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味 로드] <8> 대구 사람들의 자존심 ‘막창’

  • 김지혜·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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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7 10:32  |  수정 2025-12-27 14:46  |  발행일 2025-12-27
값싸고 양 많은 내장 부위 ‘막창’ 가성비 좋아 인기
겉은 바싹 속은 촉촉! 바싹 익힐수록 담백하고 고소
대구 10미 중 하나인 막창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10미 중 하나인 막창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춘천 '닭갈비', 전주 '비빔밥', 나주 '곰탕', 제주 '흑돼지'….


어느 지역을 떠올리는 동시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연상되는 것처럼 '대구는 막창'이라는 등식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지 오래다. 도대체, 막창은 어떻게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고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을까. 곱창골목, 막창골목이 따로 형성돼 있을 만큼 대구의 음식에서 막창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AI)도 대구 10미 중에서도 대표 음식을 '막창'이라 할 만큼 막창은 대구 사람들의 소울푸드로 꼽힌다.


◆ '대구=막창'이 된 배경은?


대구에서 막창은 단순히 맛이 있어 유명해진 음식이 아닌 맛도 있으면서, 지역의 산업사·기후적특성·술문화 등 복합적인 이유로 대구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구는 섬유·공단 노동자가 많았는데 값싸고 양 많은 내장 부위인 막창이 자연스럽게 서민 음식으로 즐겨먹는 음식이었다. 노동자들이 퇴근 후 가볍게 소주 한잔에 곁들이기 안성맞춤이었던 것.


돼지 부속요리 문화가 발달한 것도 대구 막창 요리가 자리잡은 이유가 됐다. 대구 인근 영천 등에 도축장이 있었고 고기 보다는 비교적 저렴했기에 막창 등 부속 부위가 인기가 높았다.


전국적으로 무더운 날씨로 알려져 있는 대구의 기후적 특성도 막창을 즐겨 먹게 된 이유로 꼽힌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더위로 지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게 됐던 것.


대구 지역만의 차별화된 조리 방식도 한 몫한다. 대구는 막창을 삶지 않고 바로 숯불에 구워내는 방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소한 식감이 살아나면서, 다른 지역 곱창과 맛으로 확실히 차이를 보이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막창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리고, 안지랑 곱창골목을 중심으로 막창집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대구에 가면 막창을 먹어야한다'는 이미지가 전국적으로 굳어졌다.


대구 10미 중 하나로 꼽히는 막창. 박지현 기자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10미 중 하나로 꼽히는 막창. 박지현 기자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 대구 막창과 일반 막창의 차이?


대구식 막창이 다른 지역에서 먹는 막창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인터넷에 '막창'을 검색하면 '대구 막창과 일반 막창의 차이'가 연관 검색어로 올라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점이다.


대구 막창과 일반 막창의 가장 큰 차이로는 대구 막창에서는 강한 불맛이 난다는 점이다. 숯불에서 직화로 굽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잡내를 최대한 잡기 위해서였다. 강력한 화력으로 불향을 입힌 막창은 입속에서 씹을수록 특유의 고소함으로 이어진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오래가고 풍미도 깊어진다.


두께감있는 막창은 한개를 먹어도 입안을 가득채우고 두툼하고 탄력있는 식감을 강조한다.


막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대구의 막창장도 빼놓을 수없다. 달콤, 달큰, 매콤, 새콤한 막창장은 오로지 막창을 위한, 막창의 맛을 한 껏 끌어올려주기 위해 존재한다.


◆ 막창 제대로, 맛있게 먹으려면?


오랜시간 막창을 쉽게 접하고 먹어왔던 대구 시민들의 막창 입맛은 아마도 전국에서도 가장 까다롭지 않을까. 막창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만큼 맛있게 먹는 방법도 너무 잘 알고 있을 터.


막창을 구울 때는 '겉바속촉'을 기억해야 한다. 도톰한 굵기의 대구식 막창은 불에 익힐수록 풍미가 깊어진다. 겉면이 노릇하고 살짝 바삭해질 때가 가장 맛있는 타이밍이다. 뜨거운 막창을 적당히 식혀 톡 하고 씹는 순간 입가까지 살짝 맺히듯 흘러나올 듯한 기름기는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다. 막창장을 곁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 대표 막창집으로 급부상한 '연막창'은 고창 오디 원액을 넣은 막창장에 고추와 쪽파, 깻잎을 넣어 향미를 더욱 고조시킨다. 막창의 쫄깃함에 단호박과 대파 등 채소를 가니쉬로 곁들여 색다른 식감을 더한다.


양승찬(43) 연막창 대표는 "기계와 참숯으로 두 번 초벌을 거쳐 특유의 냄새가 덜 난다는 평을 듣는 것 같다. 연잎가루는 육질을 연하게 하고 천연방부제 역할을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한 맛과 식감을 부각시킨다. 지역 특산물인 반야월 연근도 가니쉬로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


막창을 먹을 때 화룡점정은 볶음밥이다. 볶음밥이 들어갈 자리를 고려하고 막창을 주문해야 한다. 막창에서 나온 기름으로 볶아낸 밥맛은 느끼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대구 10미 시식단 외국인 크리스티안(왼쪽)씨와 도이군, 서영현씨가 막창 시식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대구 10미 시식단 외국인 크리스티안(왼쪽)씨와 도이군, 서영현씨가 막창 시식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현 기자 lozpjh@yeongnam.com

◆ 3인3맛...시식단 평가는?


"오~ 다른 막창 식당보다 냄새가 덜 나요" 3인3맛 시식단은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에서 온 서영현(여·26)씨는 "타지에서 왔지만 평소 내장류 음식을 즐기는 편이다. 막창은 누린내가 곱창보다 나고, 대창보다는 덜 기름져서 제일 안좋아하는데 연잎 숙성으로 구우면 구울수록 고소하면서 부드럽다. 대구는 특이하게 막장이 묽은 편인데 고추와 파를 많이 넣어 막창과 곁들여 먹으니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칠레 출신 크리스티안(36)씨는 "칠레에도 소 엉덩이살이나 위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가 있다. 하지만 평소 내장류를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대구에서 먹은 막창은 바싹바싹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매운맛이 아니라 구워서 먹으니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초등학생 대표 입맛 도이(12)군은 "생일 등 특별한 날에 막창을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로 막창은 최애 음식으로 꼽힌다. 겉이 바싹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너무 좋다. 어린이들도 즐겨 먹기 좋은 음식"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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