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 극장가…관객수·매출액 팬데믹 이전 절반 안돼 ‘한계상황’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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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1 18:52  |  발행일 2026-01-11
CGV대구아카데미점 오는 23일 폐점 결정
작년 대구 영화관 매출액, 전년 대비 12% 줄어
팬데믹 이전 994억원서 2025년 471억원
관객수도 2019년 1천만명→2025년 489만명
“가격 오르고 서비스 질 저하로 찾지 않게 돼”
지난 9일 CGV대구아카데미 입구 모습. 8일 CGV대구아카데미점은 오는 23일을 끝으로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지난 9일 CGV대구아카데미 입구 모습. 8일 CGV대구아카데미점은 오는 23일을 끝으로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9일 오후 찾은 CGV대구아카데미. 영업 종료 안내문이 게시된 매표소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한산했다. 한때 관객들로 붐비던 극장 내부에는 묵직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동성로에서 약속이 있을 때 "거기서 보자"고 하면 당연히 통용되던 그곳, 아카데미극장이다.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9일 CGV대구아카데미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8일 CGV대구아카데미점은 오는 23일을 끝으로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지난 9일 CGV대구아카데미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8일 CGV대구아카데미점은 오는 23일을 끝으로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OTT로 시장이 재편되고 관객들이 외면하면서 대구 극장가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대구지역 영화관의 매출액과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가운데 60여 년간 대구 동성로의 '약속 장소'이자 지역 문화의 자부심이었던 아카데미극장마저 결국 문을 닫는다.


CGV는 오는 23일을 끝으로 CGV대구아카데미점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경기 불황, OTT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끝내 넘지 못한 것이다.


오랜 기간 아카데미극장을 찾았다는 배춘희(51·대구 달서구)씨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동성로에서 만날 때 아카데미극장 앞이 만남의 장소였다"며 "아카데미극장이었던 시절부터 남편, 아들과 손잡고 방문하곤 했는데 그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 매출액·관객 수, 팬데믹 이전 절반도 안 돼


CGV대구아카데미는 1961년 '아카데미 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멀티플렉스 시대가 오자 2001년 '아카데미시네마'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경영난을 피하지 못해 2009년 문을 닫았다. 그러다 2011년 롯데시네마, 2014년에는 CGV가 인수하면서 'CGV대구아카데미점'으로 지금까지 운영돼 왔다.


2020년 10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중단했다가 2021년 4월 재개관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폐점에 이르게 된 것은 OTT 중심의 시장 재편 속에 대구지역 영화 시장의 회복세가 꺾인 것이 결정타가 됐다. CGV 대구아카데미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독립·예술 영화 전문관 '아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영화 애호가들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2019~2025 대구 지역 영화관 매출액 및 관객 수 표. 자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지역별 점유율 통계

2019~2025 대구 지역 영화관 매출액 및 관객 수 표. 자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지역별 점유율 통계

2019~2025 대구 지역 극장 수 표. 자료=영화진흥위원회(KOFIC) 전국 극장 조사

2019~2025 대구 지역 극장 수 표. 자료=영화진흥위원회(KOFIC) 전국 극장 조사

영남일보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약 994억원이었던 대구지역 영화 매출액은 코로나19 여파로 이듬해 약 257억원으로 약 74%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된 2022년 약 515억원, 2023년 약 570억원, 2024년 약 537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지난해 약 47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하며 회복 흐름이 끊겼다.


관객 수 역시 처참하다. 2019년 약 1천167만명을 기록했지만, 2020년 약 297만명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규제 완화 이후 2022년 약 512만명→2023년 약 574만명→2024년 약 564만명 등으로 500만명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약 489만명으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경영난 속에 극장 수도 줄었다. 대구지역 극장 수는 2019년 25개에서 현재 22개로 줄어든 상태다. 큰 규모의 영화관들이 밀집돼 있던 중구 동성로의 대구극장, 제일극장, 중앙시네마 등이 2000년대 초중반에 경영난으로 폐관된 후 현재 주차장이나 상업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이었던 동성아트홀도 2022년 문을 닫았다.


극장 수가 줄어든 것도 문제이지만 대구를 기반으로 시작한 한일극장, 만경관, 아카데미극장 등 토종 단관극장들이 사라져 안타까움이 더 크다. 이들 극장은 현재 롯데시네마, CGV 등 멀티플렉스 체인에 흡수돼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향토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은 찾기 힘들게 됐다.


◆ 지난해 천만 영화 없어…희망퇴직 등 경영난


영화관의 고전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OTT의 급성장과 고물가로 인한 영화 관람 문화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천만 영화가 한 편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한국 영화계는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봉준호·박찬욱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고, 500만명을 넘긴 한국 영화는 단 한 편에 불과했다.


위기는 영화계 산업 전반으로 번졌다. CJ CGV는 지난해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전국 12곳의 극장을 폐점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역시 인력 축소에 나섰다.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도 극장업계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영화관 입장료 상승이다. 한때 영화관 멤버십을 유지했던 류모(26·대구 동구)씨는 "티켓값이 올랐는데 서비스 질은 가격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아 영화관 방문을 주저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OTT 이용객 급증세도 한몫했다. OTT 보급이 확산한 데다 극장 상영 후 OTT로 넘어가는 기간이 짧아지면서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볼 수 있다"는 인식도 극장으로 향하던 발길을 줄였다. 가족과 영화를 즐겨 본다는 한규민씨(41·대구 북구)는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OTT를 봤더니 이제 익숙해진 것 같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당연히 극장 가는 횟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생성형 AI>

<그래픽=생성형 AI>

◆ 위기의 영화관, 로컬 극장이 대안 되나


오오극장은 오프라인 영화 활성화를 위해 청년 소모임 그라이와 함께 오는 3월 기획 행사 영화에서 시작된 영화를 연다. 사진은 대구 동성로에 있는 오오극장 입구 간판.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오오극장은 오프라인 영화 활성화를 위해 청년 소모임 '그라이'와 함께 오는 3월 기획 행사 '영화에서 시작된 영화'를 연다. 사진은 대구 동성로에 있는 오오극장 입구 간판.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지역극장가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위기의 지역 극장가를 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영국 런던 브릭스턴 도시재생 등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런던 브릭스턴은 폐관과 이에 따른 철거 위기의 노후 영화관을 영화 상영관과 카페,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사용하는 '리츠 시네마'와 라이브 음악 전문공연장으로 바꾼 'O2 브릭스턴 아카데미'로 유명하다.


다행히 지역극장가에서도 오프라인 공간을 '소통의 장'으로 활성화하는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관객이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는 '커뮤니티 시네마' 등을 통해 관람만 하는 영화관이 아닌 소통형 영화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 유일의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의 움직임이 주목받는다. 오오극장은 오는 3월 청년 소모임 '그라이'와 공동 기획한 '영화에서 시작된 영화' 행사를 개최한다. 지역 감독과 관객이 직접 만나 영화를 매개로 대화하며 한국 독립영화 입문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다.


올해 11주년을 맞은 오오극장은 설립 당시부터 영화 관람뿐만 아니라 관객이 극장의 주인으로 직접 영화를 고르고 소개하는 '관객 프로그래머 영화제' 등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시네마'의 활성화를 지향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선이다.


김창완 오오극장 프로그래머는 "극장 측에서도 지역의 새로운 감독들을 발견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오오극장은 이러한 협업을 비롯해,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하며 '친절한 극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오극장에서 몇 차례 영화를 봤다는 김주희씨(38·대구 중구)씨는 "OTT로도 영화를 보는데 극장에서 보는 느낌과는 다르다. OTT로 보면 시청처럼 느껴지지만 극장에 와서 보면 몰입감이 커지고 감동이 배가된다"며 "오오극장은 일반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많이 소개하고 감독 등과 대화할 기회도 있어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오오극장은 영화를 감상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네클럽 형태의 관객 모임 '오오프렌즈'를 3기째 운영 중이다. 6명의 소규모 인원임에도 경쟁률이 6 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10년간 오오극장에 몸담은 노혜진 홍보팀장은 "오오극장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만들어진 극장인 만큼 공공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지역에서 영화 문화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시작했기 때문에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중요했다"며 "작은 극장이니 내세울 장점이 '관객과의 소통'이었다. 자신의 취향을 찾아 적극적으로 모임을 만드는 것이 당연시된 현시대 트렌드에 잘 맞아떨어져 이러한 모임들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극장가, 팬데믹 전의 절반... CGV대구아카데미 결국 폐점. 음성 및 일부 사진 =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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