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시조집 '심장을 두고 왔다'를 펴낸 박숙경 시인 . <본인 제공>
2015년 동리목월 여름호 신인문학상을 통해 문단에 발을 들인 박숙경<사진>시인이 첫 시조집 '심장을 두고 왔다'를 세상에 내놨다. 지금까지 '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낸 박 작가는 시인으로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후반기부터 시조에 눈을 돌린 박 작가은 별도의 스승 없이 혼자 공부하며 시조 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중앙시조 백일장에서 차하, 차상, 월말 장원까지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부산시조협회가 주최한 전국 백일장에서도 차상을 거머쥔 바 있다.
이번 시조집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2025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작이 수록돼 있을 뿐 아니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출판 지원사업에 선정돼 출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형식과 실험적인 표현이 가능한 현대시와 달리 시조는 3장 6구의 정형 구조를 지녀 음절 수와 운율이 중요하다. 박 시인은 "글자 수만 맞추면 되는 줄 알았지만 형식에 가둔다고 시조가 되는 건 아니더라"는 정완영 시인의 말을 깊이 새기며 시조에 몰두했다. 실제로 그의 필사 노트는 어느새 18권에 이를 정도로 노력의 흔적이 가득하다.
몽톡해진 화살 끝 뾰족하게 다시 벼려/과녁의 한복판에 직선으로 꽂습니다/팽팽히/잡아당기면/터질 줄 알면서도/나 먼저 말하려다 혀를 또 깨뭅니다/깨문 자리 또 깨문 건 입조심하라는 뜻/무심히/뱉어낸 말이/되돌아와 박힙니다//심장이 뻐근해서 며칠 앓아눕지만/귀롱꽃 모퉁이에 사월은 다시 와서/하얗게/마른 자국 위에/빨간 꽃을 피웁니다 ('혓바늘' 전문)
"내가 내뱉은 말 한마디는 언젠가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말처럼 박 시인은 언어의 무게를 깊이 생각하며 글을 쓴다. 그에게 시조의 스승은 정완영의 작법서 그리고 온라인에 실린 수많은 시조들과 그 작품들을 써낸 시인들이었다.
시집 해설은 이승하 시인이 맡았고 뒷표지 문구는 이정환 시인이 써줬다. 박 시인은 칭찬과 격려를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이번 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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