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캐나다 런던 : 창작의 방과 자유의 무대

  •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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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1 06:00  |  발행일 2025-06-10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유럽 투어를 마친 후, 우리는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 런던으로 향했다. 그 첫 발걸음은 'RnR BnB'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시작됐다. 숙소이자 녹음실, 라이브 촬영 공간이기도 했던 이곳은 '머무름'과 '창작'이 공존하는 작은 예술 아지트였다. 통창으로 햇살이 스며들고, 악기와 조명이 어우러진 이 방 안에서 우리는 깊은 영감을 받았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색적이고 특별한 장소였다.


이곳에서의 머무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라이브 영상 촬영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새벽에 일어나 캐나다 런던의 풍경을 걸으며 곡을 썼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박시연트리오 정규 3집 앨범 의 두 번째 트랙 'London'이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도시의 공기와 정서를 음악에 녹여낸 순간이었다.


며칠 뒤, 우리는 런던의 대표 월드뮤직 축제인 선페스트(Sunfest) 무대에 섰다. 빅토리아 공원 한복판, 숲 속처럼 울창한 대규모 녹지에서 각국의 음악이 흐르고 플리마켓과 푸드트럭, 그리고 돗자리를 펴고 앉은 관객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먼저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무대에서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로 첫 무대를 올렸고, 이어 전자악기를 사용해 더욱 신나게 편곡한 '새야'를 연주했다. 거리에서 멈춰 선 사람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아이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리듬에 녹아든 관객들. 모두가 이 무대의 일부가 되어주었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런던예술원(London Arts Council)과의 협업 프로젝트였다. 자연과 즉흥을 주제로, '가믈란' 악기와 함께 시인·화가·음악가가 모여 하나의 예술을 완성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며 연주했다. 그 순간의 몰입과 울림은 여전히 마음 한 켠에 깊이 남아 있다.


캐나다 런던, 이곳은 우리의 음악을 따뜻하게 품어준 도시이자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머무는 곳마다 음악이 태어났고, 연주할 수록 도시와 가까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음악으로 세계와 연결되었다. 이 도시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공연 일정이 아니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이들과의 교류, 공기 속에 녹아든 자연의 소리, 그리고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자 했던 우리의 마음까지, 그것들은 음악이라는 언어로 남아 하나의 선율이 되었다. 다시 돌아와도 이 감각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박시연트리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흐르고 머물고, 다시 흐르며, 그렇게 우리는 다음 무대를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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