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와 교육의 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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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9 19:13  |  발행일 2025-06-09

백범 김구 선생께서 평생을 두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바는 문화와 교육의 힘이었습니다. 일제의 대한제국 강제병탄 직후 김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에는 '국가가 합병의 치욕을 당한 당시의 인심은 매우 흉흉하였다. 원로대신과 내외 관리들 중 자살하는 자도 많았고 오직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농민들 중에는 합병이 무엇인지, 망국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자도 많았다. (중략) 사랑하는 자식을 잃으면 슬퍼하면서도 살아날 것 같은 생각이 나는 것처럼, 나라가 망하였으나 국민이 일치분발하면 곧 국권이 회복될 것같이 생각되었다. 그렇게 하려면 후세들의 애국심을 앙양하여 장래에 광복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되어, 계속하여 양산학교를 확장하고 중소학부에 학생을 늘려 모집하면서 교장의 임무를 다했다' 고 나와 있습니다.


백범은 당장의 허망감에서도 오로지 집중해야 할 것은 현재의 상태를 알리고 애국심을 고양하는 교육을 통해 장래 광복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생각했습니다. 또한, 애국지사 중 일부가 당장의 합병에 반발해 급하게 전쟁을 준비하려는 상황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밤중에 명근이 양산학교로 찾아왔다. 그는 안악읍 몇몇 부호를 총기로 위협하여 (중략) 말하길 "부호들에게 금전을 나눠 거두어서 동지를 모으고, 전신과 전화를 단절하고 각 군에 산재한 왜구는 각기 그 군에서 도살하라는 명령을 발포하면, 왜병 대대가 도착하기 전 5일간은 자유 천지가 될 터이니, 더 나아갈 능력이 없다 하여도 당장의 분을 풀 수 있지 않겠습니까"하였다. 나는 간곡히 만류하였다. 장래 대규모의 전쟁을 하려면 인재 양성이 없고는 성공을 기약할 수 없고, 일시적인 격발로는 5일은 커녕 3일도 기약하기 어려우니, 분기를 참고 다수 청년을 북쪽 지대로 데려가 군사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당장 급한 일이라고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범은 이와 같이 당장의 화풀이식 무력 충돌보다 애국심을 기반으로 후에 크게 쓸 인재를 우선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위정자들의 그릇된 행각과 매국으로 백성이 합병이라는 것이 무언지조차도 몰랐던 상황 속에서 애국심이 결여되어 결국 합병에 이르게 된 안타까운 과정들을 보면서 나는 문화와 교육의 부재가 결국 애국심을 잃어버리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입니다. 우리는 다시 나라를 되찾았고 우리에게 닥친 여러 국난을 잘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게 되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걸 가능하게 한 건 문화의 힘, 교육의 힘입니다. 우리는 우수하고 재능이 많은 민족입니다. 또한, 스스로 문제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런 주체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의 선조들이 강조했습니다.


사람이 가장 소중히 지키고 싶은 것이 가족입니다. 그 사랑이 이웃과 국민에까지 확장돼 애국심에 이를 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공동체의식과 함께 지키고 싶은 소중한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동질적 문화로 애국심을 일깨우면 당연히 지키고 싶은 것이 되고, 그 순환 속에서 우리의 연속성이 영속성이 되어 나아가야 함을 백범의 생각을 통하여 잘 알 수 있습니다. 독립운동의 전환점이 된 1919년 삼일운동과 1920년 봉오동 전투의 역사 이야기를 전달해줄 노래를 만드는 요즈음, 김구 선생의 높은 뜻을 헤아려보며 자랑스런 문화와 교육의 가능성을 키우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서용덕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정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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