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앞마당에 물개가 등장하고, 고양이들이 수해현장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AI 영상. 온라인에서 진짜 가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골파닭 캡처>

경복궁 앞마당에 물개가 등장하고, 고양이들이 수해현장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AI 영상. 온라인에서 진짜 가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골파닭 캡처>

경복궁 앞마당에 물개가 등장하고, 고양이들이 수해현장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AI 영상. 온라인에서 진짜 가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골파닭 캡처>
최근 한반도를 덮친 괴물 폭우로 전국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수해현장 영상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퍼지며 큰 관심을 모았는데, 사실 실제상황이 아닌 AI로 만든 가짜영상도 많았다. 진짜와 가짜의 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AI 콘텐츠는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화 및 콘텐츠업계는 변화하는 AI 생태계에 맞추기 위해 그 어느 분야보다도 고심하고 있다. 주요 영화제들은 AI 영상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코너를 신설하고, OTT 등은 AI를 활용한 콘텐츠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저작권 등 민감한 문제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BIFAN 개막작은 'AI 작가'
국내 최대 장르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이달 초 열렸다. 영화제는 올해 개막작으로 획기적인 작품을 선택했다. 독일의 거장 감독인 베르너 헤어조크의 모든 영화를 학습한 AI가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그를 찾아서'였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개막작의 연출자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기존 산업을 죽일 거라는 말을 했다. 카메라가 처음 나왔을 때 그림은 끝났다고 했고, 텔레비전이 나오면서 영화는 아무도 안볼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AI와 영화가 공존하는 미래를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BIFAN은 한발 더 나아가 AI 필름메이커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5년간 1만명의 AI 필름메이커를 양성할 계획이다. 콘텐츠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첨단기술이 집약된 AI 영화를 선점함으로써 영화제의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복안이다. BIFAN 관계자는 "전통적인 영화제의 역할에서 나아가 기술과 창작이 융합되는 시대에 걸맞은 창작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그를 찾아서'는 독일의 거장 감독인 베르너 헤어조크의 모든 영화를 학습한 AI가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카메라·배우 없어도 뚝딱 완성
영화, OTT 등 제작현장에서도 갈수록 AI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 190여 개국에서 3억 개 이상의 유료 멤버십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AI를 활용한 첫 아르헨티나 오리지널 시리즈 '영원한 항해자 에테르나우타'를 지난 18일 첫 공개했다. 제작진은 AI를 활용해 건물붕괴 장면을 만들었는데, 기존 시각효과 보다 빠르게, 저예산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테드 서렌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통적인 작업환경에서 걸렸을 시간보다 10배 빨리 완성했다. 앞으로 AI를 활용한 추천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식의 대화형 검색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00% AI로 만든 영화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카메라나 배우가 없어도 창작자의 아이디어만으로 영화가 뚝딱 만들어져 극장에 걸리는 것이다. 지난해 생성형 AI 기술로 만든 '나야, 문희' 'M호텔' 등이 극장 개봉해 화제가 된 것에 이어 올해 장편 AI 상업영화 '아파트', 애니메이션 '캣 비기' 등이 찾아올 예정이다.

AI가 제작 전과정을 맡은 영화 '나야 문희' <엠씨에이 제공>
◆저작권 소송 등 우려의 불씨
AI콘텐츠가 널리 확산할수록 커지는 우려도 있다. AI 학습 데이터의 무단사용, AI 생성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 등 관련 분쟁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기업 컴캐스트가 '스타워즈' '심슨가족' 등 자신들의 작품이 무단 사용됐다며 AI 이미지 업체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국내외에서 분쟁은 늘어가고 있다.
콘텐츠 시장의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통적 방식에서 일한 제작인력 상당수가 현장을 떠나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열리는 'AI 영화제' 수상자들을 보면 영화를 전공한 사람이 아닌 AI 연구자, 과학자 등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영화계 한 감독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AI가 창작자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요즘에는 확신하기 어려워졌을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졌다. AI가 콘텐츠 분야 전반에서 무서운 파급력을 가진 만큼 정부 차원,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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