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황금기 이끈 독보적 인물…솔직하고 당당함 넘어 뻔뻔하기까지”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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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9 17:22  |  발행일 2025-11-19

▮정지영 신성일기념관 건립 영화인추진위 공동위원장 인터뷰

정지영 신성일기념관 건립 영화인추진위 공동위원장 <아우라픽처스 제공>

정지영 신성일기념관 건립 영화인추진위 공동위원장 <아우라픽처스 제공>

"신성일은 1960~7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독보적인 연기자였어요. '만추' '안개' 같은 당대를 주름잡은 작품들로 엄청난 팬심을 가질 수 있었죠."


신성일기념관 건립 영화인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배우 신성일은 한국영화의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그 어디서 만나기 어려운 '비교불가한' 연기자"라고 평가했다. 요즘으로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하루 4군데 촬영장을 옮겨다닐 만큼 다작을 하고, 보는 이에 따라서 '작위적 연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가 한국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고, 솔직한,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어요. 요즘 시각에서 보면 '마초적'이라고 할텐데, 분명한 건 그 시절 대중들은 신성일의 연기에 열광했죠."


정 공동위원장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와 몇 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한 번은 불륜에 빠진 남편이 되어 아내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날따라 연기가 어색하고 NG가 나서 제가 '무슨 일 있냐' 물었더니 '실제로 내가 그래, 그런데 왜 연기는 안되지?'라고 하더군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또 있다.


"국회의원을 하다가 금전문제로 수감생활 중이던 그를 찾아 면회를 갔어요. 그는 제게 '돈을 안받았다고 하면 주변에서 기소는 면할 것이라고 했지만 받은 걸 어찌 안받았다고 하나, 쪽팔리게'라고 하더군요.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솔직함과 당당함이 있었던 분이에요."


정 공동위원장은 기념관의 향후 운영과 관련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우선은 기념관 개관이 중요하니까 많은 분들이 찾고, 신성일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아요. 21일 개관식에서 더 많은 영화인들과 향후 계획 같은 것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 공동위원장은 영화 '남부군' '하얀전쟁' '남영동 1985' 등의 대표작을 만든 1990년대 스타감독이다. 1982년 데뷔했으며, 현재도 제주 4·3사건을 다룬 '내 이름은'(염혜란, 박지빈 주연)을 텀블벅 펀딩을 받아 제작하는 등 영원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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