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28g 아기, 생존율 1% 벽을 넘었다…정지은 교수가 말하는 ‘끝까지 놓지 않은 이유’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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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2 18:14  |  수정 2025-12-22 20:20  |  발행일 2025-12-22
“분만 전부터 준비했다” 300g대 출생아를 위한 산전 컨설트와 첫 판단
간호사 1대1·교수 24시간 당직…생존을 만든 NICU의 선택
퇴원은 출발선…초극소 저체중아의 장기 성장과 남은 과제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모아센터장)가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앞에서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치료 경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출생 체중 328g 미숙아를 191일간 치료해 건강하게 퇴원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모아센터장)가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앞에서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치료 경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출생 체중 328g 미숙아를 191일간 치료해 건강하게 퇴원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출생 체중 328g. 통계상 생존 가능성이 1% 미만으로 분류되는 초극소 저체중이다. 분만장에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 자체가 드문 사례였다. 초극소 저체중아인 이유주 양은 재태기간 26주 만에 태어났다. 호흡부전과 폐고혈압, 태변 배출 장애, 동맥관 개존증 등 중증 미숙아가 겪을 수 있는 여러 고비를 연이어 넘겼다. 치료 과정엔 출산 전 산전 컨설팅부터 간호사 1대1 전담, 365일 교수 당직 체계까지 병원의 모든 역량이 투입됐다.


191일간의 치료 끝에 유주 양은 스스로 숨을 쉬고 먹을 수 있는 상태로 회복돼 지난 19일 퇴원했다.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모아센터장)는 이번 사례를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한 생명을 끝까지 놓지 않은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출생 체중 328g를 수치로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병원은 산모 파트와 신생아 파트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구조다. 유주 양의 경우도 산전 단계에서 조기 출산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출산 전부터 컨설팅을 진행했다. 분만 방법과 출생 후 NICU에서의 치료 방향에 대한 계획이 이미 수립된 상태였다. 의료진으로선 출생 체중이 400g 이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병원 내에서 400g 이상 미숙아의 생존 사례가 있어서다. 하지만 300g대로 출산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사전 준비했던 300g 출생아 대응 계획을 적용했다. 인큐베이터 배치와 초기 며칠간 치료 전략도 이미 정해둔 상태였다. 실제 출생 당시 아기의 체구는 매우 작았다. 두려움이 컸다. 다만 산과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아기 손상을 최소화해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NICU에 도착했다. 피부 손상도 크지 않았다. 당시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했다. 300g대 미숙아는 병원에서 아직 생존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보자고 판단했다. 300g 아기가 살아서 인큐베이터에 들어온 순간, 의료진 모두가 박수를 쳤었다."


▲극소 저체중 출생아와 일반적 미숙아 치료에서 큰 차이점은.


"분만장에서 소생술을 거쳐 NICU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 자체가 매우 낮은 확률이다. 출생 체중 300g은 정상 신생아 체중의 10분의 1 수준이다. 폐 면적이 매우 작았고, 폐포가 충분히 형성되는 시기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이때문에 호흡 유지가 극히 어려웠다. 모든 처치가 일반 미숙아 치료보다 훨씬 더 세밀하게 이뤄져야 했다. 기도 삽관 튜브와 주사 바늘 등 모든 의료기구는 최소 크기를 사용해야 했다. 피부 관리가 가장 큰 어려웠다. 손을 가볍게 잡아도 지문이 남고, 약간의 압력만 가해도 멍드는 상태였다. 피부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접촉은 극도로 조심스러웠다."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모아센터장)가 병원 내 신생아 치료 공간에서 환아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진의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모아센터장)가 병원 내 신생아 치료 공간에서 환아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진의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치료 과정에서 '고비'라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


"치료 과정 전반이 고비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출생 후 3~4주 무렵이 가장 큰 고비였다. 호흡 상태가 점차 악화되면서 폐고혈압이 동반된 상태였다. 폐 기능 저하로 인해 심장 기능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 시기에 일산화질소 치료가 필요했지만 보험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 병원 차원에서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치료를 진행했다. 이 치료는 한 달간 지속됐다. 태변 배출 문제도 녹록지 않았다. 장 발달이 충분하지 않아 태변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됐다. 수술 여부를 놓고 고민했었는데 극적으로 '태변'이 배출됐다. 그 시점은 의료진 모두에게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동맥관 개존증 문제가 있었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지만 수술 직전에 자연 폐쇄가 이뤄졌다. 수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유주 양은 상당 부분을 스스로 극복했다. 큰 수술 없이 치료 과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점도 특징적인 부분이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의료진이 NICRC(신생아집중치료 지역센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출생 체중 328g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를 191일간 치료해 건강하게 퇴원시키는 데 힘을 모았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의료진이 NICRC(신생아집중치료 지역센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출생 체중 328g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를 191일간 치료해 건강하게 퇴원시키는 데 힘을 모았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현장에선 어떤 세심한 관리를 했나.


"치료 초기부터 간호사 1대1 전담 체계를 계획했다. 실제 간호사 한 명이 유주 양만 전담해 케어했다. 의료진도 24시간 상주 체계로 대응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전공의 없이 교수 당직 체계로 운영됐다. 소아청소년과 교수 8명이 365일 24시간 교대로 당직을 섰다. 충분한 전문의 인력과 간호 인력이 동시 투입된 상태였다. 아기 상태 변화는 매우 미세했기 때문에 모니터 수치뿐 아니라 사진을 통한 판단도 중요했다. 작은 움직임과 피부 색 변화도 모두 치료 판단의 근거가 됐다. 지속적인 관찰과 즉각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이제 고비는 넘겼다'고 판단한 결정적 신호는.


"기도 삽관을 제거한 이후에도 자가 호흡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시점이 하나의 기준이었다. 또 하나는 정맥 영양을 중단하고 모유나 분유를 스스로 먹고 소화할 수 있게 된 상태였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되면 의료적으로는 더 이상 중증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단계로 판단했다. 이후엔 체중 증가와 성장 관리가 중심이 됐다. 유주 양의 경우, 이 시점이 생후 100일 전후였다."


▲의료 시스템도 중요했을 것 같다. 병원의 강점은.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인력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충분했고, 그중 다수가 세부 전문의였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경험치를 축적해 왔다. 병원의 전폭적 지원도 있었다. 시설과 장비가 지속적으로 보강됐고, 보건복지부와 대구시의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지원으로 인력 확충이 가능했다. NICU 중증 치료는 자동화나 인공지능(AI)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아기는 상태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경험과 관찰이 치료 성과를 좌우했다."


▲의료진이 끝까지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던 동력은.


"큰 동력은 유주양이다. 출생 직후부터 작은 몸으로 자발적으로 숨을 쉬려는 모습이 관찰됐다.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졌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스스로 고비를 넘겼다. 유주양의 부모의 태도도 큰 힘이 됐다. 산전 단계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고, 출생 이후에도 의료진을 신뢰하며 흔들림 없이 초지일관 지지해줬다. 부모의 안정된 태도와 믿음이 치료 과정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의료진과 보호자, 아기 간 협력이 잘 이뤄진 사례였다."


▲퇴원 후 장기적인 성장과 건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퇴원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재활 치료와 발달 평가·성장 평가가 필요하다. 생후 첫 6개월에서 1년까지는 호흡기 감염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현재는 예방 백신과 제도적 지원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된 상태다. 장기적인 목표는 또래와 함께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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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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