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로 불에 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옥상에 올라 세계 최장기간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박정혜씨. 박씨가 지난달 26일 농성 현장을 방문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대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박용기 기자>

지난달 박정혜씨가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을 방문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박씨에게 손마이크로 "다음에 다시 올 때까지 꼭 건강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박용기 기자>
불타 버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옥상에 올라 세계 최장 고공농성 중(영남일보 7월28일자 1면)인 해고노동자 박정혜씨는 다시 땅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농성 건물 아래에서 박씨에게 "다음에 올 때 꼭 (내려올 수 있는) 해답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한 지 약 한 달만인 29일 다시 농성 현장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박씨가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옥상에 오른 지 600일이 되는 날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은 모두 일본 니토덴코사의 자회사다. 액정표시장치(LCD) 편광 필름을 생산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공장 화재 발생 후 공장 복구 대신 노동자들을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했고, 현재 박씨 포함 7명이 남아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김 장관이 현재 협상 테이블에조차 나오지 않는 니토덴코와의 협상 진행 상황 및 박씨가 내려올 결심을 할 만큼의 구체적인 계획과 의지를 밝힐지 주목된다.
28일 오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황명선 최고위원,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민병덕 을지로위원장,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 직무대행 등 민주당 지도부 방문도 계획돼 있다. 금속노조와 노동자들은 국회 등 권한 있는 기관의 노사 교섭 주선, 국민동의청원을 달성한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은 지난 6월 16일 국민 5만명 이상이 서명해 환경노동위원회에 자동 회부됐지만, 개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박씨 건강은 매우 위험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6일 박씨의 건강 상태를 살핀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건강 상태가 심각한데,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훨씬 더 심각하다"며 "이번에는 (박씨를 남겨 놓고) 혼자 내려오면 정말 안 될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구미 기온이 35℃를 기록했지만, 공장 옥상 온도는 오후 5시를 넘어서도 무려 50.2℃를 기록했다"며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민이 요청한 청문회를 서둘러 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영남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끝까지 버틸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4월27일까지 박씨 옆에는 같은 해고노동자인 소현숙씨가 함께했다. 하지만 소씨가 건강 악화로 고공농성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자 이후 박씨 홀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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