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예천군청소년수련관에 문을 연 '예천군 청소년 둥지 배움터(예천형 EBS 자기주도학습센터)'에 김학동 예천군수와 김유열 EBS 사장이 학생들의 학습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예천군 제공>
지난해 연말 예천읍 청소년 둥지배움터CCTV에 포착된 영상은 귀가하던 한 학생이 복도에서 마주친 학습코디네이터와 매니저 선생님을 향해 큰절을 올린 영상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누리꾼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예천군 제공>
지난해 10월 예천군청소년수련관에 문을 연 '예천군 청소년 둥지 배움터(예천형 EBS 자기주도학습센터)' 개소식에 김학동(앞줄 왼쪽 다섯번째) 예천군수와 김유열(네번째) EBS 사장, 내빈 등이 기냠촬영 하고 있다. <예천군 제공>
예천군 용궁면에 마련된 청소년 둥지배움터 모습. <예천군 제공>
예천군이 추진한 '청소년 둥지 배움터(예천형 EBS 자기주도학습센터)'가 전국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높은 관심속에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천군 제공>
예천군이 추진한 '청소년 둥지 배움터(예천형 EBS 자기주도학습센터)'가 전국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높은 관심속에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천군 제공>
지난해 연말, 예천읍 청소년수련관에 설치된 청소년 둥지배움터 CCTV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 하나가 담겼다. 방과 후 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한 학생이 복도에서 마주친 학습코디네이터와 매니저 교사를 향해 큰절을 올린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스승에 대한 존중과 배움에 대한 신뢰가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 "공교육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라며 공감을 보냈다. 교육 현장을 둘러싼 불신과 피로감이 짙어지던 시기였기에, 이 장면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용궁면에서 분명한 결과로 이어졌다. 용궁초등학교 졸업생 9명 전원이 용궁중학교 진학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인근 문경 지역 중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익숙했던 지역에서, 졸업생 전원이 관내 중학교를 택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자 학교가 다시 활기를 찾았고, 교육을 이유로 한 인구 이동이 멈춰 섰다는 점에서 이 선택은 지역 사회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교육 때문에 떠나지 않는 지역
예천읍 원도심과 각 면 지역은 오랫동안 방과 후 교육 여건의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학원은 드물고,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방과 후 시간은 관리의 공백으로 남기 쉬웠고, 이는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이유로 도시 이주를 고민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예천군이 읍면 지역에 '청소년 둥지배움터'를 조성한 배경도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둥지배움터는 방과 후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며 스스로 학습하는 생활 리듬을 형성하도록 설계됐다.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귀가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안심 귀가 지원까지 연계하며 방과 후 시간을 공공의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EBS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자기주도학습 체계와 학습코디네이터의 상시 관리,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생활 지도는 방과 후 시간을 '방치의 시간'에서 '성장의 시간'으로 전환시켰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현장에서 '책임 교육'이라는 언어로 구체화됐다. 용궁중학교 김승태 교장은 둥지배움터 운영 초기부터 학부모들을 상대로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혼자 남겨지지 않고 하루의 끝까지 보호와 관리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해 왔다. 학교 수업 이후의 시간까지 교육의 범위로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덜어냈고, 이는 진학 선택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
◆책임지는 공공교육
둥지배움터의 성과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 공동체 전반으로 확산됐다. 용궁면장학회는 관내 중학교 진학을 선택한 학생 9명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결정을 응원했고, 김승태 교장은 학생들의 귀가 여건 개선을 위해 사비 100만 원을 기탁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학교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함께 아이를 돌본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현재 예천군 청소년 둥지배움터는 예천읍 청소년수련관을 중심으로 감천·풍양면까지 확대 운영되고 있다. 원도심과 면 지역을 아우르는 공공 자기주도학습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안동·울릉·대구 달성군·전북교육청·논산계룡교육지원청 등 전국 각지의 지자체와 교육기관 관계자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공모 이전부터 지역 여건을 분석해 구축한 사례라는 점에서, 현장 중심 교육 정책의 참고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교육을 대체하는 공공 인프라
예천군의 교육 정책은 신도시와 원도심·읍면 지역 간 교육 여건 차이를 고려해 설계됐다. 학원과 도서관 등 민간 교육 인프라가 비교적 갖춰진 도청신도시 지역에서는 신규 시설 확충보다는 학습 관리와 정보 제공 기능 보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도청신도시에는 AI 기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예천런'을 도입해 학생별 학습 수준 진단과 학습 과정 관리를 운영하고 있다. 예천런은 기존 민간 학습 환경과 연계해 공공 영역에서 학습 관리 기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원도심과 각 면 지역은 방과 후 학습 공간과 관리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해 정책 방향을 달리했다. 청소년 둥지배움터와 청소년 성장캠프를 중심으로 방과 후 학습 공간 제공과 생활 관리, 학습 습관 형성에 행정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성장캠프에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전략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로·학습 상담을 연계하고 있다.
고등학생 대상 정책 역시 지역 여건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원도심과 면 단위 지역 학생을 중심으로 '고교 희망아카데미'와 '희망입시카페'를 운영해 교과 학습 지원과 대입 정보 제공을 공공 영역에서 제공하고 있다. 교과 보충 수업과 대입 제도 설명, 1대1 진학 상담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해외 교육기관과 연계해 학생들이 현지 학교 수업과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단기 체험 위주의 연수 방식이 아닌 학교 교육 과정 참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어민 영어교실은 신도시와 원도심 구분 없이 운영된다.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외국어 노출 환경을 제공하며, 공공 영역에서 외국어 학습 기회를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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