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버지의 기억을 예술로”... 이지혜 작가, ‘기억의 부유’展 선보여

  • 임훈
  • |
  • 입력 2025-09-25 13:42  |  발행일 2025-09-25
이지혜 작가 기획 초대전
9월30일까지 대구 김광석길 내 예술상회 토마
‘기억의 왜곡과 재구성’이라는 보편적 주제 탐구
이지혜 기억의 부유 11

이지혜 '기억의 부유 11'

사진가이자 실내건축가, 시각예술가로 활동 중인 이지혜 작가가 오는 30일까지 대구 중구 김광석길 내 예술상회토마에서 '기억의 부유(Brouillard de la Mémoire)'展(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 작가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기억의 왜곡과 재구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하는 자리로, 20점의 사진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시작은 이 작가가 겪은 가족사에서 비롯됐다. 10여 년 전 알츠하이머를 앓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 작가는 외부 활동이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알츠하이머 관련 영화를 통해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 특히 같은 말을 반복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억의 반복과 혼란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지혜 작가가 예술상회토마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사진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이지혜 작가가 예술상회토마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사진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이지혜 작가의 사진작품 기억의 재구성 시리즈가 예술상회토마에서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이지혜 작가의 사진작품 '기억의 재구성' 시리즈가 예술상회토마에서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전시는 총 3개 시리즈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거울 속의 앵무새'로, 영화의 한 장면을 배경 삼아 오브제를 배치하는 연출 작업을 담았다. 특히 집 안의 앵무새 오브제를 활용해 잊혀져 가는 기억의 파편을 표현해 눈길을 끈다. 이 작가는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의 한 장면과 현실의 오브제를 결합해 기억의 흐름을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시리즈인 '기억의 부유'는 시들거나 마른 꽃을 피사체 삼아,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거나 왜곡되는 기억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가는 이를 두고 "화려한 꽃이 아닌 시든 꽃은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며 "기억은 모두 선명하지 않으며, 때로는 미화되거나 희생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감정의 산물"이라고 전했다.


'기억의 재구성' 시리즈에도 눈길이 간다. 이 작가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꽃 사진을 AI 프롬프트에 입력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이를 통해 '진짜 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진짜 꽃이 아닌'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 역시 진실보다는 왜곡된 것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당 작업은 흑백으로 처리돼 디지털 사진임에도 필름 같은 질감을 주며, 기억의 비현실적 특성을 강조한다.


예술상회토마 관계자는 "이번 이지혜 작가의 기획 초대전은 개인적인 슬픔과 고뇌를 승화시켜, 기억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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