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램프 대신 ‘로봇 다리’…에스엘, 시총 3조 벽 뚫었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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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1 17:52  |  발행일 2026-01-21
코스피 상장사 중 상승률 2위… 전일 대비 29.86% 폭등
시총 연초 1조원대에서 이날 주가 급등하며 3조 원대로


에스엘 CI.

에스엘 CI.


대구의 중견 자동차 부품사 에스엘(SL)이 '로봇 전문 제조사'로의 체질 개선을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기업가치 3조 원 고지에 올라섰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부품 공급망에서 벗어나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안착한 점이 주가 폭등의 도화선이 됐다.


◆21일 상한가 직행…코스피 상승률 2위 기염


2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에스엘은 전날보다 29.86% 치솟은 6만4천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전체 종목 중 효성티앤씨(29.97%)를 제외하면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이로써 에스엘의 몸값은 하루 만에 3조98억 원까지 불어났다. 새해 첫 거래일 당시 1조9천415억 원이었던 시가총액 규모와 비교하면 불과 20여 일 만에 기업가치가 55% 이상 팽창한 셈이다.


이 같은 급등세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현대차 로보틱스 사업의 실질적 수혜가 가시화된 영향이다. 실제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부품 협력사 현장에서는 로봇 모듈 생산을 위한 라인 조정이 한창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근수씨(45)는 "기존 자동차 램프 조립 라인 일부가 로봇 관절과 센서 모듈 공정으로 전환되면서 작업 방식도 정밀 조립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엘은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이동형 로봇 플랫폼인 '모베드(MobED)'에 정밀 라이다(LiDAR) 모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본체 위탁 생산까지 담당하며 단순 부품사를 넘어선 '로봇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밸류체인 장악…'아틀라스' 효과 톡톡


시장이 에스엘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현대차의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긴밀한 협력 구조가 자리한다. 에스엘은 이미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의 관절 부위인 레그 모듈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 전용 램프 등을 양산 중이다. 특히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향후 에스엘이 담당할 로봇 모듈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 올렸다.


동시에 현대차 본주의 기록적인 강세도 지역 협력사들의 동반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현대차는 전날보다 14.61% 오른 54만9천 원에 거래를 마치며 시가총액 112조 원 시대를 열었다.


대구 소재 부품사인 피에이치에이(5.39%)와 한국피아이엠(2.07%) 등도 현대차발(發) 로봇 사업 기대감을 공유하며 장중 내내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지역 투자자 최영수씨(52·수성구 범어동 거주)는 "지역 부품사들이 현대차 주가와 연동돼 움직이는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로봇 관련 공급망에 포함된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6만 원 선을 돌파한 에스엘의 주가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로보틱스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지역 부품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성장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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