조일고(싱가포르·5명), 상서고(싱가포르·7명)로 결정됐다.
시교육청은 학생의 안정적인 현지 적응을 위한 사전 어학교육을 강화하고, 전공 분야 양질의 인턴십 업체 확인, 운영 단계별 컨설팅으로 내실 있는 현장학습이 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또 학교별 글로벌 동아리 운영을 더욱 활성화해 국가 간 언어·문화·역사 등 분야별 공동프로젝트 수업, 해외 기업과의 소통 등 국제 교류를 지원할 예정이다.
임종환 대구시교육청 융합인재과 과장은 "지난해 글로벌 현장학습을 통해 18명의 학생이 미국, 독일, 뉴질랜드, 싱가폴 등 세계 무대에서 직업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면서 "올해도 직업계고 학생들이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활약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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