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변화하는 조건 3가지

  •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 |
  • 입력 2026-02-11 06:00  |  발행일 2026-02-11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우리는 흔히 문화예술을 전시나 공연이라는 형태로 떠올린다. 그러나 오늘의 문화예술은 특정한 순간에 발생하고 소멸하는 사건에 머물지 않고 사회 변화와 맞물리며, 생활의 방식과 기술 환경, 자연조건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A SQUARE'가 제시한 2025~2027년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예술은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과정이라는 관점이다.


첫 번째 조건은 '기술 환경의 변화'다. 디지털 기술과 AI의 확산은 문화예술의 생산과 향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콘텐츠는 빠르게 생성되고 순환되며, 개인의 취향과 행동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경험은 점점 정교해진다. 동시에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디지털 접근성의 격차는 문화 향유의 조건이 누구에게나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두 번째 조건은 '정체성과 맥락의 재구성'이다. 문화예술이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적인 감각을 새롭게 구성해가는 과정은 지역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와 함께 '초개인화'는 문화 경험을 더욱 세분화한다. 대형 공연이나 집단적 경험이 여전히 유효하면서도 소규모 공간과 지역 단위의 문화 활동은 개인의 취향과 생활 리듬에 밀착된 경험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문화 자원이 개인의 일상 속에서 체감되는 방식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조건은 '공간과 환경의 전환'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하이퍼로컬'에 대한 관심이다. 문화예술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과 경험 속에서 지역성을 형성해간다. 또한 환경과 문화예술의 조화, 이른바 '에코 크리에이션'은 문화예술을 주제의 차원을 넘어 생산과 창작의 조건으로 확장시킨다. 자연, 빛과 소리, 생태적 환경은 감상의 배경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구성하는 적극적인 요소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가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전제해야 할 조건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지역은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 생활 방식으로 인해 일상과 관계를 바탕으로 문화적 경험이 생성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지역 안에서의 반복적인 만남과 경험은 문화예술을 구체적인 삶의 감각으로 전환시키며, 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하이퍼로컬 차원에서 다시 연결되고 확장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들이 교차하는 지금, 우리가 사는 지역은 어떤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경험을 통해 어떤 감각과 판단을 길러가고 있는가. 앞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이 어떤 풍경으로 자리하게 될지,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겠다. 김은지<독립 큐레이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