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추모공원 상상개념도. <포항시 제공>
포항추모공원 조감도. <포항시 제공>
이강덕 포항시장과 공무원들이 지난해 7월 추모공원 예정 부지에서 현장회의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의 장례문화가 새로운 전환점에 서있다. 남구 구룡포읍 눌태리 일원에 조성되는 추모공원 '영일의 뜰'이 단순한 화장·봉안시설을 넘어 문화·예술·관광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으로 조성되면서 동해안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기준점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포항에서 추모공원 조성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기존의 우현화장장과 구룡포화장장은 각각 1941년, 1978년에 세워져 시설 노후화가 심각했고, 2022년 화장률이 92.9%에 달한 포항은 2028년 이후 '화장절벽'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4~5일장을 치러야 했던 시민들의 불편 역시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봉안시설과 자연장지마저 없는 현실에서 친환경적이고 종합적인 장례 공간 마련은 더는 미뤄둘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시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공모를 진행했고, 7개 마을이 신청하며 장사시설에 대한 시민 인식이 크게 변화했음을 확인했다. 최종 부지로 선정된 눌태리는 주민 수용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로 꼽히던 화장장을 주민 스스로 유치하고 나선 이 과정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선진 장례시설 견학과 설명회, 심포지엄 등 시의 꾸준한 소통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눌태리에 들어설 '영일의 뜰'은 기존의 장례시설이 지녔던 무겁고 음침한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화장·봉안시설은 최대한 지하에 배치하고, 상부에는 첨단 설비를 갖춘 친환경 건축물을 도입한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변에는 조각공원, 숲속 미술관, 수목원, 야간 홀로그램아트 조명시설 등이 배치돼 유족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찾는 힐링 공간으로 조성된다. 단순한 이별의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위로, 문화와 사색이 공존하는 '고품격 장례문화 공간'이 들어서는 것이다.
시는 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총 210억 원의 인센티브를 투입해 기금 조성, 사용료 배분, 일자리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추모공원 부지로 선정된 눌태리에는 기금 40억 원, 화장시설 사용료 징수액 20%를 30년간 지원하고 일자리 역시 제공한다. 또한 눌태리를 품은 구룡포읍에는 기금 80억 원, 주민편익 및 숙원사업을 45억 원 규모로 지원한다.
2026년 1월 추모공원 건립 타당성 조사 의뢰를 진행하고, 2027년 4월 설계공모 및 기본 실시설계 등을 통해 본격적인 건립에 돌입한다. 오는 2030년 7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추모공원이 들어서는 구룡포와 호미반도 일대에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장례시설을 넘어 지역의 성장 거점이자 시민 모두의 힐링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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