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쪽방주민들과 반찬 만드는 정민예씨

  • 강미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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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8 16:31  |  발행일 2025-11-18
대구 서구 만평주민도서관에서 밥상 공동체 활동을 하는 정민예씨.  <정민예씨 제공>

대구 서구 만평주민도서관에서 '밥상 공동체' 활동을 하는 정민예씨. <정민예씨 제공>

대구 서구 비산동 만평주민도서관은 매달 한 번, 이웃 간 온기를 나누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과 함께 반찬을 만들어 먹고 대화를 나누는 '밥상 공동체' 활동이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민예씨(47·대구 서구)는 "음식은 서로를 이어주는 고리 같은 존재라서 한 상 앞에 둘러앉으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재료를 동안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활기가 넘친다.


만평주만도서관은 2009년 문을 연 뒤 '비산난장' 장터 수익으로 3년 동안 약 70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쪽방 주민들에게 전달해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직접 물으며 함께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모였고, 지난해부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서관은 자원봉사개발원과 협력해 참여 의지가 있는 주민들을 새롭게 연결하며 범위를 넓혔다.


'주민도서관'이라는 이름처럼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이곳에서 정씨는 처음엔 단순 참여자로 발걸음을 들였다. 아이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어느새 어린이집 아동, 쪽방 주민, 북한이탈주민, 정신장애인종합자활센터 등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마을 활동가가 됐다. 그는 "어느새 12년을 함께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 씨는 "쪽방 거주민 중에는 부엌이 없어 식사를 직접 해 먹기 어려운 분들이 많다. 도서관에 오면 내가 먹을 반찬도 함께 만들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대규모 행사보다 소수 인원이 꾸준히 만나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들은 20~30년의 주부 경력은 물론, 요양보호사·평생교육사·독서지도사·사회복지사 등 전문성을 갖춘 '마을 돌봄의 중추 인력'들이다.


"쪽방 주민들을 만나보면 밝고 유쾌한 분들이 참 많다. 도서관이 외부 활동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정씨의 바람이다. 도서관과 함께하며 '마을살이'를 배웠다는 그는 이제 운영위원, 화훼수업 강사, 그리고 마을 공동체·주민자치 교육을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협동조합 '더마을자치연구소' 이사장까지 맡으며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한편 만평주민도서관은 '밥상 공동체' 활동을 인정받아 최근 2025 대구시장상 '대구마을공동체 우수상'을 수상했다.


강미영 시민기자 rock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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