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강물처럼/김신곤 지음/학이사/208쪽/1만6천원
장진홍 의사의 독립운동 활동기를 소설 형식으로 엮은 책이 나왔다. 언론인 출신 저자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생생한 묘사로 쓴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학이사)이다. 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따라가며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고, 그 위대한 희생을 기리는 책이다.
장진홍 의사는 만주, 러시아,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거쳐 조국의 감옥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한 독립을 위해 끝없이 투쟁했다. 특히 대구 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은행은 우리 민족의 자본을 빨아먹는 흡혈귀와 같았다. 장진홍 의사는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의 폭파 사건을 주도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홀로 빛을 낸 이들의 이야기는 시대의 풍파에 휩쓸려 잊히는 법. 장진홍이라는 이름 또한 그렇다. 이 책은 이런 점에 주목해 장진홍 의사의 삶의 여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칠곡 왜관읍의 애국동산에는 옥중에서 순국한 장진홍 선생을 비롯해 애국지사를 기리는 19기의 기념비가 있다. 사진은 장진홍선생기념비. <영남일보 DB>
장진홍 의사는 1895년 6월6일 경북 칠곡 문림리(현 경북 구미 옥계동)에서 태어났다. 그는 구제동교회가 부설 교육기관으로 설립한 인명학교(仁明學校)에서 공부했다. 두 살 위 이내성, 두 살 아래 임봉선 선생과 함께 수학했다. 이들을 가르친 장지필 선생은 역사와 민족, 향토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는 독립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제를 에둘러 담고 있었다. 이런 영향으로 장진홍 의사는 일제의 강압통치와 감시 속에서도 대담하게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의 죽마고우인 임봉선 선생이 1923년 순국하면서, 1926년부터는 의열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대구 신명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의 만세운동 참여를 이끌다가 1년여 고문을 겪었는데, 그 후유증으로 결국 사망한 것이었다.
장진홍 의사의 삶은 한주학파(寒洲學派)의 유림정신과도 관련이 깊다. 1860년대, 한주 이진상을 중심으로 면우 곽종석과 심산 김창숙 등으로 이어지던 한주학파는 이후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외세와 일제의 국권 침탈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의 산실 역할을 하게 된다. 장진홍 의사는 한주학파의 문인 겸와(謙窩) 장지필 선생 밑에서 철저하게 항의정신(抗義精神)을 배웠다. '불의에 침묵하지 말라'는 항의정신은 한주학파 선비정신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붓 대신 폭탄을 들고 암흑시대의 유혈 투쟁을 시작했다.
불의에 항거하는 항의정신, 만주와 연해주에서 벌인 피비린내 나는 전투, 심산 김창숙을 비롯한 유림 동지들과 생사를 함께한 끝없는 연대, 조선은행 폭탄 의거…. 장진홍의 모든 행적은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정의와 독립을 향해 나아갔다. 책은 이런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하면서도, 당시 역사적 사건에 얽힌 이들의 삶을 정리해 시대 상황 전반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저자인 김신곤은 영남일보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부 기자, 논설위원,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임진왜란과 모명 두사충' '불맥(佛脈), 한국의 선사들' '한국의 혼 누정' 등 국사 관련 서적을 다수 펴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