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게 멋나게] 프라이빗한 분위기에 고소한 소바까지…대구 삼덕동 ‘만타가오리바시크릿’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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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7 15:45  |  발행일 2025-11-27
대구 삼덕동 만타가오리바시크릿의 인기 메뉴인 들기름소바.

대구 삼덕동 만타가오리바시크릿의 인기 메뉴인 들기름소바.

애주가에게도 이런 날이 오나 했는데, 술자리에 질렸다. 자고로 술자리란 다 같이 마시고 다 같이 취하는 곳 아니겠나. 마시고 싶은 술보다 마셔야 할 술이 많았다. 웃고 떠들다가도 집에 오면 속이 뒤집혔다. 다음 날 숙취는 덤. 전날 밤에 좀 놀았다고 척추는 뻐근하고 정신은 저 세상으로 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술약속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신 혼자 마시는 시간이 늘었다. 누구 눈치도, 속도도 상관없는 술. 잔을 비우는 것도, 멈추는 것도 전부 내 선택인 술. 대구 삼덕동 골목을 밤에 걷는 습관도 그 무렵 생겼다. 겉보기엔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는 분주한 동네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조용히 '혼술'을 즐길 수 있는 집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최근 방문한 '만타가오리바시크릿'도 그렇다.


캐주얼한 이자카야다. 1호점은 '만타가오리바'로 신천시장에 위치한다. 2호점이 삼덕동에 위치한 이곳인데, '시크릿'이란 이름처럼 조금 더 사적인 공간이다. 주택형 가정집 2층을 개조해 조성했다. 적당히 어둑한 분위기에다 바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혼자 술잔을 기울이기 딱이다. 메뉴를 주문하면 고량주에 토닉을 탄 웰컴주 한 잔이 나오는데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이자카야답게 메인 메뉴는 사시미다. 다만 혼자 방문한다면 양과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들기름 소바를 권하고 싶다. 사시미와 나란히 인기 메뉴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들기름을 두른 메밀면에 제철회가 곁들여지는데, 기름의 풍미가 먼저 입안을 감싸고 뒤이어 생선의 담백한 단맛이 따라온다. 메밀 특유의 쌉싸름한 끝맛은 술의 쓴맛을 말끔히 정리해준다.


대구 삼덕동 만타가오리바시크릿의 고등어봉초밥.

대구 삼덕동 만타가오리바시크릿의 고등어봉초밥.

면류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고등어봉초밥을 추천한다. 이 역시 인기 메뉴다. 적당히 숙성된 고등어에 불향이 은은히 스며들어 있다. 산미를 살짝 더한 밥이 기름진 맛을 잡아줘 계속 손이 간다. 하이볼과도 잘 어울리겠다.


이쯤 되면 직원들의 친절함은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될 듯하다.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단골이 많아 주말에 방문한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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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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