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복기 올포스킨피부과의원 대표원장(대구시의사회장)이 수해 복구 현장에서 증가하는 피부질환의 위험성과 예방 수칙에 대해 강조했다.<시의사회 제공>

민복기 올포스킨피부과의원 대표원장(대구시의사회장)이 수해 복구 현장에서 증가하는 피부질환의 위험성과 예방 수칙에 대해 강조했다.<시의사회 제공>
최근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수해 피해가 이어졌다. 물이 빠진 자리에 남은 것은 상처 난 피부와 가려움증이다. 무좀, 완선, 농가진, 봉소염 등은 수해 이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피부질환이다. 대민 진료 경험이 많은 민복기 올포스킨피부과의원 대표원장(대구시의사회장)은 "오염된 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고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 피부질환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며 "복구 현장에 나설 때는 보호장비 착용을 기본으로 하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피부질환은.
"가장 흔한 질환은 원발성 자극 피부염이다. 물리적·화학적 자극에 의해 모든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부염이다. 이외에도 족부백선(무좀), 어루러기, 체부백선, 농가진, 감염창, 찰과상, 곤충교상, 모낭염, 봉소염, 두드러기, 옴 등 다양한 감염성 피부질환이 동반된다. 복구 작업 중 장시간 장화를 신거나 고무장갑을 착용하는 경우, 통풍이 되지 않아 피부가 쉽게 약해지고 세균이나 곰팡이균에 감염되기 쉽다."
▶피부질환이 급증하는 원인은.
"수해 이후 기온과 습도가 함께 상승하면서 박테리아와 곰팡이, 곤충 등 병원성 미생물이 급격히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25~30℃의 온도는 미생물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구간이다. 수해 지역은 흙탕물, 생활하수, 오수, 쥐나 곤충의 배설물 등에 오염돼 있어 상처가 난 피부에 노출되면 염증이나 감염이 쉽게 발생한다."
▶피부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오염된 물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복구 작업 시에는 방수복, 고무장갑, 목이 긴 장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피부에 상처가 생기거나 오염된 물에 노출됐을 경우, 즉시 흐르는 수돗물이나 생수로 씻고 소독해야 한다. 복구 후에는 땀과 물기를 깨끗이 닦고, 가능한 한 피부를 건조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해 피해 지역에서는 어떤 형태의 피부염이 가장 많이 나타나나.
"수해 지역에서는 대부분 원발성 자극 피부염이 발생한다. 특정 체질과 무관하게 자극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부염이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알레르기 반응을 가진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해 지역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에 홍반, 가려움, 따가움 등이 생기며,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눈이나 피부에 불편한 증상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절대로 손으로 만지거나 긁지 말아야 한다. 오염된 손으로 눈을 만질 경우 유행성 결막염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상처를 긁으면 세균 감염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안과나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피부 외에도 수해 지역에서 주의해야 할 감염병은 어떤 것이 있나.
"대표적으로 렙토스피라증과 유행성 결막염이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쥐의 배설물에 오염된 물이나 흙, 음식 등을 통해 전파되며, 피부의 미세한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고열, 근육통, 두통, 결막충혈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방치할 경우 간이나 신장 등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곰팡이균에 의한 피부병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곰팡이에 의한 진균성 피부염은 장마철부터 여름까지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무좀, 완선, 어루러기, 체부백선 등이 있다. 진균성 피부염은 일반 습진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치료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무좀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무좀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발가락 사이 피부가 짓무르거나 갈라지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가려움과 약간의 부종만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방치하면 피부가 벗겨지고 진물이 난다. 심할 경우 2차 감염까지 생길 수 있다. 발톱 무좀은 특히 치료가 어렵다. 먹는 항진균제를 3~6개월 복용해야 한다. 치료 전 간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외출 후에는 발을 찬물에 담가 염분을 제거하고, 반드시 완전히 말려야 한다. 통풍이 잘되는 신발과 기능성 양말을 착용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완선은 어떤 질환인가.
"완선은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곰팡이 감염 질환이다. 붉은색 반점과 심한 가려움이 특징이다. 남성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통풍이 잘 되지 않고 땀이 많이 차는 사타구니는 곰팡이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많은 남성이 만성 습진으로 오인해 스테로이드 연고만 바르다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치료에는 항진균 연고와 복용 약제를 병행해야 한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4~6주 이상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어루러기는 어떤 특징을 지닌 질환인가.
"어루러기는 주로 목, 가슴, 등 부위에 나타나는 표재성 진균증이다. 피부에 작은 반점이 생기고, 갈색 또는 분홍색으로 착색되며, 가벼운 각질과 가려움이 동반된다. 땀이 많이 나는 체형일수록 잘 생기며, 청결을 유지하고 충분히 건조시키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피부질환 외에 여름철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는 어떤 것이 있나.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A형 간염, 노로바이러스 등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이 대표적이다. 오염된 물이나 조리기구, 손을 통해 쉽게 전파되며,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 증상이 나타난다. 예방을 위해서는 조리 전후 손 씻기, 안전한 물 사용, 식재료 가열 등이 필수다."
▶어떤 물을 조심해야 하나.
"지하수, 약수, 우물물 등은 염소 소독이 돼 있지 않아 감염병 위험이 높다. 수해 지역에서는 반드시 끓인 물이나 포장 생수를 마셔야 한다. 식중독 증상이 있는 사람은 조리에 절대 참여해서는 안 된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