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102호 고분 현장 설명회
유물 300여 점 중 136점 첫 공개
도굴행위 흔적 자욱해 안타까워

24일 오전 대구 북구 구암동 고분군 제100~102호 발굴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주곽과 부곽에서 출토된 유물을 살펴보며 발굴단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번 설명회는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북구청과 (재)대동문화유산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4일 오전 대구 북구 구암동 고분군 제100~102호 현장설명회에서 시민들이 주곽과 부곽이 '111자'로 나란히 배치된 고분 구조를 보며 발굴단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번 설명회는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북구청과 (재)대동문화유산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4일 오전 대구 북구 구암동 함지산 일원. 험한 산길을 15분 가량 오르자 크고 작은 돌무더기가 쌓인 약 7m의 언덕이 나타났다. 모래주머니로 만든 계단을 딛고 오르니 일정 간격으로 뚫린 깊은 구멍들과 빨간색 원형 마커 표시가 나타났다. 고분 발굴 현장이었다.
이날 북구청은 현장 설명회를 통해 구암동 100호~102호 고분군의 모습을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조성 시기는 삼국시대 5세기 말에서 6세기 초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발굴된 구암동 고분중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00호~102호분은 능선을 따라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고분의 무덤은 모두 4기. 큰 무덤인 100호분과 102호분, 작은무덤인 101-A호분과 101-B호분이다. 가장 윗부분에 102호분, 아래쪽에 100호분이 붙어 있고 연결부 양쪽에 각각 작은 무덤인 101호분 무덤 2기가 하나씩 이어진 구조다.
박현정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팀장은 "각 고분을 덮은 피복토가 양호하게 남아 있어 무덤들의 축조 순서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금껏 알려진 구암동 고분군의 무덤 양식인 평면 '11자 형'과는 다른, 주무덤에 부속무덤 두 개가 붙은 '111자' 구조가 최초로 확인된 것도 큰 성과"라고 했다.
다만, 이들 고분은 모두 도굴 피해를 입었다. 무덤마다 움푹 패인 자국이 선명했다. 발굴 당시에도 도굴꾼들이 남긴 음료수 캔, 술병, 라면, 양초 등이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박 팀장은 "발굴 당시 도굴 행위 탓에 '반짝반짝'한 유물 상당수가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유물도 흐트러진 모습이 역력했다"고 했다.
이날 출토 유물 300여 점 중 136점이 공개됐다. 가장 주목받은 건 금동제 귀걸이 한 쪽이었다. 무유순(여·61·대구 북구 관문동)씨는 "산책으로 자주 오가던 곳에 이렇게 오랜 역사가 숨어 있을 줄 몰랐다"며 "짝을 이루던 나머지 귀걸이 한 쪽이 도굴꾼에 의해 유실됐다고 해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북구청 측은 "연구팀의 발굴조사 보고서가 발간되면, 출토 유물은 국가 귀속이 원칙이라 국립박물관으로 이관될 예정"이라며 "추후 국립박물관과 협의해 국립대구박물관이나 지역 대학 박물관에서 기획 전시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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