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19년 함께한 세월” 반려동물 닥스훈트 몽이를 위한 특별한 천도재

  • 강명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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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8 17:30  |  발행일 2025-10-28
지난 20일 포항 고석사에서 몽이의 천도재가 진행되고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kmejuw7@hanmail.net

지난 20일 포항 고석사에서 몽이의 천도재가 진행되고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kmejuw7@hanmail.net

반려인구 1천500만 시대. 혼자 사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은 이제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만남에는 끝이 있고, 모든 사랑에는 이별이 찾아온다.


지난 20일 포항 북구의 천년고찰 고석사에선 한 마리의 반려견을 위한 특별한 천도재(49재)가 봉행됐다. 이날 재는 천년고찰 고석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반려동물 천도재로, 사람과 반려동물의 인연을 불교 자비정신으로 승화한 뜻깊은 자리였다. 주인공은 검은색 닥스훈트 '몽이'. 올해 19살로, 양모(31)씨가 10대부터 함께 한 가족이자 친구였다. 특히 몽이는 양씨가 사춘기 시절, 세상과 거리를 두고 방황하던 시기에 입양한 반려견이었다.


"그때 저는 길을 잃고 있었어요. 공부도 사람관계도 힘들었죠. 그런 저에게 몽이는 묵묵히 곁을 지켜주고 기다려준 존재였어요. 제가 바른 길을 찾도록 이끌어준 친구이자 가족이었죠."


몽이와 함께 한 시간은 양씨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방황하던 시절, 몽이를 돌보며 책임감과 사랑을 배웠고, 그 결과 바른 청년으로 성장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직장인이 되었다.


양씨는 "몽이는 제게 삶의 버팀목이자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면서 "마지막 순간에도 숨이 가쁘면서도 제가 돌아오길 기다리다 손등을 핧아주며 품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법당에는 몽이의 사진 한 장이 놓였다. 꽃과 향, 촛불이 놓인 법당 안에는 은은한 염불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양씨는 두 손을 모아 향을 올리고, 지난 세월 함께한 기억을 되새겼다.


주지 금담스님은 법문에서 "모든 생명은 인연 따라 만나고 떠난다"며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성으로 보내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으로 보내주는 것이 바로 자비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천도재에 참석한 가족들은 몽이와 양씨의 19년 인연에 함께 공감하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번 재는 단 한 마리의 반려견을 위한 것이었지만, 의미는 컸다. 천년고찰 고석사는 포항지역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 천도재와 49재를 정식으로 봉행하며, 생명 존중과 인연의 소중함을 앞장서 실천하는 사찰임을 보여주었다.


금담스님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불교가 지향하는 자비의 길"이라며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남겨진 이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반려동물 천도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담스님은 "모든 생명은 부처의 씨앗을 지닌 존재"라며"고석사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자비의 공간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마지막으로 "몽이는 제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친구예요. 이제는 제 마음속에서 평생 함께 할 것"이라며 "천년고찰 고석사에서 몽이를 위한 천도재를 지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포항 천년고찰 고석사에서 울려 퍼진 목탁 소리와 향내는 한 생명을 보내는 슬픔을 넘어, 사랑과 인연의 깊이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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