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원 독립영화감독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대구 금호강 전 구간인 약 41.6㎞를 걸었다. 금호강을 따라 걸으며 눈으로 관찰하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며 기록으로 남기는 '금호강 수집생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강의 생태와 문화를 오감으로 감각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기록으로 남기는 우리의 모든 행위가 '수집'이자 '삶'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관계맺기, 감각하기, 연결되기, 나누기 총 네 가지 순서로 이어졌다. 제주 청년 농부, 서울 공간 디자이너 등 10여 명의 참가자들은 달성습지에서 출발하여 팔현습지를 거쳐 안심습지까지 금호강의 3대 습지를 지나며 하루 약 10㎞ 정도 금호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들은 금호강변의 농원, 에스파스 생태공원 등에서 함께 식사하고 숙박하며 4박5일을 보냈다.
금호강 수집생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금호강 디디다'가 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예술가 5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대구 중심을 흐르는 금호강을 이름 그대로 두발로 디디며 다양한 방식의 예술 활동을 한다. 202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로 기획 사업으로 시작되었고, 대구 지역 시민단체 생명평화아시아와 공동 기획으로 3년째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팀원들 모두 금호강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생명평화아시아를 통해 연결된 전문가, 활동가와 직접 만나 대구 금호강의 생태에 대해 알아가고, 점차 너른 시선으로 강의 원형과 연결된 다양한 생명들을 직접 만나며 생태감수성을 차곡히 쌓아갈 수 있었다. 그 시작점에,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의 사안이 시급함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알리고자 마음을 담아 그림대본집 '팔현반상회'를 출간했다. 그 외에도 청소년 예술행동 '금호강 디디자'는 청소년들과 금호강에서 음악을 만들고, 영화도 찍고 등 금호강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고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연장선으로 올해는 금호강 전 구간을 천천히 걸으며 각자의 호흡과 시선으로 기록해 보자는 '금호강 수집생활'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 4박5일간,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을 주로 수집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앞서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천천히 뒤쫓다 잠시 멈춰 선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나 역시 잠시 혹은 길게 머물렀다. 시선의 끝을 천천히 따라가 나무의 그림자, 강의 모래를 퍼다 나르는 덤프트럭의 그림자, 바람에 흩날리는 포퓰러 나무 잎사귀들의 그림자, 죽은 지렁이의 그림자를 마주했다. 빛이 있는 곳에는 늘 깜깜한 그림자가 머물렀다. 잠시 혹은 아주 길게. 생과 사는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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