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불의와 억압이 존재하는 미시시피 주가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가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지금 나에게는 그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지독한 인종 차별주의자들과 주지사가 간섭이니 무효니 하는 말을 떠벌리고 있는 앨라배마 주에서, 흑인 어린이들이 백인 어린이들과 형제자매처럼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입니다."
시처럼 읽히지만 시가 아니다. 1964년 35세 나이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8월28일 '직업과 자유를 위한 워싱턴 행진' 중 링컨기념관 앞에서 행한 연설문의 한 부분이다. 킹 목사는 1968년 4월4일 불과 39세에 암살로 타계했다. 결혼한 26세부터 킹 목사와 함께 인권운동을 펼쳤던 코레타 스콧 킹 여사는 41세에 남편과 사별했지만 그 후에도 변함없이 사회에 공헌했다.
스콧 킹 여사의 활발한 활동은 2006년 1월30일 78세로 타계했을 때 장례식에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으로도 확인이 된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당시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 등 1만4천여 명이 조지아 주 뉴버스 미셔너리 침례교회를 찾아 조문했다.
애틀란타 주의 킹 목사 생가 일원은 국가 사적으로, 킹 목사 탄신일 1월15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사적 경내 '킹 센터'는 자녀들이 맡아서 관리·운영 중이다. 가족이 이처럼 같은 길을 걷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리나라 김동환·최정희 작가 부부 가족도, 좋은 점만 보면 그런 사례의 하나이다.
김동환은 '국경의 밤'의 시인이다. 최정희는 '인맥' '지맥' '천맥' 3부작을 쓴 소설가이다. 안타까운 바는 부부가 반민족 친일 행위의 오점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부부의 두 딸 김지원·채원도 각각 '먼 집 먼 바다'와 '겨울의 환' 등 수작을 창작한 소설가인데, 자매 모두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중 김지원은 스콧 킹 여사보다 꼭 7년 뒤인 2013년 1월30일 세상을 떠났다. 1973년 이래 뉴욕에 거주했으므로 스콧 킹 여사와 지인으로 지냈을 개연성이 높다. 기일이 같은 두 분의 명복을 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