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자칭 ‘10분 화가’ 정성채 한의사, 30년 지기 ‘앞산’에 영혼을 깃들이다

  • 임훈
  • |
  • 입력 2025-11-04 16:34  |  발행일 2025-11-04
대덕문화전당 정성채 초대전 ‘앞산에 살어리랏다’
1995년 대구 남구에 정착한 한의사이자 화가
앞산의 정서 담은 최신작 60여점 공개 눈길
한의사이자 화가인 정성채 작가가 대덕문화전당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신작 앞산에 살어리랏다 의 창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한의사이자 화가인 정성채 작가가 대덕문화전당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신작 '앞산에 살어리랏다' 의 창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대덕문화전당은 오는 15일까지 전당 내 1·2전시실에서 정성채 작가 초대전 '앞산에 살어리랏다'를 개최한다.


60여점의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정 작가가 1995년 대구 남구에 정착한 이후 한의사이자 화가로서 30년 세월을 보낸 해를 기념해 기획됐다. 전시의 주된 화두는 그의 진료실 창문으로 30년간 변함없이 바라보며 정서를 내재화한 대구의 앞산이다.


전시작의 모티브는 대구의 드넓은 도심을 내려다보는 앞산이 그 아래에 사는 이들에게 전하는 편안함과 위로에서 비롯됐다. 그에게 있어 앞산이 품은 정서는 팔공산이 상징하는 '영웅적' 기상이나 비슬산의 '신선적' 초월성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정 작가는 앞산을 '어머니나 할머니 같은 모성적(母性的) 존재'로 묘사한다. 앞산과 그 주변의 풍경을 통해 힘든 세월을 묵묵히 버텨낸 대구 시민들의 충절과 희생, 그리고 꺾이지 않는 희망 등 보편적 정서를 담아내려 했다.


한의사이자 화가인 정성채 작가가 대덕문화전당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신작 앞산케이블카 풍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한의사이자 화가인 정성채 작가가 대덕문화전당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신작 '앞산케이블카 풍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정성채 작가의 신작회화들이 대덕문화전당 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정성채 작가의 신작회화들이 대덕문화전당 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정성채 작가의 신작회화들이 대덕문화전당 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정성채 작가의 신작회화들이 대덕문화전당 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정 작가 예술세계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정 작가는 "오랜 시간 외부 사물에 얽매여 묘사하고 형태를 찾는 데 급급했던 과거의 화풍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면의 정서와 감정에 집중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행위 속에서 오히려 나 자신을 잊게 되는 역설적인 소득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수성못 전경과 같은 수평적 풍경을 그릴 때 몰두했던 '선'의 구성 요소 대신, 거대한 모성적 존재인 앞산을 담아내며 대상 자체를 '면'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채택했다. 이는 평면적 공간을 깊이 있는 사색의 장으로 확장시키며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정 작가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다.


작품 속에서 변주되며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길'의 이미지 역시 심오한 변화를 겪었다. 정 작가는 "과거에 그렸던 길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구도(求道)적인 '추구의 길'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 길은 이미 그곳에 머무르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위로와 동행'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본인 스스로를 '10분 화가'로 칭할 정도로 바쁜 한의사 생활 속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을 꽃피웠다. 진료 활동 사이,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을 틈새시장처럼 활용해 붓을 잡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정 작가는 "하루 종일 창작활동을 할 때도 있지만, 대개 순간적 작업은 10분만 집중해도 많은 진척을 이룰 수 있다"며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물리적 한계를 초월했음을 밝혔다.


정 작가는 "내 작품은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거나 어떤 행위를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앞산의 모습과 제 작품을 비교한다면 보다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의 자유로운 감상을 당부했다.



기자 이미지

임훈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