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세월 위로 쏟아진 빛의 서사…경주 분황사의 밤을 채운 현대예술의 빛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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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02 11:16  |  발행일 2026-01-02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展 ‘분황사 빛의 사자후’
예술가와 사찰 손잡고 빚어낸 미디어아트展 눈길
‘창, BEYOND’·대구 ‘021갤러리’ 기획·제작
역사·불교·미술 융합 미디어아트 경주의 새 명물로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천년고찰 분황사의 터줏대감인 모전석탑의 표면 위로 현대예술의 빛이 내려앉았다. 신라 선덕여왕 3년(634년) 창건한 경주 분황사 경내와 그 중심부의 석탑이 스크린이 돼 1천4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석탑의 거친 질감과 매끄러운 빛의 물성이 충돌·융합하며 빚어낸 광경은 마치 거대한 캔버스가 살아움직이는 듯한 환상적 느낌을 선사했다.


지난해 12월31일과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열렸다. 분황사가 주관하고, '창, BEYOND'와 '021갤러리'가 기획·제작을 담당한 이번 전시의 화두는 '회복'과 '성찰'이다.


전시는 최근 범람하는 미디어아트가 화려한 시각적 자극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문화유산이 지닌 고유의 울림을 드러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연출을 맡은 '창, BEYOND'는 경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류재하 명예교수를 주축으로 강윤정, 김영범, 정세빈과 기술 지원을 담당한 유한택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연구 그룹이다.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갤러리021 제공>

지난 1일 밤, 경북 경주 분황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분황사 빛의 사자후'가 진행 중이다.<갤러리021 제공>

이날 분황사 경내와 모전석탑 위로 류 명예교수의 작품인 '시간의 춤' 속 형상 및 부처님의 모습 등 다양한 동적 이미지들이 투사됐다. 법고 소리를 배경으로 돌 속에서 고대의 인물이 걸어 나와 춤을 추듯 역동적 움직임을 보이거나, 다시 돌로 돌아가는 듯한 초현실적 장면들이 연출됐으며, 마치 추상미술의 그것과도 같은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021갤러리 관계자는 "과도한 연출은 최대한 배제하고, 분황사가 품은 시간의 흔적을 현대적 기술로 조심스레 어루만지려 했다"며 "현대 예술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새로운 회복의 가능성을 점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분황사는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향기가 서린 곳이다. 전시의 중심에 선 모전석탑은 불국사나 황룡사 9층 목탑보다 앞선 시기에 축조된 신라 석탑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분황사와 '창, BEYOND'는 향후 미디어아트 전시의 완성도를 더 높여 분황사라는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살린 해당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전시가 지자체 지원 없이 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와 갤러리의 후원, 사찰의 적극적 지원으로만 이뤄졌다는 것.


류재하 경북대 미술학과 명예교수가 분황사 빛의 사자후展 연출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류재하 경북대 미술학과 명예교수가 '분황사 빛의 사자후'展 연출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류 명예교수는 "기존 미디어 아트 행사들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예술적 질이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순수 미술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명예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작품을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지 스님께 '장소' 협조를 요청했고, 스님께서도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이번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분황사 주지 성제 스님이 분황사 빛의 사자후展 개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분황사 주지 성제 스님이 '분황사 빛의 사자후'展 개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분황사 주지 성제 스님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갖출 때까지 '창, BEYOND'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날씨가 풀리는 오는 3~4월경에는 30m 상공까지 규모를 확장해 미디어아트를 선보일 계획이며, 여기에 원효 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팔상도(석가모니의 삶을 8개 장면으로 나눠 그린 불화 )와 무애가(원효 스님이 지었다고 알려진 불교 가요) 등 불교적 스토리를 입혀 경주의 떠오르는 명소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021갤러리 이소영 대표는 "상업적 목적 없이 예술의 진정성만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싶었다"며 "값비싼 장비와 인력이 투입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좋은 예술'을 대중과 나누겠다는 예술가들의 의지와 불교계의 도움 덕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창, BEYOND'는 특정 장소의 맥락을 읽어내고 그에 맞는 기술과 예술을 접목하는 '랩(Lab)' 성격의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은 이번 분황사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소멸한 유적이나 문화재를 미디어 아트로 복원하는 작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창, BEYOND'의 예술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그룹전은 오는 31일부터 대구 021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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