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대구 150개 읍면동 전수 분석해보니…정치지형의 ‘틈’ 보였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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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12 09:00  |  발행일 2025-06-12
21대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대통령, 국민의힘 김문수 전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전 후보. 영남일보DB

21대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대통령, 국민의힘 김문수 전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전 후보. 영남일보DB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정치지형의 균열 조짐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10일 영남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21대 대선 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 9개 구·군, 150개 읍면동의 후보별 득표율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김문수 전 후보는 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앞서며 '보수 강성 지역'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읍면동 단위로 들여다보면 결코 단일하지 않은 정치지형이 포착됐다. 젊은층과 외부인구가 몰린 혁신도시·신도시권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전 후보가 동시에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곳들은 향후 중도·진보세력의 '전략거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 군위와 서구 중심으로 '보수 절대강세'


국민의힘 김문수 전 후보 대구 득표율 TOP10 지역

국민의힘 김문수 전 후보 대구 득표율 TOP10 지역

김문수 전 후보는 총 8개 읍면동에서 8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TK 보수층의 결집력을 드러냈다. 특히 군위군 전역은 대표적인 '보수 절대 강세 지역'으로, 우보면(85.75%), 의흥면(84.62%), 삼국유사면(84.46%), 산성면(84.35%), 효령면(84.21%) 등 8개 읍·면 모두 80%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다. 가장 낮았던 곳이 군위읍(79.32%)이다. 이 대통령은 10%대 초중반대, 이 전 후보는 1~4%대에 그쳤다.


군위의 경우, 고령층 비중이 높은 농촌 지역으로,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다. 지역 기반의 보수정당 충성도가 강하다.


이와 비슷한 흐름은 대구 도심 일부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서구 비산2·3동(80.02%)은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지역에서 김 전 후보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다. 나머지 비산권도 77~79%대, 내당2·3동은 78.46%였다.


달성군 가창면·하빈면, 남구 대명4동·10동·11동, 달서구 상인3동·송현2동, 동구 지저동·효목1동, 북구 침산1동·산격1동, 수성구 범물1동·상동 등도 김 전 후보가 75%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젊은 인구 유출이 두드러지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구도심이다. 정치적 성향도 고착화된 지역이라는 특성이 있다.


◆ 혁신동에서 李 35%, 朴사저 있는 유가에선 32%


이재명 대통령 대구 득표율 TOP10 지역

이재명 대통령 대구 득표율 TOP10 지역

이재명 대통령은 혁신도시와 신도시, 젊은 유입인구가 많은 거주지에서 3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의미 있는 균열을 만들어냈다.


동구 혁신동은 이 대통령이 35.45% 득표율을 올린 '대구 내 최고 득표율' 지역이다. 김 후보와의 격차는 16.79%포인트에 불과했다. 혁신동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밀집한 혁신도시의 중심지로, 전문직, 공기업 종사자, 젊은 전입층이 다수를 이룬다. 혁신동과 맞붙은 안심3동도 29.66% 득표율을 나타내며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달성군 유가읍(32.36%)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보수의 상징적 지역이지만, 이 대통령으로선 의미 있는 득표율을 이끌어냈다.


이곳은 최근 젊은 층의 아파트 입주가 늘었고, 테크노폴리스를 기반으로 대학, 연구기관, 기술기업 등이 밀집한 복합산업지구다. 국가산단이 입지해 있는 구지면에서도 이 대통령은 29.27%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했다.


대구지역에서 이 대통령이 25% 이상 득표한 읍면동은 총 13곳이다. 달서구 유천동(28.99%)·월성1동(27.10%), 북구 고성동(27.94%)·동천동(27.04%)·국우동(25.91%)·구암동(25.22%), 수성구 고산1동(26.15%), 달성군 다사읍(25.35%), 중구 대봉2동(25.36%) 등이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신도시 아파트 단지, 산업단지 배후, 청년 밀집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혁신도시와 테크노폴리스, 연경지구, 신월성지구 등 생활권 변화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존 보수 정치지형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이준석은 청년층 거점에서 약진


개혁신당 이준석 전 후보 대구 득표율 TOP10

개혁신당 이준석 전 후보 대구 득표율 TOP10

이준석 전 후보 역시 대구지역 일부에서 10%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TK 정치적 다양성 확대를 입증했다.


이 전 후보가 특히 선전한 지역은 원룸촌과 청년 가구가 밀집한 경북대 일원이다. 북구 복현1동에서 이 전 후보는 15.05%, 맞붙은 산격3동에선 13.27% 득표율을 이끌어냈다. 두 동은 경북대 대구캠퍼스 면적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인접한 동구 신암3동·4동에서도 각각 9.47%, 8.49%였다.


동성로, 약령시, 경북대병원 일원 등에 걸친 대구 중심에서도 이 전 후보에게 다수표를 던졌다. 중구 삼덕동 11.29%, 성내2동 11.11%, 성내1동 11% 등이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았던 지역에서 이 전 후보도 함께 선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혁신동에서 이 전 후보는 10.09% 득표율을 기록했다. 북구 고성동에선 10.35%, 달서구 유천동에선 9.99%, 달성군 유가읍에선 9.9% 등이었다.


반면, 보수세가 뚜렷한 서구 평리5동에서는 이 대통령이 23.75%에 그쳤지만, 이 전 후보는 10.56%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 일부가 이 전 후보로 이탈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편, 계명대가 위치한 달서구 성서지역에서 이 전 후보는 7~8%대의 득표율을 나타내며 크게 유의미한 득표를 하지 못했다. 대학 캠퍼스가 주거 밀집지역과 다소 분리돼 있고, 청년 1인 가구보다 기존 아파트 단지 중심의 정주환경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 경북대 일대와의 차이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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