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공공배달앱 시장]<상>‘먹깨비’ 약진, ‘대구로’ 뒷걸음…엇갈린 TK 공공배달앱 운명은?

  • 오주석
  • |
  • 입력 2025-06-15 20:30  |  발행일 2025-06-15
배달앱 ‘먹깨비’ 살린 전국 기초지자체, 갈수록 잊혀지는 ‘대구로’
대구에 본사를 둔 공공배달앱 '대구로'와 '먹깨비'의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 사진은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에 본사를 둔 공공배달앱 '대구로'와 '먹깨비'의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 사진은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경북 공공배달앱 '대구로'와 '먹깨비'가 최근 4년간 지역에서 집계한 배달 음식 누적 거래액. <대구시·경북도 제공>

대구경북 공공배달앱 '대구로'와 '먹깨비'가 최근 4년간 지역에서 집계한 배달 음식 누적 거래액. <대구시·경북도 제공>

2% 수준의 착한 수수료를 내세운 공공배달앱은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탄생했다. 7.8%의 높은 수수료로 소상공인에게 폭리를 취하는 민간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이후 한 동안 잠잠하던 공공배달앱 시장은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총 6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기를 맞게 됐다. '세 번 주문 시 1만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정부 방침에 따라 제2의 전성시대도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TK) 공공배달앱 시장에서 '먹깨비'가 상승세다. 지난해 말 경북도가 자체 계약을 종료하고 소상공인에 카드 수수료를 직접 지원키로 결정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던 먹깨비가 예상을 깨고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은 경북도와 달리 공공배달앱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기존 20개 시·군 모두 공공배달앱 유지를 선택했다. 배달앱 운영에 부정적이던 포항시도 최근 서비스 운영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경산·의성·영양·영덕·고령·칠곡·예천·울진 등 9개 시·군은 총 8억원의 자체 예산을 편성하며 공공배달앱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경북 지자체 중 먹깨비 운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구미시다. 올해 초 국비 2천만원을 추가 확보해 전체 시·군 중 가장 많은 2억4천만원을 공공배달앱에 투입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구미지역 먹깨비 실적은 이달 8일 기준 누적 주문 건수 13만건, 매출 3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실적(주문 12만5천건·매출 31억원)을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넘어섰다.


구미시는 먹깨비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배달기사와 손을 맞잡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경자 구미시 소상공인지원팀장은 "민간 배달앱 3사가 독점하면 지역 소상공인은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힘든 길을 택했다"며 "의회를 설득해 시비를 확보한 뒤 소상공인과 배달기사분들과 합심해 밤낮으로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려 이 같은 결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먹깨비는 경북지역에서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21년 9월9일 경북지역 공공배달앱으로 운영을 시작해 첫 해 약 68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고 2022년 262억원, 2023년 308억원의 거래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거래액 332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도시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의존도는 농촌지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달대행사의 분석에 따르면 먹깨비는 고령, 영양, 의성, 영덕, 울진 등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들 지자체는 올해 역시 자체 예산을 편성해 먹깨비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김주형 먹깨비 공동대표는 "8년차 공공배달앱 전문업체로서 올해 3월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경기도 등 타 광역지자체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 지난해에만 약 7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해 민간 3사와 공공배달앱 땡겨요에 이어 전국단위 배달앱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지역 공공배달앱 '대구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배달의민족, 쿠팡 등 민간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대구에서 조차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2022년 최고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세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로 앱 설치 수는 120만건으로, 대구시민 2명 중 1명이 앱을 내려받았지만 배달앱 주문 건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대구로 배달앱의 전체 거래액은 2021년 181억원에서 2022년 631억원으로 급증한 뒤 2023년 570억원, 지난해에는 517억원으로 줄었다. 거래액이 매년 50억원 넘게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주문 건수가 줄기 시작한 시점은 대구로 택시가 출범한 2022년 12월부터다. 더욱이 대구로 택시 호출 금액은 출범 첫해인 2023년 181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지난해에는 156억원으로 25억원 감소했다.


대구로 관계자는 "지역화폐가 조기 소진되다 보니 배달앱도, 택시도 모두 힘든 상황"이라며 "수수료가 낮은 공공배달앱 특성상 기업 입장에선 이익을 내기 어렵고, 민간 3사처럼 사용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힘들다"고 답답해 했다.


실제, 공공배달앱은 민간 3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수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이 거의 남지 않아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거나 폐업 수순을 밟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지만, 주문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어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에게 5~10%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역화폐만이 사실상 공공배달앱의 유입 창구다.


대구로를 시민생활 종합플랫폼으로 키워가겠다고 선언한 대구시는 올해 16억원의 시비(市費)를 투입키로 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대구로 운영을 대구테크노파크에 맡기면서 사실상 직접 운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대구시의회에선 대구로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재용 대구시의원은 "대구로가 사업을 확장한 이후 정체가 계속되는 느낌이 강하다. 대구로 운영지원 사무가 대구테크노파크로 전환된 뒤에는 지자체도, 운영기업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며 "기업이 지자체 도움없이 자생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선택과 집중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 이미지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