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업도시 대구’, 공간과 사람 잇는 도시 재설계에 승부수 달려

  • 김지연 남부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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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23 15:17  |  수정 2026-02-23 17:40  |  발행일 2026-02-23
김지연 <남부권경제연구소 소장>

김지연 <남부권경제연구소 소장>

중소벤처기업부가 2030년까지 전국 10곳에 '창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DGIST 등 과학기술원이 있는 지역에 4대 거점 창업도시를, 비광역권에도 6대 창업도시를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3조5천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 펀드를 조성하고, 팁스(TIPS)도 50%를 지역에 우선 할당해 지역 창업·투자를 수도권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는 대구는 이번 창업도시 육성 정책을 마중물 삼아 지역이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도시 재설계'의 결정적 승부수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중앙부처 예산을 규정에 맞게 확보하는 관행적 대응이 아니라, 도시의 일자리 구조와 공간의 쓰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중기부의 '창업도시' 정책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심융합특구'와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도심융합특구가 기업과 일자리를 담아낼 물리적 기반인 '그릇'이라면, 창업도시는 그 안을 채울 산업과 생태계라는 중요한 '내용물'이기 때문이다. 벤처 창업과 스케일업(기업 성장) 없는 특구는 텅 빈 업무지구로 전락할 것이고, 공간 전략 없는 창업도시 정책은 현장에서 뿌리내리지 못한다. 두 정책은 현장에서 필연적으로 결합돼야 할 하나의 몸통이다.


대구는 이 결합을 실현할 최적의 조건을 이미 갖췄다. 동대구역 등 훌륭한 광역교통망 인프라, 경북대 등 대학과 병원의 뛰어난 연구 역량, 삼성창조캠퍼스와 북성로 등 문화 자산이 밀집한 도심은 창업 열기를 모으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문제는 '연결의 부재'다. 대학, 병원, 로컬창업 등이 각자의 영역에 흩어져, 사람·자본·기술이 만나는 클러스터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청년은 기회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국내 벤처투자의 70%가 수도권에 쏠리는 동안 대구의 비중은 1%의 벽에 갇혀 있다. 이는 인재나 아이디어의 부족이 아니라 성장을 뒷받침할 구조의 부재 탓이다.


해법은 도심융합특구의 '규제 혁파'와 창업도시의 '투자·육성'을 결합하는 데 있다. 미국 뉴욕의 '실리콘 앨리'가 보여주듯, 도심의 기존 건물을 활용해 일터와 주거,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들어오고 시민이 그곳에서 일하며, 그 활력이 삶의 질로 이어지는 '일하는 도심'이 만들어질 때, 대구의 벤처투자 지형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나아가 '창업도시 대구'는 경북과 연결될 때 완성된다. 대구가 창업과 스케일업의 허브가 되고, 구미·포항·경산의 제조 인프라가 기술 실증과 확산의 무대가 된다면, 대구·경북은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단일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필자는 과거 현장에서 창업가로 뛰었고, 국회에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좌했으며, 기초의원으로서 그 정책이 지방행정 말단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멈추는지를 목격했다. 그 경험칙이 가리키는 진실은 하나다. 정책이 개별사업으로 흩어지면 정책효과가 떨어지지만, 공간·산업·재정이 구조적으로 결합될때 비로소 도시를 바꿀 힘을 갖는다.


대구는 이미 충분한 재료를 손에 쥐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관련 정책들을 하나의 엔진으로 엮어내는 실행력이다. 지금이 바로 그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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