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신(神)의 적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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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2 15:45  |  발행일 2026-01-12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이란 정부가 "시위에 가담하면 누구든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위 참가자들을 '신의 적'으로 간주해 "관용이나, 연민, 봐주기는 없다"고 발표했다. 이란 정권이 위기 때마다 들고 나온 죽음의 통치 수단이 또다시 등장한 셈이다. 신정 일치 체제의 이란은 이슬람의 종교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사형을 정당화하고 있다. '신의 적'을 뜻하는 모하레베, '지구상의 부패'를 의미하는 에프사드 필 아르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원칙으로 하는 키사스를 적용하고 있다. 모하레베에 따르면 시위 중 돌을 던지거나 도로를 점거하는 행위는 신에 대한 반역이다. 에프사드 필 아르즈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로, 정치적 선동이나 시위 주도자들에게 적용된다. 키사스는 시위 과정에서 보안 요원이 사망할 경우 '살인'으로 규정해 피해자 가족의 요구에 따라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법이다.


이란은 지난 2022년 '히잡 시위' 당시 대대적인 사형을 집행했다. 시위대를 신의 적이나 지구상의 부패 혐의로 기소해 사형시켰다. 앞서 1988년에는 '정치범 대처형'이라는 끔찍한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무렵, 당시 최고지도자 호메이니는 '죽음의 위원회'로 불리는 심사위원단을 통해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범들을 처형했다. 이란 정부가 다시 사형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가에 저항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과거에도 이 방식으로 시위대를 잠재운 경험도 한몫을 했다. 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이 시위를 멈추게 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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