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교육개혁 서둘러야

  •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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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6 06:00  |  발행일 2025-09-15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지난주 대학별 수시지원이 마감되었고, 수능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져도, 학교의 교실 풍경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교육개혁의 본질은 대학입시제도와 대학서열 구조인데, 어느 정권도 이것을 정면으로 다루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정시, 수시·학종이라는 복잡한 틀을 가진 현행 제도를 도입할 당시 정부는 다양성을 보장한다고 말하였지만, 실제로는 평등을 가장한 불평등을 고착화하였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 소득 가구 학생이 학종 전형에서 합격할 확률은 하위 10% 학생보다 2.5배 이상 높다. 입시에서 학생의 능력보다 부모의 배경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라 불린다. 평가 기준은 불투명하고, 교사의 주관이 개입되며, 비교과 활동은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에 따라 달라진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조사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 2천억 원으로 사상 최고였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사교육비만 전년 대비 7.7% 올랐다. 그래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아니라 '학부모 종합전형'이라 부른다.


입시제도보다 더 뿌리깊은 문제는 대학서열 구조다. 대학서열이 곧 사회 서열이 되는 구조에서, 입시는 계층 사다리가 아니라 계급 고착의 장벽이다. 또 대학서열은 지방 공동화까지 불러왔다. 국토연구원은 "대학서열과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대 신입생 미충원율이 10년 새 3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수험생들의 수도권 대학을 향한 경쟁은 지방 소멸의 뇌관이 되고 있다. 기업조차 지방에는 우수인력이 없어서 내려오지 못한다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구조가 학교 교육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교실 안에서 학생들은 이미 선생님의 수업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업은 입시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보다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가 더 유용하다고 여긴다. 요즘 교실의 풍경을 보면 선생님은 교과 내용을 수업하고 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듯 학생들은 학원 숙제에 열중하고 있다. 기형적인 입시제도와 거대한 괴물이 된 사교육은 학교 교육을 들러리로 만들었고 교권마저 흔들어 놓았다.


고등학교는 입시 훈련소로 전락했고, 대학은 서열 경쟁의 무대가 되었다. 학생들은 창의성이 아니라 점수에 매달리고, 부모는 수천만 원의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 전인교육이나 교육의 본질은 이미 실종되었다.


입시와 대학서열 개혁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작은 변화에도 거대한 반발이 따르고, 정권은 이익집단의 저항을 감당하기 싫어한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만 매번 땜질식 제도 변화에 희생양이 되었고, 조국의 입시부정에서 보듯이 교육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더는 회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고, 교육개혁의 핵심은 입시 개혁과 대학서열 해소다.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입시경쟁과 대학서열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입시 개혁은 정치적 부담이 큰 문제이지만, 계속 회피만 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다. 대학입시의 개혁 없이는 교육개혁은 없고, 대학서열의 해소 없이는 공정한 사회도 없고 국가의 균형발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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