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첼 페레즈 폴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선갤러리 제공>
윤선갤러리는 오는 12월7일까지 쿠바 출신 작가 미첼 페레즈 폴로(Michel Pérez Pollo) 개인전 '나무와 말: Trees and Words'을 개최한다.
1981년 쿠바 만자니요 출생으로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서 첫 공식 개인전을 선보인다. 미첼 페레즈 폴로 작가는 "평소 한국의 전통문화에 깊은 흥미를 느껴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에 대한 사전 학습과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영감의 원천인 한국에서 작품을 전시해 기쁘다"고 밝혔다.

미첼 페레즈 폴로 'Un Otoño(어느 가을)'

미첼 페레즈 폴로 'Algo'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가장 최근에 작업한 두 시리즈, 'Un Otoño(어느 가을)'와 'Bolero(볼레로)'를 근간으로 한다. '어느 가을'은 쿠바를 떠나 유럽(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처음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추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며, 이는 곧 전시명 중 '나무(Trees)'로 이어진다.
반면, '볼레로' 시리즈는 작가가 유년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들었던 쿠바의 전통 음악 장르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히 짝사랑하는 여인을 묘사하는 가사에서 '여신', '봄날의 꽃' 등 수많은 형용사를 발췌해 이를 시각적 이미지로 재해석했다. 이처럼 음악과 언어를 회화적으로 풀어낸 작업은 전시명 중 '말(Words)'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작품에 사용된 색채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의 색깔이나 바다의 색깔 등을 활용한 자전적 요소를 담고 있다.

미첼 페레즈 폴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선갤러리 제공>
작가의 예술적 목표는 우리의 '인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미첼 페레즈 폴로는 실존하는 물리적 실체와 이를 해석하는 우리의 주관이 합쳐져 비로소 세상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따라서 그는 사물을 처음 보는 아이와 같은 순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작업 과정 역시 독특하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점토나 나무 조각, 일상생활에서 버려진 물품 등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오브제를 주워 3차원 모델을 구축한다. 이 모델을 마치 '무대'처럼 구성하는데, 이는 관람객들이 빛과 소리가 조합된 그의 작품을 보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산업 발달이 더딘 쿠바에서 망가진 물건들의 부품을 합쳐 또 다른 물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미첼 페레즈 폴로 작가는 "전시장을 찾는 모두가 내 작품이 말하려는 것들에 귀기울여줬으면 한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어떤 이야기들을 할지 궁금하다"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자유로운 해석을 당부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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