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에 TK 차부품 북미 현지화 ‘가속 페달’… 생태계 ‘기로’

  •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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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9 19:16  |  발행일 2026-02-09
트럼프발 고율 관세에 멕시코 우회로도 막혀… 직접 투자 급증
에스엘 멕시코 공장 준공, 동원금속 북미 투자 소식 전해
1차 벤더는 떠나는데… 자금 부족한 2·3차 협력사 줄도산 위기
2024년 대구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 참가한 에스엘 부스의 모습. 이동현 기자

2024년 대구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 참가한 에스엘 부스의 모습. 이동현 기자

자동차 부품 제조사 동원 금속이 미국 조지아주에 3천만달러(한화 약 440억원)를 투자해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주 정부가 5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자동차 부품 제조사 동원 금속이 미국 조지아주에 3천만달러(한화 약 440억원)를 투자해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주 정부가 5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역의 한 자동차부품 기업의 제품이 대구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 전시된 모습.  영남일보DB

지역의 한 자동차부품 기업의 제품이 대구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4)에 전시된 모습. 영남일보DB

16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16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자동차부품산업 ESG·탄소중립 박람회에 다양한 종류의 배관 부품들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자동차부품산업 ESG·탄소중립 박람회에 다양한 종류의 배관 부품들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고율 관세 정책이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산업 지형도를 강제로 재편하고 있다.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한 지역 기업의 현지 진출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굳어지면서 대미(對美) 수출 감소와 현지 직접 투자가 동시 급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구 대미 수출 '추락', 부품사 수익성 '악화'


지난해 대구와 경북의 수출 성적표는 미국 관세 정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76억6천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7% 감소하며 5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상장 부품사들의 영업이익은 6.6% 감소했고, 적자 기업 수는 14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 상승 등으로 매출이 늘더라도 미국 관세가 수익성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대구의 경우 타격이 심각하다. 대구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0.7% 급감했으며, 이는 대구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5%까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경북은 대미 수출이 7.9% 증가했으나 이는 일부 중견기업 1차 벤더들의 실적에 기인한 착시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부품업계 전반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에스엘·동원금속 등 잇단 북미 현지 공장 가동


이러한 위기 속 지역 간판 부품사들은 북미 현지 공장 신·증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조지아 주정부가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둔 동원금속의 현지 투자 소식을 전했다. 동원금속은 총 3천만달러(한화 약 440억원)을 투자해 조지아주 동부 이매뉴얼 카운티 스웨인스보로에 새 공장을 설립하고 2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에는 지역 헤드램프 전문 기업 에스엘이 멕시코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 준공된 에스엘 멕시코 신공장은 총 1만4천㎡ 규모로 조성됐으며, 투자 금액은 7억5천만 페소(한화 약 613억원)에 달한다. 공장 내부는 연간 최대 100만개의 헤드램프 모듈이 대량 생산될 수 있는 12개의 최첨단 생산 라인이 들어섰다. 이밖에 피에이치에이, 화신, 아진산업 등 지역 주요 기업들도 일찍이 북미에 공장을 두고 현지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지역 유력 부품사들이 잇따라 미국과 인근 멕시코에 현지 공장 투자를 확정하거나 준공한 것은 완성차 업체의 현지 조달 확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부품 공급을 늘리는 중이다. 실제로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부품 소싱(외주)처를 변경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현지화를 추진 중이다. 지역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이유는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으로 해석된다.


◆'나 홀로 미국행' 불가능한 2·3차 협력사


문제는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협력사들이다. 1차 벤더들은 해외 공장 설립을 통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지만 2·3차 협력업체들은 해외 진출 자체가 불가능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호영 국회부의장실 주최로 열린 '트럼프 행정부 관세 인상에 따른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계 위기와 정부·지자체 대응 전략' 간담회에서 김영철 삼보모터스 전무는 "2·3차 업체들은 부도 위험까지 있다"며 현장의 위기감을 전한 바 있다.


지역 차부품 기업들이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릴 경우 필연적으로 지역 내 생산과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구·경북 제조업의 허리인 차부품 산업의 '공동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김대철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대구 자동차부품 기업이 관세 영향을 피하고자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릴 경우 지역 내 생산과 고용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조해 지역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위한 기술·자금·인력 지원 등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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